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환원 약속지켜 행복해요"
죽을 고비 넘기고 하느님 자녀로 새 삶
소외된 이웃 봉사 위해 열심히 돈 모아
폐교에 노인 복지 시설 ‘세심원’ 건립
# 기적 그리고 약속
1968년. 신혼의 꿈도 잠시.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의사는 아내에게 “회복이 불가능하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종교가 없었던 부부. 아내는 명동성당 성모님 앞에 엎드려 간절히 기도했다.
“성모님, 남편을 살려 주세요. 남편이 회복만 된다면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과 재산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겠습니다. 저희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 1개월 후 남편이 살아났다. 후유증도 없었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부부는 얼마 후 천주교에 입교했다. 부부는 이후 ‘성모님과의 약속’을 위해 철저히 검소한 삶을 살았다. 입는 것, 먹는 것을 아껴가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외동딸도 등 떠밀어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했다.
# 약속을 위한 땀과 희생
신재홍(파비아노.70) 조행희(율리아나.66) 부부. 신씨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다 2급 공무원으로 정년 퇴직했다. 조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30여년을 재직한 후 정년 퇴직했다.
이들은 1995년 평생 함께 모은 재산 중 일부로 충북 제천 덕산면 도기리의 한 폐교와 인근 토지 6000여평을 매입했다. 그리고 또다시 수억여원을 들여 학교 개조 공사에 착수했다. 전국에서 가장 훌륭한 노인 복지시설을 만들기 위해서 였다.
성모님과의 약속을 위한 ‘땀 흘리기’가 시작됐다. 쓰러져 가는 학교에 못질을 하고 새로 페인트를 칠하고, 나무를 심었다. 조경을 위해 실어 날은 돌만 트럭으로 100여대 분량이다. 욕실과 침실, 주방, 휴게실, 도서실, 샤워실을 만들고, 학교 뒤로는 산책로를 냈다. 앞으로도 자전거 도로와 조깅 코스 등을 만들 계획이다. 건설업체가 한 일이 아니었다. 모두 두 노부부가 지난 10년 넘는 기간 동안 하나 하나 해낸 일이다.
그 사이 마음 고생, 몸 고생으로 아내의 머리가 하얗게 됐다. 2000년에는 아내의 다리가 골절되는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있는데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 “분수에 넘치는 일을 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핀잔도 많이 들었다.
# 평생을 걸쳐 지켜낸 약속, 세심원(洗心院)
2007년. 오갈 곳 없는 노인들을 모실 준비가 끝났다. 완벽한, 노인들이 생활하기에 최대한 편안한 시설을 만들기 위해 보낸 긴 시간이 이제 끝나간다. 함께 생활하며 식사와 청소 등을 도울 50대 이상 연령의 자매를 찾는 대로, 오는 4~5월경 노인복지시설 문을 열 계획이다. 이름은 ‘세심원’이라고 정했다. 말 그대로 마음을 깨끗하게 닦는 곳이라는 의미다. 세례로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도 함께 담았다.
정부 지원은 받지 않기로 했다. 부부 연금으로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기초생활수급권자 대상인 할머니 10여분을 모시고, 자리가 잡히는 대로 건물을 신축, 할아버지들도 함께 모실 계획이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원할 경우 꽃을 비롯한 각종 작물을 키우며 그동안 만끽하지 못한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주위에선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좀 더 편안하게 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권했지만 부부는 단호하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성모님과의 약속 때문이다.
백발의 아내가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지상낙원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여가 및 취미 생활을 통해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시다가 하늘나라로 갈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에 뜻을 두고 있으면서도 여건이 되지 않아 봉사하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도 말했다. “입소 노인분들이 직접 시설 운영에 참여하는 체제를 만들 생각입니다.”
※ 문의 016-334-6194 세심원
사진설명
▶노부부가 땀흘려서 일궈낸 노인복지 시설 세심원 전경.
▶40년만에 성모님과의 약속을 지킨 신재홍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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