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소외 청소년들 얼어붙은 마음 녹았어요”
“형.”
‘형’이라는 단어가 정겹다. 예전 코흘리개 동생이 슬쩍 다가와 부르는 이름 같아 형의 마음도 설렌다.
꽃샘추위가 위용을 떨치던 3월 6일, ‘형’을 부르던 이는 서울보호관찰소 수강명령 청소년들이었고 ‘형’이라는 이름에 응답하던 이는 신학생과 부제들이었다. 이토록 특별하고도 즐거운 만남은 서울 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이영우 신부)가 마련한 멘토링(일대일로 상담, 조언해주는 프로그램) 자리에서 이뤄졌다.
그동안 대학생 혹은 봉사자 어머니로 구성됐던 멘토링 프로그램에 신학생과 부제가 참여한 것은 처음있는 일. 교정사목위원회가 가톨릭 신학대학 영성훈화시간을 찾아 교정사목과 멘토링을 소개한 후 건져낸 뜻밖의 수확이다.
신학생과 부제 14명이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선뜻 나선 것이다.
‘만남’을 위한 준비도 철저히 했다. 2월 12~13일까지는 ‘인간관계론’ ‘적응심리’ ‘보호관찰의 현장이야기’ 등 다양한 강의로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이들을 만나는 첫날. 멘토링 결연식을 마치고 서먹하던 분위기를 풀기 위해 신학생과 부제들의 노래가 시작됐다.
기타를 치며 ‘나는 문제없어’를 부르더니 화음을 넣어 ‘하느님 당신은 나의 모든 것’을 열창한다. 의욕이 없던 아이들도 노래책을 뒤적이더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어진 미술치료 프로그램. 민 미술치료연구소 오민자(스피릿다.52) 소장의 강의로 이뤄진 이 시간은 표현을 통해 상대방과 호흡할 수 있는 ‘마음 나누기’ 시간이다.
하얀 도화지 반을 접어 상대방에게 말하고 싶은 것을 그린다. 한 부제가 청소년을 만난 즐거움을 풍선으로 표현했다. 청소년은 한참을 바라보더니 풍선을 잡고 웃고 있는 아이를 그렸다. 외로운 풍선에 ‘주인’을 만들어준 셈이다.
성당에서는 ‘학사님’ ‘부제님’으로 불리던 이들도 ‘형’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의 친근함에 푹 빠져버렸다.
전성주(스테파노) 부제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내 스무살 모습을 보았다”며 “열정과 꿈으로 가득한 이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만남은 개별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며 한 달에 한번 서울 삼선동 교정사목센터에 모여 그동안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나눔’시간도 갖게 된다.
가정과 사회에 벽을 둘러친 아이들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 신학생과 부제들. 또 하나의 아름다운 인연이 얼어붙은 마음을 깨고 봄을 재촉하고 있었
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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