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자리 만들고 싶어”
전시 60%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꾸며
올 3월 청담동에 두 번째 갤러리 개관
“재소자들이 사진 보며 감동의 눈물 흘렸어요…‘사진의 힘’ 실감했죠”
공지영씨의 소설이나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를 본 이들이라면 여자주인공이 건넨 풍경사진을 보고 기뻐하는 사형수의 모습을 기억할 듯하다.
사형수가 볼 수 있는 세상은 교도소 벽 높은 곳에 빼꼼히 뚫린 쪽창과 운동장 크기 만큼의 하늘 뿐. 여주인공인 전한 풍경사진은 한장 한장은 그의 감성을 두드리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을 새로 일깨워준다.
소설(영화)에 담긴 이러한 일화들의 모티브를 제공한 실제 인물이 바로 갤러리 ‘와’의 관장 김경희(다리아 53)씨다.
김관장은 25여년 전 서울대교구 교정사목 전담 수녀의 차량봉사를 돕다가 본격적으로 교정봉사에 나섰다. 그러나 최고수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나눈 고통과 연민이 김씨의 마음에 켜켜히 쌓여갔다. 그때 거친 마음을 위로한 것이 바로 사진이었다.
사진과의 인연은 그에게서만 머무르지 않았다. 김관장은 사진 여행에서 건진 작품들을 매주 최고수들에게도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별생각없이 보여준 사진 한 장 한 장에 재소자들은 눈물을 떨구며 감동했다.
“사진이 주는 감동과 ‘소통’의 힘을 절감한 순간이었지요. 그러자 사진의 가치와 문화적 영향력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사진을 통한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 바람은 지난 2005년에 결실을 맺었다. 오랜 준비 끝에 김관장은 경기도 양평에 사진전문 갤러리를 마련했다.
갤러리 ‘와’(www.gallerywa.co.kr)는 자연풍경을 고스란히 살린 터에 기와로 멋을 낸 건물이다. 가족단위 관람객을 위한 쉼터도 갖추고, 세미나실은 작가들의 사랑방으로 개방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3월이면 서울 청담동에도 두 번째 갤러리 ‘와’를 연다.
특히 김관장은 연간 60%의 전시는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채우고 있다. “일상에서 외면하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모습, 또는 삶의 의미를 풍성하게 하기 위해 필요한 세상 이야기들이 다큐 사진에 담겨있습니다. 진지하고 영혼을 울릴 수 있는 관람 기회를 적극 제공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지요.”
소명의식을 갖고 인류애를 실현하는 다큐작가들을 발굴, 후원하고자 한 김관장의 기획은 또 다른 면에서도 성과도 이뤘다. 예를 들어 사진 소재가 된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록되는데도 큰 홍보역할을 했다. 사진으로 선보인 한 무속인을 무형문화재로 정하는데도 도움을 줬다.
선교에 도움이 될 듯 해 종교사진전도 추진했다.
“사진 자체도 주요한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는 김관장은 “죽음의 문화가 난립하는 현대문화를 정화하는 데에도 다큐 사진이 좋은 촉매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 카메라 보급으로 사진을 쉽게 찍을 수 있고, 또 쉽게 버리는 문화도 양산되고 있지만, 인화지로 선보이는 사진들은 앞으로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할 것입니다. 사진을 통해 인류애와 공동선을 확산하는 몫은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또다른 소명입니다.”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