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풍부함 느껴 보세요”
조각가 조재구(율리오)씨가 18여년 만에 개인전을 열고 각종 성물을 선보인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 후 중고등학교 미술교사로 재직한 바 있는 조씨는 지난 2000년부터 성상 조각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그동안에는 ‘천공(heaven)’ 등을 주제로 한 비구상 작업을 주로 해왔다.
이번 개인전 주제는 ‘선 면 형을 찾아’. 출품작들의 형태와도 맞닿아 있는 주제다.
조씨의 작품에서는 구상과 비구상의 요소가 독특하게 어우러진 ‘조화’의 미가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기교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고 꾸밈새를 단순화했지만 직선과 곡선, 면의 조화는 외형을 벗어나 내적인 이야기로 끌어당기는 기운을 뿜는다.
조각가의 시선도 독특하다. 예를 들어 십자가의 길 안에서는 고통받는 예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십자가 위에 달린 명패, 상처받은 손 등을 확대묘사해 십자가의 고통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조각가 최종태씨(서울대 명예교수)는 전시회에 앞서 “종교적인 주제를 갖고있다 해서 다 종교미술인 것은 아니지만, 조선생이 표현하는 고졸(古拙)한 형태미와 탈속한 기품은 성상과 매우 잘 어울린다”며 “조선생은 아름다운 형상을 통해 자기만의 믿음을 정직하게 형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씨는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나의 신앙 그 자체”라며 “종교는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장 큰 유산으로 종교와 미술의 만남을 통해 바라보는 이들에게 진지함을, 나아가 정신적 구원과 영성적 풍부함을 느끼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전했다.
전시회에서는 성모자상과 성가정상, 십자고상 등 총 3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대부분 브론즈 작품이다. 전시회는 2월 1~15일 서울 중림동 가톨릭화랑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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