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가 제정한 ‘생명의 신비상’ 첫 시상식이 지난 1월 15일 열렸다. 이 상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명과학, 인문과학 연구자와 활동가에게 주어져 의미를 더했다. 세계 가톨릭 생명윤리의 최고 권위자인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스그레치아 주교는 올해 생명의 신비상 인문과학 연구 부문상을 수상해 관심을 모았다. 스그레치아 주교는 탁월한 학술적 업적과 각종 저서를 통해 가톨릭교회 생명윤리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시상식 참가 차 한국을 방문한 스그레치아 주교는 한국교회 생명운동 활동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며, 전 세계에 ‘생명의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는데 적극 협력할 뜻을 밝혔다. 특히 스그레치아 주교는 이번 방한 중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와 특별대담을 갖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범국민적인 교육과 전문연구를 지원하는 한국교회의 활동은 매우 모범적”이라며 “앞으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등 더욱 큰 발전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대담자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 스그레치아 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수정 주교
“현대사회의 가치관은 유용성과 쾌락주의 인간배아연구도 유용성 즉‘돈’이 목적 ”
“경제적 이익과 공리주의에 한국사회도 너무 오염돼 생명윤리 전문기관 설립 세계 생명수호에 기여”
-염수정 주교 : 서울대교구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 수호와 난치병 치료 지원을 위해 생명의 신비상을 제정하고 분야별 연구자와 활동가를 발굴,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주교님께서도 제1회 생명의 신비상을 수상하신 데 대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스그레치아 주교 : 아주 먼,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온 초대장을 받고 처음에는 매우 놀랐습니다. 깊은 감사를 드리며, 저 뿐 아니라 세계 각 교회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생명학술원 관계자 모두에게 주는 상으로 알고 그 의미를 더욱 새기겠습니다. ‘생명의 신비상’ 수상을 계기로 한국교회의 생명운동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젊고 역동적인 한국교회의 모습, 특히 생명수호를 위해 단순히 캠페인만 펼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직접 배워나가는 모습을 접한 것은 큰 기쁨이었습니다.
-염수정 주교 : 주교님께서는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도 겸하고 계시는데요. 한국 신자들을 위해 생명학술원의 역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스그레치아 주교 : 교황청에는 크게 법과 행정 관련, 사도직 관련, 학술 관련 기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에 설립된 생명학술원은 과학적, 법률적, 윤리적인 면에서 어떻게 하면 생명을 잘 보호할 수 있는지 연구하는 기관입니다. 현재 전세계 150여명의 학자들이 각종 이슈와 문제점에 대해 논의,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들은 교황청 각 기관과 전 세계 각국 주교회의 등에 보내져 사목 등에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문서는 한국교회와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 들었습니다.
-염수정 주교 : 주교님께서는 생명윤리에 관해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가톨릭신문과의 특별대담을 통해 현대세계와 사회, 교회의 생명문화 건설에 대한 입장을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피력해주셨습니다. 당시 대담에서 주교님께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을 인용해 오늘날 세계에서 생명에 대한 공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고, 더욱이 우리 사회는 그 공격을 되레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는 슬픈 현실에 대해 지적해주셨습니다. 오늘날 범지구적으로 만연한 이러한 생명에 대한 공격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할 지 주교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스그레치아 주교 : 오늘 우리의 만남을 통해서도 현대사회의 생명경시 문제가 얼마나 복잡한 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 전체를 이끌어가는 대표적인 가치관은 유용성과 쾌락주의로 대표될 수 있습니다. 서양사회에서는 편안함과 쾌락만을 추구한 결과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물질문명을 통해 아시아 등 동양사회에서도 전해져 큰 사회문제가 되는 것으로 압니다.
게다가 과학적 연구 특히 인간배아 연구 등도 공동선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 유용성을 위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즉 ‘돈’을 목적으로만 고민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염수정 주교 : 주교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국의 경우 1973년 모자보건법이 제정돼 낙태를 허용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도 경제발전과 여성의 건강보호라는 명목 하에 인구억제정책을 펼쳤습니다. 당시 한국정부와 국민들은 모두 ‘잘 살아보자’는 염원으로만 가득찼었습니다. 이후 낙태율은 크게 증가했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현재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정부도 저출산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한국사회도 경제적 이익과 공리주의에 너무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2005년 1월부터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는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교회는 이 법률에 대해 반대의사를 제기하고 개정작업을 펼치는 중입니다.
▲스그레치아 주교 : 유럽에서는 출산율이 계속해서 줄어들면서 결국 공장과 학교 등도 연이어 줄고, 결과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실제 이민자들이 없으면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든 현실입니다. 자살행위와 같은 이러한 현실을 보면서 각 정부들도 진정한 유용성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선을 행하는 것이 진정한 유용성이 된다는 것을 깨닫길 바랍니다.
-염수정 주교 : 한국교회는 지난 수년 동안 생명에 대한 공격을 참으로 절절하게 경험했습니다. 생명의 신비상을 비롯해 많은 재원과 인력을 투입해 더욱 적극적으로 생명운동에 나선 것도 이러한 경험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교님께서 생각하시기에 한국교회가 한국사회, 나아가 전 세계의 생명문화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이 될 수 있을지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스그레치아 주교 : 무엇보다 생명수호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의 힘을 합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한국교회처럼 생명윤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는 모습에서 희망을 봅니다. 세계적으로 생명윤리학교 등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희망적입니다. 앞으로 이 모든 활동가들과 기관단체들이 연대해 더욱 깊이있는 연구를 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각국 정부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대책들을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특히 일반대중들에게 생명존중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염수정 주교 :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주셨는데요. 앞으로 아시아 각국과의 연대 방향성과 한국교회 역할에 대해 조언해주시기 바랍니다.
▲스그레치아 주교 : 한국교회는 벌써 올바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동익 신부님과 같은 분이 생명학술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의 의과학 전문가들이 로마를 방문해 직접적인 연대를 맺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한국교회가 생명윤리 전문 교육기관을 세울 것을 희망합니다. 전문 교육기관이 세워진다면 한국사회에 필요한 연구활동을 더욱 깊이있게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 주변 나라 학생들도 양질의 교육혜택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한국교회 활동을 모범으로 각 나라에서도 생명윤리 전문기관들을 설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각 나라의 또 각 분야의 기관들이 생명수호를 위해 연대하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가톨릭교회 윤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기관들이 다양하게 세워지고 또 연대하길 기대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문가의 양성입니다. 생명운동은 단순히 의지와 뜻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깊이있고 올바른 학술적인 바탕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염주교님께서 교황청 생명학술원에 바라시는 점과 활동 등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염수정 주교 : 한국교회에는 다양한 분야의 생명 관련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세계 각국 연구진들과 연대해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칠 수 있길 바랍니다. 특히 생명윤리 전문기관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청합니다. 한국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인재를 양성해 전 세계 생명수호를 위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스그레치아 주교 : 한국 방문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수많은 형제들이 함께 생명수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깊이 느끼고 희망찬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