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겸허함 도자기에 담았죠”
“그 여섯째 날에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그 코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으시니…”(창세기 2, 7)
라틴어로 흙(Humus)은 ‘겸손과 인간’이란 단어의 어원이다. 실제로 느낌조차 부드러운 흙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듯. 변진의(소화데레사 66)씨도 그러한 흙의 근원적 매력에 빠져 수십년간 손에서 흙덩어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변씨는 화가로서 20여년간 교회미술 창작에 활발한 역량을 펼쳐온 작가다. 2000년에는 가톨릭미술상 회화부문 본상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개인전에서는 도자기 조각이라는 색다른 장르의 작품을 들고 나왔다.
평면작업과 달리 ‘손으로 만져 그 형태를 실제 짚어보고 싶은’ 소망에서 창작했다고.
이번 출품작은 대부분 구약성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상, 성모상 등도 포함해 10여점의 도자기 조각을 만나볼 수 있다.
각 성상마다 살아있는 듯 빛나는 눈매와 실제 입김을 뿜는 듯 생동감있는 입매가 시선을 모은다. 작가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생명에 대한 외경과 겸허함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작품들이다.
발바닥에서부터 머리끝까지 한번에 흙가락을 쌓아올려 도자기를 만드는 기법으로 제작해 1200℃ 정도의 가마에서 구워냈다.
“하느님께서는 마지막날 ‘너는 얼마나 좋은 그림을 많이 그렸느냐?’라고 묻지 않으실 겁니다. ‘타인을 위해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느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작은 정성이나마 이 작품들이 이웃에게 위로가 되고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되길 바랍니다.”
전시회는 3월 28일~4월 3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02-727-2336)에서 열린다.
작품설명(오른쪽 아래)
‘바라보며’. (2006, 87×27cm. 도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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