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연구의 진짜 동기는 특허권과 그 이익…
이러한 상업적 의도 대중들에겐 감춰져”
“미국내 생명운동 흑인 인권운동 보다 더 큰 성과 이뤄…
생명운동, 그만큼 중요 ”
한국사회 안에서 가톨릭교회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죽음의 문화’와 대항하기 위한 전면에 서 있다. 특히 서울대교구는 지난 2005년 생명위원회를 발족하고, 난치병 환자들을 치유하기 위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범국민적인 생명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에서는 더욱 활발한 생명운동과 보편적 연대를 위해 교황청 사회과학학술원 원장 메리 앤 글렌던 교수(하버드대 법대)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와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글렌던 교수는 세계적인 평신도 학자로서 특히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책위원회 고문, 대통령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30여 년 이상 생명운동의 기수로 활동해 왔다. 이번 대담에서 글렌던 교수는 “현대사회에는 마더 데레사와 같이 ‘진실을 외치는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우 신부(이하 박신부) : 한국사회는 지난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로, 생명경시풍조가 야기하는 사회 문제에 대해 새롭게 눈뜨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배아줄기세포연구와 관련한 각종 문제들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글렌던 교수 : 저는 미국 대통령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임기 중 절반은 이 문제에 관한 전문가들의 증언을 들으며 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생명을 파괴하지 않는 대안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 뿐 아니라 탯줄혈액과 양수 등에서도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특히 배아 연구의 가장 큰 동기가 난치병 치료제 개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윤리적 문제가 없는 연구가 다양하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이 배아 연구에 매달리는 진짜 동기와 동력은 특허권과 그 이익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상업적 의도는 대중들에게는 감춰져왔습니다.
-박신부 : 교수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세계적인 평신도 학자로서 생명운동 부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생명운동에 동참하게 되신 계기를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글렌던 교수 : 1970년대와 80년대 초 비교법 학자로 활동하면서 순수한 학문적 목적으로 경제?사회적 수준이 비슷한 20개 국가의 낙태문제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미국과 중국만이 9개월의 임신 기간 동안 거의 아무 장벽이 없이 낙태가 가능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적 입법 과정을 거치면서 공개 논의와 타협 과정이 있었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정치적으로 타협하는 것이 반드시 도덕적으로 타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이 바로 학문적 호기심과 생명운동에 관심을 갖게 한 계기입니다.
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법은 너무 극단적이고 일반 국민의 정서와도 맞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인간 생명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기에 법이 낙태를 허용한다고 말하면 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신부 : 낙태는 인간생명경시의 대표적인 사태이지요. 이렇게 인간 생명이 공격을 당하고 생명의 가치가 무시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렌던 교수 : 생명과 관련해서는 수많은 문제들이 난립해 있고 원인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과학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른 반면, 우리사회는 그에 대한 도덕적 의미에 대해 숙고할 능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박신부 : 그렇다면 교회가 그러한 발전에 발맞춰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글렌던 교수 : 가톨릭교회는 생명존중을 위해 지금까지 보다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30년 이상 생명존중운동을 펼치면서 우리의 주장을 과학적 근거를 갖고, 더욱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낙태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과학적 논쟁에서는 설득력있는 의견을 제시해 왔습니다.
하지만 낙태 반대가 생명존중운동일 뿐 아니라 여성존중운동이라는 점은 아직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낙태찬성론자들은 생명운동가들을 반여성적, 반인권적이라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이들이 생명운동가를 표현할 때 쓰고자 하는 말입니다. 낙태찬성론자들도 낙태가 되레 여성의 건강과 인권을 크게 위협하는 것을 알고 있고, 여성존중을 위해서라도 낙태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박신부 : 반생명 문화를 정화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 등입니다. 이런 도전들에 대해 어떻게 대항해야 할까요?
▲글렌던 교수 : 우리가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보기 바랍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30년간 이 모든 강력한 이익집단의 도전을 받아왔습니다. 엘리트 언론들, 대학, 모든 상업적 이익집단, 이를테면 수십억 달러의 인공피임 산업과 낙태 산업, 낙태를 크게 지원하는 플레이보이재단,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생명운동에 크게 반대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정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상당히 진전된 운동을 이뤄왔습니다.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크고 대중적인 지지를 얻은 인권운동은 생명운동이라고 주장해도 좋을 것입니다. 심지어 미국 흑인 인권운동 보다도 더 큰 일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달리 우리 편을 들어 여론을 주도할 지도자 없이 이러한 일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생명존중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진리를 갖고 있고 대중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거의 대다수 국민이 낙태를 반대합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우리가 있는 것입니다.
과학의 발전도 우리 편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와 달리 초음파 사진을 본 사람들은 낙태찬성론자들이 “태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하는 말이 거짓임을 알고 있습니다.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효과와 결과들을 더욱 널리 알리고,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섹스도 허용하지 않고 즐거움을 막는 등 무조건 ‘안돼’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생명운동에 반대하는 이들이 우리를 묘사하고 싶어 하는 방식입니다. 교회는 인간 본성의 완성을 이루는 것에 대해 ‘예’라고 말합니다.
-박신부 : 교수님께서는 한국인 아이를 입양해 키우셨는데요. 사실 한국인의 핏줄에 대한 집착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국내 입양률이 낮은 편이며, 낙태가 많은 이유 중 하나도 입양이 어렵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수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 글렌던 교수 :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한 형제자매입니다. 바오로 성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세례받은 여러분들은 유다인도 이방인도, 남자와 여자도, 자유인도 노예도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고, 입양에 관한 태도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박신부 : 현재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낙태율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해 주실 조언이 있으십니까?
▲글렌던 교수 : 개인적인 선택, 즉 돈이 많이 들거나 불편하다고 해서 아이를 낳는 것을 가치가 별로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더하게 될 지에 대해 적극 알려야 합니다.
낙태를 자행한 부모의 세대가 자녀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요? 우리 자녀들은 자신의 형제 자매들이 낙태로 없어졌다는 지식을 갖고 자라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노인공경이 가치있는 문화로 자리잡아왔지요. 미국도 한때 나이든 어른들을 존경하고 가치있게 여기던 사회였습니다. 하지만 약하고, 공격당하기 쉽고, 불편하고, 보살피기에 돈이 많이 들게 된 사람들은 없어져도 좋다고 사람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이 세대는 자녀들에게 부모가 늙게 되면 부모를 어떻게 해도 좋은지에 대한 아주 무서운 교훈을 주게 됐습니다. 부모가 돌보기에 돈이 많이 들고 짐스러워질 때 안락사를 행해도 좋다고 가르칠까봐 두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낙태 등을 용인하는 행태가 미래세대에게 무슨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박신부 : 특히 아시아를 비롯해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생명 훼손 문제가 더욱 심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생명의 문화 저변 확대를 위해 각 국가의 생명운동 연대 방향에 대해 조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렌던 교수 : 세계적인 생명운동 연대는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서울대교구가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하고, 미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시상한 것도 매우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각자 가진 정보와 지식을 나누어야 합니다. 생명과 관련한 이슈는 매우 많습니다. 과학은 매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가난과 생명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연결해서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생명의 신비상’ 시상과 국제강연회 등의 노력은 그러한 연대의 좋은 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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