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역사 간직한 그리운 그곳으로…
교구 재건 힘 모으는 뜻깊은 자리
7~20일 서울 평화화랑서
생활상 등 50여점 선보여
‘고향’. 되뇌일 수록 아련한 여운이 남는 이름이다.
이러한 고향을 지척에 두고도 바라만 봐야 한다면 그 아픔 또한 헤아리기 어려울 터. 세월이 흐르고 제아무리 교통이 발달해도 여전히 자유롭게 갈 수 없는 그곳 ‘북한땅’은 사무치는 그리움의 대명사다.
특히 평양교구는 한국 신자 모두의 ‘신앙의 고향’으로 관심을 모은다.
평양교구 관할지역인 평안도는 한국에 천주교를 알린 초기 신자들이 중국을 왕래하던 복음화의 길목이었다.
첫 한국인 수도회인 ‘영원한 도움의 성모수도회’도 평양에서 싹을 틔웠다. 교구는 1945년 해방 당시 신자수만 1만6400여명, 본당 19개와 공소 109개, 교육기관 22개, 사회복지시설 17개가 활발히 움직이던 교회였다.
특히 일제 핍박 중에서도 교구 내 성직.수도자들과 신자들의 선교열정은 그 불꽃을 꺼트리지 않았다.
하지만 해방 후 공산정권의 박해로 평양교구는 교구 사제단 대부분이 순교하는 ‘순교의 역사’를 남기고 잠시 묻혀진 듯 했다.
현재 평양교구 사제단은 서울대교구에 입적, 사목활동을 펼치며 교구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땅에서는 북한 신자들을 위한 기도가 끊이지 않는다. 교구 성직·수도자 양성과 성전건립기금 모금 등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북한의 신자들은 60여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목자없이 묵묵히 신앙을 이어왔다.
오는 3월 17일, 평양교구는 설정 80주년을 맞는다.
이에 맞춰 ‘평양교구 설정 80주년 준비위원회(위원장 황인국 몬시뇰)’는 교구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연다.
3월 7~20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회는 자유를 잃고 ‘지하’에서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신자들을 기억할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본부장 장긍선 신부는 “전시회를 통해 북한 교회에 대한 관심과 기도를 모아주길 기대한다”며 “과거의 영광을 통해 현재 우리의 신앙을 반성하고 교구 재건 준비에 더욱 활발히 참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 일어나 가자’를 주제로 여는 전시회에서는 6.25 한국전쟁 이전까지 활발했던 교구민들의 신앙생활상과 현재 북한신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대폭 선보인다.
전시작은 1900년대 전반 평양교구에서 활동한 메리놀회 사제들이 직접 촬영한 자료들이다. 준비위는 미국 메리놀회 본부에서 들여온 2500여점의 사진 중 50여점을 선별해 교회건축물과 생활상, 교육, 사회복지, 전례 등 소주제별로 나눠 선보인다. 최근 북한교회의 모습은 장긍선 신부가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순교자성월이면 마련되던 순교극, 평양 거리 곳곳을 뒤덮은 성체행렬, 각 성당에서 옹기종기 모여 교리공부하는 순박한 어린이들의 모습, 각종 전례예식 장면 등이 생생하다.
어떤 세속적인 권력에 의해서도 닫히지 않는 하느님의 교회, 여전히 ‘진행형’인 북한교회의 모습이다.
※문의 02-727-2336 평화화랑
사진설명(시계방향으로)
▶캐롤 안몬시뇰과 아이들. 안주지방 아이들이 교리를 받는 모습이다.
▶의주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던 어르신들이 마루에 앉아 있다.
▶1936년 7월 6일 영유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전경.
▶서포성당과 메리놀회 본부 전경. 1932년 또는 33년경 촬영한 사진으로 추정된다.
▶혼인예식을 마친 새 신부의 모습. 1926년 의주성당.
▶신의주성당에서 거행된 장례예식. 1937년에 촬영한 사진이다.
▶영유본당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메리놀회 수녀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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