이름모를 은인들의 도움으로
매일 100명 홀몸노인에 급식
1월 4일 오전 9시30분. 천안 오룡종합경기장에 자리한 ‘천안 성모의 집’이 기도소리로 가득하다.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를 봉헌하는 대전교구 입장본당 레지오 단원들이다. 기도를 마친 단원들은 서둘러 앞치마를 두르고 쌀을 씻고 반찬거리를 준비한다. 오늘 메뉴는 미역국과 무나물, 조기구이. 11시40분까지 준비를 마치려면 빠듯하다. 마음만큼 손놀림도 빨라진다.
할머니들이 하나 둘 성모의 집 앞 공터에 모인다. 대부분 천안지역에 살고 있는 홀몸노인들이다. 노숙자들도 더러 있다. 길게 줄을 늘어선 채 배식을 기다리는 어림잡아 100여명 가까운 이들을 성모의 집 봉사자들은 ‘작은 예수님’이라고 부른다.
지난 해 2월 25일 문을 연 ‘천안 성모의 집’은 홀몸노인과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00여명에게 점심을 대접한다. 지난 한 해 동안 1만5000여명분의 식사를 만들었다.
성모의 집은 교구가 운영하는 천안시의 첫 사회복지시설이다. 상근 직원이 없는 성모의 집은 모든 활동이 봉사자들의 손으로 이뤄진다. 천안 동서부지구 레지오 단원들이 매일 번갈아가며 나와 음식을 직접 조리하고 대접한다. 빈첸시오회와 지구 여성연합회의 도움을 받아 몸이 불편해 성모의 집에 올 수 없는 홀몸노인들에게 도시락도 배달한다.
성모의 집은 배가 고픈 것보다 사람이 그리운 홀몸노인들이 잠시나마 마음의 안식을 찾는 장소다. 봉사하고 싶어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던 천안지역 신자들이 몸과 마음을 다해 작은 정성을 보태는 곳이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쌀이 떨어지면 은인이 쌀을 보내주고 반찬거리가 필요하면 누군가가 도움을 준다. 봉사자들은 ‘작은 예수님’과 후원자들인 ‘천사’들이 합작한 기적이라고 말한다.
어려움도 있다. 오룡경기장이 1~2년 내에 철거될 예정이다. 당장 이사할 곳을 마련해야 하지만 사정은 좋지 않다. 시로부터의 지원은 없이 매달 교구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하루 100여명의 먹을거리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때그때 은인들이 가져다 준 음식재료로 급식을 이어나기가 벅찬 것이다.
천안여성연합회 회장 이인경(아가다)씨는 “냉장고나 온풍기 등 급식소 운영에 필요한 물품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식재료를 지원해 줄 은인과 후원자들의 관심을 청한다”고 밝혔다.
※문의 041-552-2046, 도움주실 분 농협 178835-51-082036 대전가톨릭복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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