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긍정하고 사랑해야”
예술은 힘들기도 하지만
‘생명’ 나누는 즐거운 일
“전창운 그림, 책 발표하다”
3월 8~13일 서울 인사동 조형갤러리에서 열린 전창운 화백(토마스 아퀴나스 65 서울예술대학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의 정년 퇴임 기념전 제목이다.
전시 주제나 소재 등에 관해 덧붙여주는 말도 없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에서 제목과 크기, 창작 년도 등도 찾아볼 수 없다. 그냥 알아서 보고 즐기라는 것이 전화백의 유일한 해설이다.
전시장을 찾은 기자에게 전화백은 책 한권을 툭 내어놓았다. 그냥 한번 ‘구경’하고 버리란다. 하지만 예사 책이 아니었다. 350쪽에 달하는 두터운 화문집으로 전화백의 삶과 예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정체였다. 작품마다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덧붙여 꾸몄다. 그림을 보다가 이야기나누고, 이야기하다 그림을 보고 그러다 굳이 ‘퇴임 기념 인터뷰’라는 명목으로 소회를 풀어냈다.
전화백은 자신의 이름 앞에 ‘풍경 도둑놈’이라는 말이 붙인다. 자신은 “창조주가 차려준 기쁜 잔치에 초대된 사람”으로 그저 자연에 대한 감사함을 지닌 채 풍경을 훔쳐 그릴 뿐이기 때문이란다.
예술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즐거운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즐겁고 감상자가 즐거워야 예술이라는 지론이다. “예(藝)”자를 풀어보면 나무를 심고 김을 맨다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즉 예술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지요.
힘들기도 하지만 예술은 생명을 나누는 즐거운 일이고 또 ‘맛있는 밥상’이기도 합니다. 잘 차려 여러 사람과 더불어 나눠먹으면 더욱 맛있고 즐겁겠지요.”
전화백은 또 “예술이 주는 즐거움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평화”라고 강조한다. 특히 그림을 통해 ‘평화의 전도사’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사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들었다고 사랑이, 예술의 길이 더 쉬워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홀로 걸어야하고 사랑을 위해서는 고뇌하고 희생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저 ‘즐겁게’ 웃으며 걸을 뿐이다.
전화백은 “정년이라는 의미는 한 획을 긋고 또 새로 출발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창조주가 주신 세상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주는 그림 몇 점 남길 희망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화백은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면 “새 아침처럼 오세요”라는 말을 종종 덧붙이곤 했다. 그의 말처럼 앞으로 선보일 그의 작품세계도 ‘새 아침’처럼 또다른 신선함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길 기대한다.
“자신에게 붓을 쥐어주신 하느님의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며 늘상 웃음짓는 전화백은 서울대 미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오랜 기간 교육자로도 재직했다.
그의 작품들은 강렬한 색채를 특징적으로 나타낸다. ‘채색이 살아서 쏜다’라는 평을 받을 정도다. ‘목가적인 풍경, 서정적 자연미, 소박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전화백이 꾸준히 이어온 작품세계다. 개인전 등 각종 전시회는 물론 ‘내 마음의 풍경’ ‘화가와 시인’ ‘긋고 지우고 긋고 지우고’ 등 다양한 저서로도 대중과 소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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