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옥수수 개발기금 지원·씨감자 보내기·연어부화장 건설 등
"10년째 '물고기 잡는 법' 전수"
교구의 절반이 북녘땅에 있는 춘천교구는 민족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체험하고 있다. 때문에 교구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대북지원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교구에서 펼치고 있는 북강원도 주민과 신자들에 대한 나눔 실천 운동 ‘한솥밥 한식구’는 1997년 교구장 장익 주교의 호소문 ‘빵도 하나·우리도 한몸’ 발표로 시작됐다. 장 주교는 호소문을 통해 “우리는 같은 겨레입니다. 같은 하느님 아버지의 한 식구입니다.”라고 밝히며 교구민들에게 북한 동포들에게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이 운동을 시작함과 더불어 교구는 교구 내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12명으로 구성된 한삶위원회(위원장 장익 주교)를 발족해 대북지원 활동 전반을 의논하고 추진하고 있다.
한솥밥 한식구 운동의 첫 번째 결실은 ‘북강원도 감자 300톤 보내기’다. 97년 9월 당시 연이은 수해와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던 북한 주민들에게 감자 300톤은 소중한 도움의 손길이었다. 이어 ▲김순권 교수의 슈퍼옥수수 개발기금 지원 ▲씨감자 보내기 ▲북강원도 어린이 결핵 예방 및 치료지원 ▲연어부화장 건설 및 연어 치어 방류 ▲연탄 30만장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모든 대북지원 사업에는 교구만의 원칙이 있다. 첫째는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식량, 의료품, 생필품 등을 제공한다는 것. 두 번째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마태6,3)라는 성경 말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북강원도를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원대학교 북한농업지원후원회, 유진벨, 남북강원협력협회, 사랑의 연탄 나눔운동 본부 등 전문기관과 함께 대북지원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것이 인간된 도리이자 하느님 자녀로서의 도리, 분단된 교구의 도리라는 것이다. 진실된 마음으로 꾸준한 도움을 줄때 남북 간에 신뢰가 구축된다는 믿음이 교구가 10년 동안 이 운동을 진행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뿐만 아니다. 교구의 활동은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는다. 교구민들이 북한을 한민족, 한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일환으로 ‘한솥밥 한식구’가 적힌 손수건과 지갑 5만매를 보급했다. 신자들은 ‘북녘동포돕기’와 ‘평화통일기원’의지가 담긴 손수건과 지갑을 몸에 지니면서 ▲음식물 남기지 않기 ▲금요일 한끼 굶기 ▲외식비와 유흥비의 십일조 봉헌 등 일상생활에서 북녘돕기를 실천했다.
또한 대북지원 사업에는 밥먹듯이 하는 ‘기도’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교구의 생각이다. 따라서 민족화해를 위한 식사 전·후 기도문과 민족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문을 만들어 전교구민에게 배포했다. 그 외에도 교구 내 각 본당은 매월 25일 민족화합의 날 미사와 성탄 자정미사, 구유조배 봉헌금을 한솥밥 한식구 운동 기금으로 내놓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한편 장주교는 한솥밥 한식구 운동을 통해 펼친 대북지원 사업의 진정성과 순수성, 변함없이 꾸준하게 활동을 이끌어온 공로로 ‘제1회 DMZ 평화상’(2005년)을 수상했다. 장 주교는 상금으로 받은 500만원을 남북강원도의 어려운 이들에게 보내는 연탄 구매를 위해 내놓았다. 교구장부터 교구민까지 합심해 한식구인 북한주민들을 돕는데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장주교의 호소문 발표와 함께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었던 한솥밥 한식구 운동이 어느덧 10주년을 맞았다. 묵묵히 한결같이 북녘 돕기를 진행해오는 동안 교구민 마음 속에서 북녘 땅의 동포들은 더 이상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한 핏줄, 한 역사를 가진 하느님의 한 가족이다.
■[인터뷰] 한삶위원회 총무 김현준 신부
"춘천교구는 '분단 교구' 북강원도 지원은 당연"
“우리 교구는 자체가 반으로 갈라져있습니다. 같은 교구민인 북강원도 주민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춘천교구 한삶위원회 총무 김현준 신부는 북한동포가 ‘한식구 한가족’임을 강조했다.
“북한 핵 실험과 같은 문제가 생기면 지원 물품을 북한에 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보내야 한다는 것이 한솥밥 한식구 운동의 뜻입니다.”
때문에 이번 북한 핵실험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한삶위원회는 연탄 보내기를 거르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구장 장익 주교는 2005년에 받은 DMZ 평화상 상금을 연탄구매 기금을 내놓아 ‘연탄보내기’ 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교구의 노력이 통한 것일까? 북한 주민들은 남쪽에서 보내준 연탄에 놀라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북한 동포들에게 물품을 제공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의 의식변화가 중요합니다. 음식을 아껴먹고, 외식비용을 절약하면서 북쪽에 있는 한식구들을 생각해야합니다.”한쪽에서는 음식이 남아서 버리고, 다른 한쪽은 기아에 허덕이는 것이 남북한의 현실. 김 신부는 “우리가 각자 처해있는 위치에서 환경 정신을 되새기며 생활한다면 그 것 자체가 북한에게는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또 한솥밥 한식구 운동에 있어서 교구민과 전 국민의 ‘한결같은 기도’는 남북화해의 기반이 된다고 전했다.
“한 가족을 돕는 데 있어서 사이가 좋거나 나쁘거나를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남북한의 사이가 분위기를 타지 않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꾸준한 기도가 밑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북녘동포를 위한 기도가 중심이 된다면 변화하는 상황에도 흔들림 없이 도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신부는 우리민족의 통일염원이 기도로서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한솥밥 한 식구 운동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도 묵묵히 우리 한 가족을 도와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교구민 더 나아가 한국교회의 신자들이 많은 기도로 도움을 주길 바라는 것이 장 주교님을 비롯해 운동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입니다.”
■2006년 대북지원 핵심사업‘연탄 보내기’
"30만장 보내 북한주민 추위 녹였죠"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10년간 노력한 춘천교구. 1997년부터 감자 300톤 보내기, 씨감자 보내기, 북강원도 어린이 결핵 예방 및 치료지원, 연어부화장 건설과 연어 치어 방류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작년에는 ‘연탄보내기’ 운동에 주력해 왔다.
지난 한 해동안만 5만장씩 6차례 총 30만장의 연탄을 보냈다. 이전과 같이 지정기탁제지만 관광특구인 금강산 지역에 한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그나마 북강원도 온정리, 삼일포, 금정리 등 세 지역으로 보내 더욱 많은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특별히 한삶위원들이 이번 연탄보내기 운동을 통해서 북한을 방문했다. 평소 쉽게 오지 않는 기회지만 북한을 체험으로써 더욱 북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또한 위원회로서 탁상공론이 아닌 북한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북한을 방문한 한삶위원 목영주(대건안드레아·61·강릉 임당동본당) 씨는 “많은 사람들이 금강산과 같은 관광특구를 통해 북한을 방문하는데, 우리는 특별히 북한주민들이 살고 는 곳을 방문해 의미가 새로웠다”며 “물론 그들과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지만 남한에 대한 감정의 벽도 많이 허물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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