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실천의 행복 모두가 느껴보세요”
황선·정명화·위천용씨 ‘전천후’ 봉사 펼쳐
중병 치유·보건소 퇴직자 등 활동계기 다양
“말기 환자 매일 대하며 예수님 닮은 삶 다짐”
“지금은 어르신들 목욕 봉사 중이니까 좀 기다리셔야 될 거에요.” 손영순 수녀(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에게 기다리라는 말을 들은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창문과 유리문을 닦는 사람, 침대 시트를 갈아주는 사람 등 주변 모두가 봉사자들이었다.
‘모현 호스피스’에 도착한 지 2시간이 훌쩍 넘은 시간, 드디어 그들과 마주 앉았다.
“아직 어르신들 머리 정돈도 안 끝났는데.” “얼른 가야돼요. 다른 일도 남아서요.”
황선(엘리사벳.52.포천본당)·정명화(엘리사벳.60)씨는 서로 시간이 없다며 호들갑(?)이었다.
둘 다 어르신들 목욕봉사를 마치고 나온 후라 옷매무새가 말이 아니었다.
이들이 오전에 목욕을 시킨 호스피스 환자는 6명. 6명 목욕에 3시간 정도 걸렸다.
“환자들 마다 목욕 시간이 달라요. 각자 아픈 부위도 다르고 침대에서 하시는 분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하거든요.”
황씨의 경우 호스피스 목욕봉사만 6년째인 때밀이(?)계의 베테랑이다. 본당에서 성가대, 구역반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고 했다. 그가 호스피스에 몸담은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암환자였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편도 암에 걸리더군요. 남들 일인 줄만 알았는데 막상 가족 중 2명이 암에 걸리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회복이 됐어요.”
남편의 회복 후 황씨는 말기 환자들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남편을 살려주심에 너무나 감사해서 제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고 싶었습니다.”
정씨는 호스피스 봉사를 위해 호스피스 교육을 이수했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33년간 근무하고 퇴직한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염과 수세를 해왔다. 정씨는 어깨 충돌 증후군과 갑상선에 이상이 있어 담당의사로부터 ‘돌아다니는 종합병원’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몸이 안 좋을 때 봉사자들의 도움과 기도를 많이 받았어요. 저도 그분들 보며 몸이 아픈 분들을 위한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둘 다 본당활동을 열심히 하던 차, 2년 전 모현 호스피스가 설립되자 이곳에 몸을 담았다. 주된 일은 어르신 목욕 봉사지만 호스피스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전천후 봉사자’가 된지 오래다.
특히 정씨는 남편을 꼬셔 함께 목욕 봉사를 하고 있다. “남편이나 저나 아픈 곳이 많았는데 지금은 20대 마냥 팔팔해졌어요. 사실 저는 지금 왼쪽 어깨 수술해야 하는데 여기만 오면 그 사실을 잊어버리게 돼요.”
대화 도중 한 명의 봉사자가 들어왔다. 위천용(벨라뎃다·54)씨. 할머니 생신 준비를 하다 온 그는 행복하기 때문에 봉사를 한다고 했다.
위씨의 말에 둘 다 맞장구를 쳤다. ‘행복’이란 단어는 포천본당 3총사가 봉사를 하는 이유, 그 자체였다.
황씨는 “호스피스 환자를 매일 보며 드는 생각은 ‘내가 잘 살아야 되겠다’는 겁니다. 이분이 예수님이란 생각을 하고 잘 살면 나뿐만 아니라 그들도 행복해지니까요.”
위씨도 마찬가지였다. “하느님한테 내놓을 것이 없어요. 주님께 부끄럽지 않고 저와 환자 모두 행복해지는 봉사야 말로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잖아요.”
현재 3총사 모두 호스피스 환자를 위한 지킴이로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 역시 초기에는 자원봉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고 했다. 하고는 싶은데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저희야 지금 봉사를 하고 있지만 주변에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무척 많더군요. 그런데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 없으니까….”
그저 입소문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답한 3총사. 이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일에 동참하지 못하는 상황이 무척 아쉽다고 했다.
이들에게 있어 ‘나눔’이란 무엇일까. “나눔으로써 자신이 얻는 게 더 많아요. 그게 무엇이든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말하는 위씨. 황씨가 이어 받았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세요. 나라는 존재가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만 하면 그저 행복해집니다.”
정씨는 “이런 행복은 모두가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근무하던 보건소 퇴직 직원들 모두 호스피스 교육을 받게 해 함께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일도 없는데 창피하다며 활짝 웃는 그들. 예수님의 마음으로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싶다는 그들은 대화가 끝나자마자 남은 일을 하기 위해 제각기 흩어졌다.
3총사의 모습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떼려고 할 때 벽에 걸려있던 문구가 들어왔다.
‘하느님은 겸손을 사랑하십니다. 그분은 진실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천사 배움터-기부의 종류
자선·박애적 기부 등으로 분류
우리는 일상에서 ‘기부’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들어볼 수 있다. 구세군 냄비에 동전을 넣거나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해 한번쯤은 기부행위에 동참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남을 돕는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기부는 기부자의 동기, 의도, 비전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게 된다.
‘주는 행위(giving)’. 이는 대상자나 기관에 돈을 직접적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베푸는 사람은 단지 돈이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속에 준다.
자신의 돈이나 물품을 주는 사람이나 그것을 받는 사람 모두 그 행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곧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는 행위’는 돕고자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이 일방향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옮겨지는 것을 말한다.
자선, 동정·감정적 관계
‘자선’(charity). 매우 익숙한 기부형태다. 수재민, 노숙자, 소년소녀가장들에 대한 생활보조를 위해 기부를 하는 것이다.
자선이란 말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간의 동정적이고 감정적 관계가 전제된다.
자선은 자신보다 불행한 사람이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당장의 필요한 욕구를 해결하고자 한다. 자선에서는 자신의 기부에 대한 어떠한 분명한 결과를 요구하기보다는 기부에 따른 뿌듯함과 수혜자들의 고통과 필요가 어느 정도 줄었을 것이라는 믿음이면 기부에 대한 보답으로 족하다.
자선적 기부는 주로 그 문제가 왜 발생했는가 하는 근본원인보다는 현재 요구되는 개인적 욕구와 필요에 초점을 맞춘다.
‘박애적 기부’(philanthropy). 개개인의 문제말고도 사회에는 빈곤문제, 환경문제, 아동학대문제, 노인문제, 디지털 격차 문제, 여성차별 문제 등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박애적 기부는 개개인의 욕구가 아닌 좀더 넓고 좀더 공공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박애, 비전·신념 등이 전제
박애적 기부는 현상유지가 아니라 정의롭지 못하고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체계, 기관 등의 변화를 지원한다. 따라서 불우한 개개인 욕구해결에 머물지 않고 좀 더 폭넓은 특정 사회적 문제 해결과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조직들에 기부하는 행위를 포함한다.
박애적 기부자들은 자신의 기부 결과로써 인간사회가 지속적이고 발전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하는 투자이기 때문에 기부자의 비전, 세계에 대한 이해노력, 신념 등이 필요하다. 즉 박애적 기부활동은 기부행동의 결과물로써 ‘분명한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행하는 계산된 투자이다.
대상영역은 빈곤 문제와 같은 사회적 문제 해결에서부터 궁극적으로 인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단체에 기부하는 행위까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박애적 기부는 연구활동, 보건, 예술, 교육, 문화, 장학사업 등과 같은 보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이루어질 수 있다.
기부의 종류는 이와 같이 무척 다양하다. 종류의 다양성과는 별개로 기부를 통한 이웃사랑의 실천은 그리스도의 의무이다.
예수는 “너에게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라.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루카 18, 22)라고 말씀하셨다.
기부야말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에 비추어 소명이고 의무, 나아가 기쁨을 주는 숭고한 행위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깨달아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사진설명
손영순 수녀와 함께한 3총사. 한 일도 없는데 부끄럽다고 말한 그들은 모두가 행복해지기 때문에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황선, 손영순 수녀, 정명화, 위천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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