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은 남기는 것 아닌 나누는 것이죠”
유럽형 테마 레스토랑 ‘디종유로’ 미니홈페이지에 남겨진 한 장애우 어머니의 글이 마음 한켠을 파고든다. 패밀리레스토랑을 처음 이용한 후 너무 기뻤다는. 그동안은 돈보다 휠체어가 들어갈 곳을 찾기 어려워 가족외식을 늘 포기했었다는.
이른 봄바람으로 따스했던 2월의 마지막날, 경기도 부천역 인근에 위치한 ‘디종’을 찾은 이들의 얼굴에는 더욱 따뜻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날 손님은 노틀담장애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는 장애우와 그 가족들. 이색 요리를 골고루 맛보는 즐거움에 레스토랑 내 엔틱숍 등을 자유롭게 구경하는 재미 등이 더해져 그야말로 신바람 난 하루를 보냈다. 게다가 모든 음식값은 가족들의 웃음과 배부름으로 대신했다.
(주)코리아로얄컴퍼니(KRC) 대표이사 박애영(아녜스.48)씨는 지난 2003년부터 KRC 직영 레스토랑 ‘디종유로’와 ‘디종’에서 매달 지역 내 장애우들 가족나들이와 생일파티 등 각종 이벤트를 계속 펼치고 있다.
“장애우는 단지 몸이 불편할 뿐입니다. 조금만 신경쓰면 행복을 나눌 수 있잖아요.”
오랫동안 일본에서 생활한 박사장은 외식 한번 마음놓고 할 수 없는 장애우들의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어린자녀와 어르신 모두가 한꺼번에 즐길만한 음식문화 공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건축설계사의 역량을 살려 직접 레스토랑을 설계해 문을 열었다.
우선 자유롭고 편안한 공간 확보를 위해 500석이 들어갈 공간에 과감히 200석의 좌석만 배치했다. “장애우들이 지나가기 위해서는 의자 하나만 빼면 된다”는 단순하고도 배려 깊은 박사장의 결단이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방도 최고 시설로 갖췄다.
어린이와 어르신들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음식메뉴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음식비도 최대한 저렴하게 낮췄다. 각종 자선행사는 레스토랑의 최우선 업무가 됐다.
지난 몇 년간 운영한 결과는? 우려대로 적자였다. 지속되는 경영난으로 2개의 체인점은 어쩔 수 없이 접어야했다. 하지만 “내 가족들에게 대접한다고 생각하니 돈을 위해 좌석을 늘리고 재료를 바꿀 수는 없었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다.
주변에서는 소위 망하려고 작정을 했다는 걱정 아닌 걱정, 비난 아닌 비난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경영=이윤’이 아니라 ‘경영=자선’일 때 의미가 크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하느님이 제게 맡기신 것을 돌려드리는 시간이거든요. 무엇보다 하느님께 드리고 싶은 감사의 마음은 저를 가만두지 않는군요.”
박사장은 돈 잘 버는 CEO는 아니지만 스스로 양심있는 CEO로 남길 원한다.
“봉사를 한다고 생각하며 일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힘드니까 나중에 돈을 벌어 봉사한다는 생각은 잘못이 아닐까요? 지금 좀 덜 먹고 같이 나누니 하느님께서는 더욱 큰 기쁨을 주시더군요.”
박사장은 앞으로 도서관과 극장, 댄스홀까지 갖춘 가족테마공원을 짓고 싶은 큰 꿈을 품고 있다. 감칠맛나는 ‘행복’이라는 조미료가 가득한, 누구도 서로 눈치보지 않고 즐길 수 있는 행복공간을 기대해본다.
디종유로의 맛맛맛
◎쫄깃한 달팽이요리에 입맛 쏵~
패밀리 레스토랑 ‘디종유로’(대표이사 박애영 아녜스)의 문을 열면 유럽의 어느 멋진 거리에 여행온 기분을 만끽한다.
고객들은 600여평 규모의 레스토랑을 유럽의 어느 마을길을 산책하듯 구경하며 각 부스에서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 각 부스는 스테이크점과 파스타점, 멕시칸음식점, 베이커리, 아이스크림전문점, 칵테일바 등 독립된 전문 음식 코너다. 특히 어린이용 세트메뉴와 어르신들이 즐기는 한식, 일식, 중식 퓨전요리들도 선보여 온 가족이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메뉴개발실’과 ‘연구실’까지 따로 운영하는 디종유로만의 노력 덕분이다.
최근 추천 메뉴에 ‘달팽이 요리’가 더해졌다. 직접 양식한 달팽이로 개발한 쫄깃한 달팽이샐러드와 볶음밥, 꼬치구이 등은 그야말로 입맛을 당긴다. 음식값을 보면 두 번 놀란다. 최고급 메뉴도 1만원대 정도.
모든 음식은 주문과 동시에 요리돼 고객 좌석으로 서비스된다. 데우거나 반가공한 식품은 전혀 없다. 유기농이라는 표시는 해놓지 않았다. 유기농 재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란다.
디종유로의 서비스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에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레스토랑을 둘러보는 재미는 그야말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다.
널찍널찍한 좌석이 자리잡은 중심은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 로마의 트레비분수와 베네치아 광장처럼 장식했다. 실제 유럽 거리와 같이 가로등과 분수, 각종 식물들로 가득하다. 천장은 날씨좋은 하늘을 통째로 옮긴 듯한 한폭의 그림이다.
슈반스타인룸, 다노필라투스품, 미하엘페터룸 등의 이름이 붙은 테마룸도 최고급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피아노도 갖춰 각종 모임과 가족행사에 그만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온돌 놀이방과 수유실, 어린이용 변기까지 갖춘 것도 디종유로만의 특징이다.
달팽이 수족관과 테마 포토존, 디지털사진인화기는 젊은층들이 빠트리지 않고 들르는 인기코너. 특히 생활소품들이 가득한 엔틱숍을 쇼핑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모든 물품은 박사장이 직접 골라 수입해 저렴하게 판매한다.
레스토랑을 더욱 편리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 입구에는 노약자를 위한 휠체어와 유모차를 마련해뒀다.
본점인 디종유로(032-227-0852)는 경기도 부천시 상동호플러스 대각선 방향 모건시티 8층에, 캐주얼패밀리레스토랑으로 꾸민 ‘디종’(032-654-0853) 부천역 프리존빌딩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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