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마라톤 동호회와 인연 감사”
지난해 11월 19일 열린 서울 100㎞ 울트라 마라톤 대회. 한 무명선수가 결승점을 1위로 통과했다. 6시간 35분 57초. 한국 신기록이었다. 세계 기록과도 불과 20여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대기록.
함연식(세바스티아노.29)씨의 등장으로 마라톤계가 술렁였다. 각 마라톤 잡지들은 함씨의 등장을 ‘하나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함씨가 결승점 통과 당시 입고 있었던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 티셔츠도 화제였다.
“가톨릭 마라톤이 벌써 이렇게 성장했나”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작 함씨는 당시 가톨릭 신자가 아니라 예비신자였다. “군 훈련소에서 우연히 천주교를 접했는데, 그 이후로 늘 종교를 가지게 되면 성당에 다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후배의 소개로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 잠실지역 코치를 맡은 것이 2005년 4월. 한동안 신자 아닌 신자로 지내던 함씨는 신앙 달림이들의 배려하고 나누는 모습에 푹 빠져 입교 결심을 굳혔고, 지난 1월 27일 석촌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태어난 후 선물을 그렇게 많이 받은 것은 세례식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가톨릭 마라톤 동호회와 인연을 맺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함씨의 인생은 굽고, 비탈지고, 가파른 길을 가야하는 마라톤을 닮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달렸다.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달리기를 멈춘 일이 없다. 하지만 쉬운 길이 아니었다. 중학교 시절 한 때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고등학교에 접어들면서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잊혀져 갔다. 몇 년이 지나도록 각종 대회에서 입상 한 번 하지 못했다.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포기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마라톤은 내 인생’이라는 각오로 다시 마라톤에 매달렸다.
하늘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한 것. 이후 한국체육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고, 졸업 후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을 거쳐 서울시청 육상팀에 자리를 잡았다.
아직 못 이룬 꿈이 많다. 올림픽에 출전, 메달을 따야한다. 2004년과 2005년 전국체전에서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아직 국내 정상급 선수가 아니다. 현재 마라톤 풀코스 기록이 2시간 21분대. 이를 2시간 10분대로 당겨야 한다.
“하지만 욕심은 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마라톤의 가장 큰 적은 욕심입니다. 많은 선수들이 욕심 때문에 ‘오버 페이스’를 합니다. 늘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새내기 신앙인 함씨는 ‘가톨릭 마라톤’ 글자를 앞 가슴에 달고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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