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 선물”
세상에는 신기한 인연이 있다. 마리스타 교육 수사회에서 22년간 수도생활을 하다가 수도복을 벗고 도예가가 된지 7년째 되던 어느날, 그가 빚은 이도다기가 교황에게로 전해졌다.
백영기(가브리엘 50)씨는 지난해 12월 9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비롯해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동방정교회 대주교 등 종교 지도자들을 예방하는 한국 그리스도교 합동 순례단에게 자신이 만든 이도다기를 전달했다.
합동 순례단은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와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 관계자들로 구성됐고, 교회 일치 운동의 일환으로 각 종교의 순례지들을 방문하고 종단의 최고위급 지도자들을 만나 교회 일치를 향한 노력을 다짐했다.
백씨가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2000년부터이다. 22년 동안 수도생활만을 해온 그에게 사회는 냉혹했다. 고심 끝에 그가 선택한 것은 도공. 흙을 만지고 도자기를 빚어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정직한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도자기를 빚기 위해 그는 무작정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장심리라는 작은 산골 마을로 들어왔다. 가진 돈을 털어 마루에 물레를 들여놓고 중고 가마도 샀다. 도자기의 ‘도’자도 몰랐던 그가 도공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실패하기를 수천번. 속이 상해 있을 때에는 도자기를 만들지도 않았다. 언짢은 기분으로 만든 그릇을 다른 사람이 쓴다는 것이 용납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지난해 말, 원하는 도자기와 비슷한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세계 도자기 엑스포, 대한민국 축제 박람회, 광주 왕실도자기 축제에 출품 및 전시, 백영기 차그릇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백씨는 “넓은 아량을 담을 수 있는 투박하고 질박한 이도다기처럼 종교간 평화와 이해가 확산됐으면 좋겠다”며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이도다기가 교황께 선물된다니 참으로 기쁘다”고 말했다.
이도다기는 ‘밥그릇’ 같은 ‘차그릇’을 만들고 싶어했던 백씨의 창작품으로 임진왜란,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이 만든 이도다완을 본떴다. 교황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선물한 이도다기는 총 11점, 5인(人) 다기세트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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