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기쁨 전하는 도구될터”
“생의 마지막 불꽃마저 당신을 위해 타오를 수 있게 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릴 뿐입니다.”
지난 2월 28일 환주복지재단 출범의 자리는 감사와 축하, 격려와 다짐의 아름다움이 넘쳐난 장이었다. 그 아름다움의 한 가운데는 이관진(베드로.80)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가톨릭실업인회 회장, 가톨릭군종후원회 회장…. 이회장에게는 그간 거쳐 온 모든 자리가 주님을 위한 기꺼운 십자가였다. 지난해 말로 20년 넘게 봉직해온 군종후원회장 자리를 물러나 무거운 짐 하나를 덜었다는 그는 새로운 십자가를 자원한 마당에 따뜻한 관심에 앞서 따끔한 채찍질부터 청했다.
“주위의 격려가 아니었다면 용기를 내기 힘든 일이었을 것입니다. 올곧게 당신이 걸어가신 길을 따를 수 있도록 늘 귀를 열어놓겠습니다.”
그간 이회장이 남모르게 행해온 나눔에 비해 알려진 바는 그리 많지 않다. 가까운 지인들도 모르게 30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후학들을 길러낸 일에서부터 군종교구가 신자들 사이에 뿌리내리도록 영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일 등은 한참 후에나 알려진 몇 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의 손길로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들은 두 손으로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그의 도움으로 백혈병을 털고 일어나 성소의 길을 걷고 있는 신학생에, 수도자가 돼 기도와 희생으로 그에 뜻에 동참하고 있는 이까지 모두가 그의 사랑이 맺은 열매다.
다른 것에는 탐하는 마음이 없는 이회장이지만 유독 기도에는 욕심이 적지 않다. 자택에 기도방을 마련해두고 수시로 묵상과 기도에 젖어드는 그다. 어릴 적 은사로부터 받은 자신의 호 ‘환주’(歡洲)처럼 모든 땅에 주님의 기쁨을 전하는데 도구가 되고 싶다는 이회장은 이런 자신의 마음마저 자만이 아닐까 경계했다.
재단 출연 기금 50억이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돈이라고 밝힌 이회장은 “이제 시작”이라며 “더 많은 기금을 모아 사랑과 감동이 있는 조직, 사람 냄새를 풍길 수 있는 재단으로 일궈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죽는 날까지 당신의 나라를 꿈꾸는 그리스도 공동체의 일원으로 남고 싶다”는 이회장은 자신의 조그만 걸음이 한두 사람의 마음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깨달음을 줄 수 있길 기원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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