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 당면 과제는 '빈곤퇴치'"
난민문제 인도적 해결 국제원조 호소
“한반도 비핵화 동북아 평화에 선익”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중 하나이면서도 국제 외교무대에서 가장 보편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바티칸.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007년초 현재 전세계 175개국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바티칸의 원수(元首)로서 외교사절들과 지난 1월 8일 신년하례식을 갖고 올 한 해에 지구촌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지구촌의 당면 과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오늘날 지구촌의 당면 문제를 만연한 빈곤, 지속적인 군비 경쟁, 난민의 유입, 인간 생명에 대한 공격 등으로 꼽았다.
◆만연한 빈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도 시급한 문제로 꼽은 것은 바로 빈곤 문제이다. 교황은 거의 개탄에 가까운 목소리로 “빈곤은 최악의 추문”이라며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자원과 지식,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이 만연해있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빈곤 퇴치를 위해서 우선 삶의 방식을 변화할 것을 요청했다. 또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제거하고 환경과 총체적인 인간 발전을 보장하지 않는 현재의 경제 성장 모델을 수정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교황은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선진 부국들의 지원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최빈국들에 대한 외채 탕감의 시급성을 지적하는 한편, 약속된 외채 탕감 일정의 지연을 비판했다. 더욱이 빈국 지원과 외채 탕감에 대해 어떤 조건도 달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군비 경쟁과 난민 문제
냉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지역 분쟁과 갈등의 양상, 테러와 반테러 전쟁에 대해 언급한 교황은 “재래식 무기와 대량 살상 무기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위기가 고조되어왔다”고 지적하고 전세계적으로 군비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테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왜곡되고 있는 국가 안보 문제는 전세계 차원에서, 그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고 교황은 말했다.
교황은 또 각국의 분쟁으로 인해 양산되는 대규모 난민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이들 난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제적인 원조 기구들의 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교황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폭력과 더 나은 삶의 조건을 찾아 자기 집과 고향을 떠나고 있다”며 “이러한 난민들의 이동이 강제로 막아지거나 통제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교황은 이민과 이와 관련된 많은 사회 문제들은 반드시 인도주의적으로, 그리고 정의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명 수호
교황은 마지막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현대 문명의 공격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교황은 우선 아프리카 등지에서도 낙태 합법화를 위한 국가적인 움직임들이 있음에 대해 개탄하고, 동성애 결합 등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를 벗어나는 결합에 합법적인 혼인의 지위를 부여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교황은 이러한 움직임들에 대해 “가정과 혼인의 본질과 그것이 지닌 유일한 사회적 역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명 문제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문제가 바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로서, 교황은 “과학적 연구라는 이름으로 생명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전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인간 배아 연구의 부당함에 대해 지적했다.
▨각 대륙의 당면 과제들
교황은 현대 세계가 직면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대륙별로 당면 과제들을 지적하고 교회가 어떻게 노력해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아시아 - 종교 자유 문제 시급
우선 아시아 대륙의 현실과 관련해 교황은 종교 자유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아시아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비록 작지만 생생한 활력을 지니고 있으며 자유로운 종교활동에 대한 정당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는 “한반도에는 위험한 긴장의 요인들이 숨어있다”며 “남북한의 화해와 한반도의 비핵화는 동북아 지역 전체에 선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북한의 취약 계층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어떤 정치적 협상 이전에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에 앞서 아시아 대륙의 가장 주요한 국가인 인도와 중국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베트남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동 지역과 관련해서 교황은 폭력과 테러가 빈발하는 것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무력 투쟁은 사태의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등 중동 지역의 관련 당사자들이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강화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아프리카 - 유혈사태와 기아 해결 노력
교황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무력 투쟁들과 빈곤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특히 차드, 중앙아프리카, 우간다 등지에서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는 사태에 대해 지적하고 이러한 잔혹한 분쟁들로 인해 무죄한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참상에 대해 개탄했다.
교황은 이에 따라 “우리는 전쟁과 긴장의 상황에 처해 있는 아프리카를 잊어서는 안된다”며 “오직 대화를 통한 협상만이 분쟁을 잠재우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틴 아메리카 - 빈곤 퇴치와 민주화의 열망
오는 5월 브라질을 방문할 예정인 교황은 라틴 아메리카와 관련해서는 빈곤 퇴치를 위한 라틴 아메리카 여러 나라의 노력과 민주화를 향한 정치적 노력이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라틴 아메리카 각국에서 경제 지표가 호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며 마약 밀매나 부패 척결을 위한 노력, 사회 통합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 교육, 실업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 등을 높이 평가했다.
◆유럽 -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회복해야
유럽 대륙에 대해서 교황은 그리스도교적 뿌리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 “인간 존엄성의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가치가 온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유럽의 그리스도교적 전통을 기억할 것과 함께 과거의 긴장과 갈등의 요소들을 ‘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테러의 유혹을 받는 모든 유럽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을 중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교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