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게서 삶의 이치 배워요”
2005년 강원도 평창 산골짜기로 들어가
올 11월 옻칠공예 전시회 준비로 구슬땀
전시회 수익금 전액 불우이웃 위해 사용
자연은 인간의 스승이자 넓은 교실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인 자연은 모르는 것이 없다. 원주교구 김태원 신부가 혈혈단신 강원도 평창 한 산골짜기로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자연의 제자 김신부에게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금곡계곡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간 끝에 흙집 하나가 보였다. 그곳까지는 자연이 만들어 준 하얀 눈길을 따라 올라갔다. 가파른 산길을 올라 헉헉돼는 기자에게 김신부는 환한 미소와 함께 농담처럼 인사말을 건낸다.
“우리 집까지 오면서 ‘헉헉’ 거리는 사람은 운동 부족인건데…….”
집 안에는 TV도 컴퓨터도 없다. 자연과 함께 하기위해 흙과 나무만을 이용해 집을 지었다. 텃밭을 마련해 농사일도 시작했다.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도 각별하다. 마을주민들에게 산에서 내려오는 돼지나 고라니를 잡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산에서는 우리가 객이고 동물과 식물이 주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저한 자연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2005년 9월 이곳에 들어온 김신부는 어려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잖아요”라는 짧은 답을 내놓았다.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를 견디기도 하고, 자는 도중에 뱀을 잡기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홀로 지낸지 16개월, 이제는 부족한 것이 있어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태원 신부의 또 다른 직업(?)은 화가다. 전시회도 벌써 네 번이나 열었다. 1978년 파리 유학길에서 만난 화가들의 이야기가 계기가 됐다. 이후 1994년에는 파리 국립미술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화가경력 30년, 이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어 보이는 베테랑이지만 최근에는 옻칠공예에 빠져있다. 무용문화재에게 옻칠을 배우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 평창에서 원주와 서울을 오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옻칠공예는 굉장히 유용해요. 항산화작용, 방부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동양적 색감으로 우리 눈을 사로잡죠. 하지만 친환경적 재료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그 자체가 자연이지요.”
올 11월에는 다섯 번째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 나무, 철판, CD, 한지, 가죽, 도자기 등 여러 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옻칠공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를 위해서 특별 가마를 직접 제작했을 정도로 열정도 대단하다. 또 이천에서 도자기 굽는 법을 배우고, 은행나무에 삼베, 참숯, 황토를 바른 공예재료를 만들기 위해 1년을 투자했다. 모두 옛 선조들이 하던 옻칠공예를 그대로 살리기 위한 것.
김신부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외에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시회에서 생긴 수익금 전액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았다.
“신부가 이익을 남기면 뭐하누? 이웃과 나누는 게 당연하죠.”
자연에게서 삶의 이치를 배워가는 김신부는 한가할 틈이 없다. 게다가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을 텐데 산에서 느낀 세상이치를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책을 준비하고 있다. 도시로 돌아갈 계획을 묻자 김신부는 “그런 계획은 신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지.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산 속에서 더 배우고 성화돼서 내려갈거유”라며 자연과 같이 포근한 웃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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