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아픔 담은 ‘추상미술’ 남겨
2월 22일부터 김종영미술관
선종 후 ‘가톨릭미술상’ 수상
“진정성이 담긴 예술작품은 소개되는 공간과 시간을 달리하면서 새롭게 재해석되고 재생하기를 반복한다.”(이창림 라파엘 교수의 글 ‘다시 만난 조각가 박희선’ 중에서)
사람은 떠나지만 예술은 남는다. 무엇보다 각 작품에 깃든 ‘진정성’은 작가의 삶을 ‘지금’에 되살리고 또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생명이다.
조각가 故 박희선(토마스 데 아퀴노 1956~1997)씨도 작품을 통해 그 삶과 창작활동의 가치를 다시 환기시키는 작가 중 하나다.
박씨는 마흔 한해라는 짧은 생을 살았다. 1996년 마련한 ‘김종영조각상’ 수상 기념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이듬해 간암으로 선종했다. 같은 해 ‘가톨릭미술상’ 심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결국 ‘가톨릭미술상(1998년, 제3회)’ 수상의 영예는 직접 안아보지 못했다.
이른 나이에 선종한 탓에 미술계에서는 빨리 잊혀졌지만 그는 ‘저항적 추상미술’이라는 의미깊은 작품세계를 남겼다.
민주화와 자유화의 요구와 반복으로 어지럽던 1980~90년대에 작가의식의 날을 세웠던 박씨는 대개 구상미술로 표현되던 민중미술에 추상미를 부었다.
최종태(요셉) 서울대 명예교수를 사사하고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故 우성 김종영(프란치스코 1915~1982)교수의 작품세계도 품은 박씨는, 끈끈하고 짙은 토속적인 향수를 바탕으로 이른바 모더니즘과 민중미술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특히 그는 ‘도끼’라는 소재를 통해 시대의 아픔을 입체화하는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된다.
최종태 교수는 “박희선은 삶과 사상, 형태, 그리고 그것을 다루는 역량이 조화를 이룬 작가”라며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도끼’들을 접하면 20세기 최고의 종교화가 조르즈 루오가 ‘미세레레(Miserere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제작하면서 했던 말인 ‘의인은 자기를 찍는 도끼에 향내를 묻힌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은 매우 추상적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상미도 동시에 담고 있다.
작가는 떠났지만 ‘모든 이’들의 소유물로 남은 그의 작품세계를 전시회를 통해 한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김종영미술관(관장 최종태)은 박씨의 선종 10주기를 맞아 2월 22일부터 추모전시회를 연다. 현재 미술관은 박씨의 작품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
‘생명’ ‘입맞춤’ 등을 주제로 창작된 작품 30여점을 연대기순으로 전시해 박씨가 추구한 토속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형태와 내용의 관계를 오늘의 시각에서 통시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한편 22일 오후 5시에 열리는 전시회 개막행사에서는 박씨의 부인 김길진(비비아나)씨와 자녀 경하(에딧), 준현(헤르메스) 트리오가 꾸미는 가족음악회도 마련된다. 또 24일 오후 3시에는 ‘박경하 바이올린 독주회’도 이어진다.
※문의 02-3217-6484, www.kimchongyung.org
작품설명
'그해 광주여’ (나무, 64×27×10)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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