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마음먹기 나름이죠”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벽과 싸우면서 시련도 많이 겪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죽을 결심으로 살아간다면 못할게 없다고 생각했어요.”
경기도 부천 중흥마을 앞 매표소에서 행복을 파는 3급 지체장애인 장수명(프란치스코 34 인천 삼정동본당)씨. 벌써 8년째 이곳에서 시와 음악, 웃음과 사랑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있는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행복한 나그네 매표소 시인, 장수명’(멘토프레스/303면/9500원)을 내놓았다.
2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또래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해야 했다. 사회에 나가서는 부당한 편견과 차별에 맞서야 했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표현되고 있다.
“제가 아팠던 경험들을 과장되게 쓰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썼어요. 그래서인지 원고를 쓰면서 그때가 생각나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학교생활을 했던 장씨는 1993년 부천의 한 가스밸브제조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IMF로 인해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오랜 실직 상태에서 이력서만 100통 넘게 써봤지만 장애인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세상이 나를 버렸다고 생각했어요. 서럽고 절망에 빠져있었죠. 그때 인천 가톨릭노동사목부와 인연을 맺게 됐어요.”
그는 인천 가톨릭노동사목부 새날의 집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저항하는 법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사목부 선배들과 실직자 취업알선센터인 ‘희망의 나눔터’를 조직해 봉사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연히 매표소 운영을 권유받아 다시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장씨의 모습이 책 속에서 담담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는 매표소를 운영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외롭고 힘들었던 실패의 기억을 털어놓은 40대 중반 낯선 사내와의 인생이야기, 매표소에서 틀어놓은 음악에 맞춰 백주 대로에서 춤을 춘 사내, 중흥중학교 학생들과의 인연 등.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인생상담가가 되기도 했다. 그는 또 아름다운가게 부천지역 홍보대사를 맡을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장애인이라고 못할건 없어요. 불가능이라는 말은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거 아니겠어요.”
바쁘게 사는게 좋아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는 요즘 웃음치료사 공부에 흠뻑 빠져있다. “8월에는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웃음을 잃은 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봉사를 할 생각”이라고 말하는 장씨는 오늘도 여전히 행인들에게 밝은 미소로 아침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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