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경제적 어려움 ‘향학열’로 극복
6년간 주님말씀 공부하는 행복으로 매진
강연요청 쇄도…‘가티즌’사이에선 스타
54세. 세례명 체칠리아. 성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다. 그런데 이 아줌마가 일을 냈다. 2월 26일 쟁쟁한 젊은 신학생들을 모두 제치고 수원가톨릭대를 수석 졸업한 것.
“지나온 시절을 생각하니 마치 꿈같네요.”
이인옥씨(수원교구 평택 기산본당)의 그 꿈같은 이야기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4년 학번인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중도에 학업을 접어야 했다. 한동안 공부와 담을 쌓고 살던 이씨가 다시 공부에 맛 들이기 시작한 것은 성경을 접하면서부터. 성경 공부의 매력에 푹 빠진 이씨는 밤을 새우며 성경에 매달렸다.
이 후 우연히 성경 봉사에 나섰는데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호응이 컸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성경을 쉽게 풀어내는 실력이 탁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구청과 각 본당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한 것. 수원교구 반모임 교재 복음 해설을 집필하고, 책을 내기도 했다.
그러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2000년.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암 세포가 가슴으로까지 전이됐다. 절망적이었다.
“죽음이 무엇인지….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를 소홀히 보낼 수 없었습니다.”
수원교구 교리신학원인 하상신학원(2001년)과 수원가톨릭대(2003년)에 입학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6년간 말 그대로 “숨 쉴 틈 없이 강의에 집중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몸이 완쾌 된 것이다.
즐거움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망막이 갈라지는 병을 얻어 한동안 책 읽기조차 힘들었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등록금을 내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아버지가 담낭암을 앓았고, 어머니가 척추를 수술하는 아픔도 겪었다. 이런 고통을 이길 수 있게 해 준 것은 ‘공부하는 행복’이었다.
“종교철학을 배우면서는 이성과 신앙의 조화에 매료 되었고, 희랍어, 라틴어, 히브리어 등 어학도 재미있었습니다. 성서신학, 조직신학, 교부학 등 공부하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공부 벌레가 따로 없다. 심상태 신부의 그리스도론과 신론을 들을 때는 감동해서 눈물을 흘린 일도 있다. 통학을 위해 운전을 새로 배웠는데 운전이 공부보다 더 힘들었단다.
이씨는 이미 신앙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스타’다. 굿뉴스 등 각종 가톨릭 사이트에 그가 올리는 글은 ‘퍼가기’ 1순위. 암 투병 당시의 고통을 담은 수백여 편의 글이 아직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만날 것을 요청, 찾아와 신앙을 나누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씨는 지금도 매일 복음을 묵상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다. 배운 것을 하나라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서다.
“배우면 배울 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하루 하루를 허비하며 살아선 안됩니다. 앞으로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하느님의 종으로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강연, 강연, 강연…. 그리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터넷 상담. 이 씨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메일 주소 cecil-iolee@han 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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