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 모든 일 척척
“장애인도 교회일 할수 있어”
대전교구의 굵직한 행사 마다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행사 모습을 촬영하다보니 행사장 한 가운데 자리해 자연스럽게 이목을 끌지만 한 번 보면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한 번 쳐다보게 만든다.
부자연스러운 몸동작과 찡그리는지 웃는지 모를 표정 때문이다. 비 오 듯 땀을 흘리면서도 행사 장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촬영 기자재를 다루는 모습은 자못 심각하다.
뇌성마비 3급
대전교구 홍보국 정재형(요셉.36.대전 대화동본당)씨는 뇌성마비 3급 장애인이다.
태어난 지 불과 백일 만에 뇌성마비 판정을 받았다. 의사소통도 어렵고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더 노력했다. 고등학교를 마쳤고 정보처리기사 2급 자격증도 땄다.
컴퓨터에 관한 한 남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정씨는 벤처기업 전산실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하지만 회사가 부도나고 일자리를 한순간에 잃었다. 전기전자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도 손을 대고 작은 금속 관련 기업에서 전산관리 업무도 맡는 등 직업에 부침이 더해갔다. 쇠를 깎고 녹이는 막노동도 해야 했다. 보통 사람에게도 벅찬 일이었다.
정씨가 교회에 보금자리를 튼 것은 지난 해 6월. 대전교구 홍보국의 홈페이지 발전방향 제안 공모에 채택된 데 이어 홍보국 직원으로 일하게 됐다. 2000년부터 2년간 자원봉사로 교구 서버를 관리하며 잠시 동안 교회에 발을 들여놓았던 정씨가 비로소 교회를 위해 제대로 일하게 된 것이다.
조금 불편할뿐
교구 홈페이지 관리와 교구 행사 촬영이 정씨의 주 업무다. 장애가 불편을 주지만 그렇다고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하는 일이 너무 많아요”라고 엄살 아닌 엄살을 피우지만 사실 정씨는 걸어 다니는 전산실이다. 교구 홈페이지를 담당하는 것뿐 아니라 컴퓨터와 관련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한다. 교구청 각 부서의 말썽을 피우는 컴퓨터는 언제나 정씨의 몫이다.
번거롭고 벅찰 것 같은 일이지만 정씨는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어려움도 있다. 정씨는 ‘몸도 불편한데 어떻게 그렇게 힘든 일을 해요’라고 말하듯 쳐다보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된다. 자신은 아주 조금 불편할 뿐인데 주위의 인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주위의 시선 ‘부담’
정씨는 동정과도 비슷한 그런 시선 때문에 오히려 장애인들이 자신의 능력에 걸 맞는 일을 하지 못하고 점점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교회가 여러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교회 안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정씨의 말과 연이 닿는다.
“정상인하고는 분명히 다르죠. 하지만 못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하느님이 창조하신 생명이잖아요. 교회를 위해 맡겨진 일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요.”
정씨는 돼지띠다. 자신의 해에 교회를 위해 뜻 깊은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 정씨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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