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미사 강론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
“생명 존엄성 보호에 관심을”
전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1992년 5월 13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도록 제정했습니다.
‘세계 병자의 날’을 제정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가톨릭 의료 기관들이 병자들에게 최선의 도움을 주고, 그리스도교 공동체들로 하여금 특별한 방식으로 보건 사목에 투신하도록 도와주는 데 있습니다.
현대 과학과 기술의 발전, 의료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많은 풍요로움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반면에 과학 기술의 발전이 풍요롭게 해야 할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 교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목 대상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병자의 날 행사가 가치관의 올바른 정립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주제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영성적, 사목적 돌봄’입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도 이번 병자의 날 담화문에서 병자들을 위로하며 그들이 고통의 참 의미를 깨달아 고통의 그늘에 눌려 있지 말고 자유로운 인간으로 거듭 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번 서울 대회의 성경 말씀을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할 것입니다”(야고 5,15)로 정하였습니다.
이번 병자의 날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해서 여러 가지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환우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의 가난하고 병든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 대한 이웃사랑의 마음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동시에 우리를 통해 하느님 사랑의 손길이 북한의 우리 동포들에게도 전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2007년 열다섯 번째 세계 병자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모든 이의 관심을 여러 환우들에게 모으고자 합니다. 또한 생명존중의 올바른 가치관이 분명하게 성립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이럴 때 이번 세계 병자의 날을 통해 우리 모두는 환우들과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고 신앙적으로도 더욱 성숙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개막 연설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장 하비에르 로사노 바라간 추기경
“공격적인 치료는 고통만 연장”
세계 병자의 날은 사흘에 걸친 행사들을 포함하는데, 올해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영성적 사목적 돌봄에 관하여 성찰할 것입니다. 그 첫 날인 오늘은 학술과 신학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알아봅니다. 둘째 날인 내일은 이 난치병 환자들이 처한 사목 상황을 파악하고, 이 행사의 절정이 될 2월 11일 마지막 날 전례에서 우리는 주님께 우리의 연구와 성찰을 봉헌할 것입니다.
저는 개막 연설에서 오늘 학술의 날을 위한 토대로서 우리 성찰의 준거가 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교 가르침의 몇 가지 핵심을 밝히고 싶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질병, 안락사, 공격적 치료, 고통 완화 치료, 사전 유언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이해를 말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제대로 말하려면 인류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필요합니다. 한 사람이 생명, 고통, 죽음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취하는 입장은 그가 갖고 있는 인간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생명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고 인간은 생명의 주인이 아니라 관리자입니다. 죽음은 생명의 성숙입니다. 죽음은 매우 중요하지만 일시적인 한 단계가 끝나고 진정한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우리의 고통을 그리스도의 고통에 결합시킬 때, 우리는 당신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인류를 구원해 주신 그리스도께 결합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 자신을 그리스도께 결합할 때 우리는 고통 속에서 안식을 얻는 것이 아니라 행복 그 자체를 누리는 것입니다.
안락사는 살인 행위로써 결코 허용해서는 안 됩니다. 공격적 치료도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고통 완화 과정에서 환자가 무의식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해도 완화 치료는 언제나 사용되어야 합니다.
공격적 치료와 관련하여, 우리는 이 말이 여러 용어를 내포하고 있으며 그 의미가 계속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이는 과도하고 무익한 치료를 가리킵니다. 문제는 ‘누가 그러한 과도함과 무익함을 판단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바로 ‘환자와 의사와 가족, 그리고 생명윤리위원회’가 그 답이 될 것입니다.
사전 유언에서 특별히 유의하여야 할 점은 다음의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격적인 치료와 안락사를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둘째, 공격적인 치료는 무엇보다도 고통을 연장시키는 것 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무익하거나 부적절한 치료를 적용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이번 세계 병자의 날 동안 다루게 될 주제들의 기본 바탕을 살펴보았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성사적 배려, 그들의 상태와 치료, 삶의 질, 윤리적 문제, 삶의 성화, 생명윤리에 대하여 다룰 것입니다.
전 세계에 있는 환자들을 위한 연구와 사목과 기도를 위한 이 소중한 행사인 세계 병자의 날을 이렇게 시작하며, 아낌없는 성원을 보여 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 개막식 축하인사
-주한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
“의료인, 봉사자 노고에 감사”
교회는 언제나 사목적 돌봄과 병자성사를 통하여 환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습니다. 이 개막식으로 시작되는 병자의 날 행사는 이러한 교회의 꾸준한 관심은 물론, 지금도 여전히 그리스도교 생활과 사랑의 영감과 활력이 되고 있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을 증언할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당신 특사인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 의장 하비에르 로사노 바라간 추기경님을 통하여 우리 가운데 함께하시며, 병자들을 향한 교황님 개인과 보편 교회의 관심을 전하고자 하십니다. 또한 우리에게 고통 받는 형제자매들, 특히 죽음이 임박한 이들과 난치병 환자들, 말기 환자들의 고난에 마음을 열라고 당부하십니다. 교황님께서는 그들과 마주치게 되면 외면하지 말고, “너희가 내 형제들이니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하신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시간을 내어 그들을 방문하고 위로하라고 촉구하십니다.
교구나 본당, 의료시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한 시설들을 방문할 때면 저는 언제나, 병자와 말기 환자, 노숙자,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지고 있는 이들을 쉴 틈 없이 돌보고 있는 많은 의사와 간호사, 수도자, 평신도 봉사자를 만나게 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사회의 가장 작은 이들을 위한 그들의 헌신적인 봉사에 감사를 전합니다.
우리 가운데 있는 병자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또한, 우리가 당연히 여겨왔을지도 모르는 의료인들의 소중한 노고에 더욱 감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의료 종사자 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 난치병 환자들과 말기 환자들, 죽음을 앞둔 이들을 위하여 특별한 관심을 베풀어 주실 것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의료인들이 전문적 도움만 제공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사랑과 따뜻한 인간애, 연민과 이해로 환자들을 돌볼 수 있기를 빕니다.
멀리서 또는 가까이서 오신 모든 참석자 여러분이 이 아름다운 ‘아침의 나라’에서 세계 병자의 날을 거행하며 풍요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수환 추기경
“병자 돌봄은 그리스도 돌봄”
병자는 우리가 잘 알듯이 병이 무거울수록 우리의 관심과 기도, 보살핌, 사랑 등을 절실히 바랍니다. 특히 말기 환자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이들이 바라고 있는 돌봄에 대한 바람을 응답하는 것인지가 이번 행사의 중요한 의미입니다. 그리스도는 몸소 우리의 병을 짊어지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병자를 돌보지 않으면 곧 그리스도를 돌보지 않는 것입니다. 병자의 날은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은총의 날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번 행사를 통해 주님과 가장 깊게 만나고 은총을 풍성히 얻기를 기원합니다.
-주교회의 의장 장익 주교
“남을 섬기는 정신 사라져가”
믿는이들의 공동체인 교회가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극진한 자비를 본받아 당신의 삶을 입증하는 삶을 살아달라는 것입니다. 요즘 맹목적인 추구로 인해 나보다 남을 섬기는 정신이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을 통해 주님을 바라보는 것은 커다란 은혜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비우고 낮추고 고통받은 이들과 함께 끝까지 하신 그리스도의 구원의 신비에 동참하도록 불림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고통을 세상의 구원을 위해 돕는 계기로 승화시켜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을 뜻깊게 맞기를 바랍니다.
사진설명
바라간 추기경이 2월 9일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제15차 세계 병자의 날 세미나에 앞서 ‘완화치료를 넘어서’를 주제로 기조연설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