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촌에 울린 사랑의 재즈
매주 화요일 초·중등부 청소년 대상 봉사
신명나게 춤추며 내적 갈등·상처 치유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마을의 이름보다 강남 타워팰리스 뒤에 가려진 빈민가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비닐하우스 촌이다.
부와 가난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급기야는 마을 주민들마저 두 개의 자치회관을 만들어 갈라져버린 이곳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마을에 제 발로 찾아온 유쾌한 손님은 바로 재즈댄스 강사 장지현(헬레나.31.서울 명동본당)씨.
장씨는 매주 화요일 오후 4시부터 이곳 마을회관 1층에 있는 바오로 공부방을 찾는다. 얼기설기 아무렇게나 지어진 것 같은 건물 안에서 재즈댄스 리듬과 함께 “쭉쭉 뻗어!”라며 엄살 피우는 아이들 스트레칭을 돕고 있다.
초등부, 중등부 재즈댄스 반을 운영하고 있는 장씨는 지난해 9월 이곳에 왔다. 평소 구룡마을이 무엇인지, 들어본 적도 없었던 그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감정을 생생히 기억한다.
“세상에는 이런 곳도 있구나, 많이 놀랐죠. 그런데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을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거예요.”
초.중고생 문화교실 강사를 하며 늘 아이들과 함께한 그이지만 구룡마을 아이들은 달랐다.
마음 한구석 어딘가 비어있는 듯한 아이들의 헛헛함을 즐거운 댄스로 채워주고 싶었다. 자칫하면 비뚤어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기회를 통해 자신감도 심어주고 싶었다.
바로 아이들 자랑이 이어졌다.
“아이들이 쑥스러워하면서도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몰라요. ‘못해요’하면서도 재즈댄스 동작을 능숙하게 해낼 때는 삶의 보람까지 느낀다니까요.”
국민대 예술공연센터 재즈댄스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실 늦깎이 초보 신자다. 2005년 목동의 한 요가원에 근무하면서 천주교 신자인 사장님과 교우 회원들을 보며 그도 천주교에 대한 강한 이끌림을 느꼈다고 한다.
명동성당을 찾아 세례를 받으려던 도중, 예비신자 교리반 인경희(모니카.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지도수녀를 만났다. 당시 구룡마을의 현장 사도직을 맡고 있었던 모니카 수녀는 그에게 아이들의 댄스지도를 부탁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7개월. 먹고 살기도 바쁘다는 요즘, 먼 곳을 찾아와 봉사한다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쉽게 내색하지 않는 그이지만 힘든 점은 있다. 환경으로 인해 산만한 아이들과 댄스의 기초라는 ‘거울’도 없이 10여 평 남짓한 공간에서 댄스 수업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힘든 점도 있지만 제 탈렌트를 누구보다 빨리 찾고 또 빨리 쓰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려요. 또 땀 흘리고 목이 쉬어버린 날에도 사랑으로 바라보시는 이곳 봉사자들과 학부모님들, 학생들을 볼 때면 힘이 마구 솟습니다.”
원, 투, 쓰리, 포. 아이들의 신명나는 춤동작이 마을의 오랜 갈등과 반목의 상처를 웃음으로 보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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