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은 인생처럼 끊을 수 없는 매력 있어”
죽어가는 노인 통해 ‘가정 문제’ 다뤄
드라마 ‘수사반장’ 영화 ‘씨받이’집필
오재호(빈첸시오.71)씨에게는 앞으로도 원로작가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을 듯 하다. 칠순을 훌쩍 넘어섰지만 그의 작품활동은 식지않는 열정으로 넘친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복음정신이 깊이 배어있어 관심을 모은다.
최근 오씨는 더욱 깊은 사랑과 풍요로운 혼인생활을 돕는 ‘ME(Marriage Encounter)’의 영성을 담은 모노드라마 ‘어떤 귀향’을 무대에 올릴 준비에 여념이 없다. 연출가, 배우들과의 창의적인 소통을 위해 연습에도 늘 참여하는 오씨를 연극 연습 현장에서 만나봤다.
“일그러진 가정은 단순히 사회적 관습으로만은 다시 일으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현대 가정 안에서 노인들은 고독은 피할 수 없고,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 않지요. 이번 작품에서는 홀로 죽어가는 한 노인의 독백을 통해 가정의 문제점을 끄집어내 보았습니다.”
‘어떤 귀향’에서 오씨가 던지는 메시지는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라는 말로 응축된다.
특별한 상징이나 꾸밈도 쓰지 않는다. 그저 노인의 지나온 삶과 그 안에서 느끼는 고독과 그리움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보일 뿐이다. 해답은 관객 스스로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고독의 해결점은 ‘가족 관계’와 ‘가족 사랑’이다. 모든 이야기 흐름의 근간에는 20여년 동안 ME 봉사자로 활동하며 길어올린 에피소드와 노하우들이 깔려있다고.
“삶이 참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ME를 알게됐습니다. 주말 ME에 참여하면서 부부와 가정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지요. 그때부터 가정과 관련한 보편적인 교회 가르침을 담은 작품을 10편째 쓰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리허설 무대로 선보였던 연극 ‘성스러운 수다’도 부부간의 진정한 소통,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서의 성(性)의 의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오씨는 그동안 희곡을 비롯해 영화 시나리오 30여편, 방송극으로는 400여편 이상을 내놓은 다작 작가이다. 동아방송 ‘특별수사본부’ MBC ‘수사반장’ 등이 바로 그가 쓴 작품이다. 영화 ‘씨받이’로는 대종상 극본상도 받았다.
이렇게 각종 작품을 소화해왔지만 오씨가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장르는 단연 연극이다. 특히 그는 창작 희곡 작가들이 부족한 한국의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보인다.
“흔히 인생을 한편의 연극이라고 비유합니다. 한숨에 무대에서 한 인생이 펼쳐지는 연극은 끊을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지요.”
오씨는 앞으로도 부부·가정문제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연이어 선보일 계획이다. ‘부부싸움을 합시다’ ‘마누라 맞바꾸기’ ‘메꽃 신화’ ‘아이는 오케이 결혼은 노’ 등의 작품 대본도 현재 동시에 마무리 작업 중이다.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나는 이미 그것을 얻은 것도 아니고 목적지에 다다른 것도 아닙니다’(필리 3, 12)라는 성경구절을 되새기며 오늘도 오씨의 펜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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