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나 애인이 80주년을 맞은 느낌"
유학시절 가장 기다린 것은 '가톨릭신문'
사장에 기자…영업사원까지 '1인 3역'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맞아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가톨릭신문사 제12대 사장을 역임한 김수환 추기경과 현 사장 이창영 신부와의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이번 대담에서 김추기경은 1960년대 열악한 환경에서 신문을 제작하면서도 경험한 다양한 소회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또 최근 가톨릭신문이 교회 홍보매체로서는 물론 대사회적인 가톨릭 선교 매체로서 폭넓게 활동하는 데 대해 따뜻한 격려를 전했다.
특히 김추기경은 대담에서 “교회의 본질적 소명은 선교이며 한국교회의 성장과 존립을 위해서도 아시아 복음화는 필수적으로 이뤄나가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추기경은 현 정치인들을 비롯해 모든 한국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직’과 ‘성실’이라고 지적하고 “한국인에 대한 신뢰가 가장 좋은 ‘한류’이자 자산”이라고 밝혔다.
-이창영 신부(이하 이신부) : 가톨릭신문이 올해로 창간 80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가톨릭신문사 제12대 사장으로 재직하셨던 추기경님께서도 소회가 남다르시리라 짐작됩니다.
특히 추기경님께서는 독일 유학시절에도 가톨릭신문(당시 가톨릭시보)을 애독하셨고 가톨릭신문 사장 재임 기간이 사제 생활 중 가장 열정을 쏟으며 교회 일을 사랑했던 때라는 말씀을 여러 번 주시곤 하셨습니다. 당시 신문에 대한 추기경님의 기억이 궁금합니다.
▲김수환 추기경(이하 김추기경) : 당시에도 가톨릭신문은 교회의 소식을 그때그때 전해주는 매체로 자리잡아 저는 신문사 사장이 되기 전부터 애독자였습니다.
특히 독일 유학 시절에는 가장 기다려지는 것이 고국에서 오는 편지와 가톨릭시보였습니다. 한국교회에 대한 저의 사랑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교회와 각 교구의 소식이 더욱 기다려졌고, 받으면 즉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앞뒤 전면의 모든 기사를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 읽고 또 읽었지요. 그만큼 가톨릭시보를 사랑했습니다.
그 사랑하던 가톨릭신문이 창간 80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친한 친구 또는 애인의 80주년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하느님께 먼저 오랜 세월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면서 동시에 창간 때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신문의 발전을 위해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신문이 창간될 때부터 수고해주신 분들, 특히 중간에 꺼져가는 촛불처럼 허약해 보였던 것을 살리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바치신 고(故) 윤광선 선생께 감사드립니다.
가톨릭신문은 참으로 하느님의 은총과 여러분들의 헌신적 봉사,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 속에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도 가톨릭신문을 창간했던 선배 평신도들의 뜨거운 신앙과 열정을 본받아 이 땅의 복음화와 발전, 통일과 아시아복음화와 세계평화를 위해 이바지하는 큰 신문이 되기를 빕니다.
힘들어도 가족처럼 사랑
-이신부 : 재임 당시 열악한 재정 환경 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추기경님께서는 직원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시며 쉼 없이 뛰어오셨습니다. 집 없는 직원의 경우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하시고, 수입이 늘면 모든 이익을 직원들과 나누며 모두가 기쁘고 보람되게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면 말씀해주십시오.
▲김추기경 : 가톨릭신문에 재직할 때의 이야기는 여러번 말했기 때문에 다 알려져 있습니다. 편집부, 영업부 모두 합쳐야 본사 직원이 10명도 채 안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매우 가족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만큼 모두 사랑으로 봉사했고, 열과 성을 다하였습니다.
특히 제가 재직하던 시기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 기간 동안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소식을 동화통신을 통해서 받았습니다. 당시 동화통신이 수합한 종교에 관한 소식은 우리가 받지 않으면 대부분 그냥 버리는 것이 되어서 독점하다시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소식은 서울서 보내줬는데 사진은 우체국을 통해 전송되었습니다. 요즘 같으면 컴퓨터와 인터넷통신으로 모두 해결되었겠지만 당시는 기계매체가 발달되지 않은 시대였지요.
한번은 마감시간이 촉박한데 공의회 관련 기사와 사진이 없어 서울에 연락해 기사 전송을 부탁하고, 저는 직접 대구우체국에 가서 관련 사진 전송을 기다리기까지 했습니다. 다행이 전송이 되어 제때에 신문에 게재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열정을 다 쏟다보니 매번 신문이 인쇄돼 나오면 마치 작가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바쳐 공들인 작품을 대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니 그냥 기계적으로 때가 되면 나오는 신문이 아니었고 인쇄되어 나오는 전 과정은 저희들의 피땀이 묻어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자연히 함께 일하시는 분들도 그 뜻에 따라 마음을 다해 봉사함으로써 가족적인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 겪어
-이신부 : 많은 선배 신부님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제8대 주간을 거쳐 현재 20대 사장으로 일하면서 성당을 직접 돌며 신문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예전에 추기경님께서도 구독료를 직접 받으러 다니시고, 광고를 위해서 소위 ‘영업사원’처럼 많은 곳을 방문하셨다는 말씀을 들은 바 있습니다.
추기경님께서 기억하시기에 당시 가장 힘들었던 경험을 꼽아주신다면.
▲김추기경 : 저는 이창영 신부님의 그런 열정을 언제나 볼 수 있습니다. 주교회의 사무국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그렇게 교회를 사랑하고 그 안에서 목숨바치듯 헌신하신 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겪은 힘들었던 일을 꼽으라면 역시 구독료는 밀리고 광고는 거의 없다시피하는 현실에서 오는 경제적 문제였다고 봅니다. 밀린 구독료를 받기 위해 또는 광고를 위해 구걸하다시피 다닌 것은 두 번 다시 하기 싫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공의회 소식 덕분에 독자도 늘고 구독료 수금도 조금씩 나아지기는 했습니다.
-이신부 : 지금도 가톨릭신문 애독자 중에는 저희 신문을 ‘가톨릭시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부르는 신자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가톨릭시보가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가톨릭신문이 지난 80년 동안 특히 한국교회와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다고 보시는지, 어떠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는지 추기경님의 솔직한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김추기경 : 가톨릭신문은 ‘시보(時報)’로서 신자들이 목말라하는 교회의 소식과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매체 역할을 미약하나마 힘을 다해서 수행했다고 봅니다. 교회와 신자들을 위한 교회 홍보매체로서의 사명의식은 분명히 투철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인 선교 영향력은 크지 못하였습니다. 보다 나은 세상, 보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 건설을 위해서 봉사하고자 하였지만 워낙 독자층이 제한되어 있었던 한계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신문의 목소리는 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당시 바티칸공의회에 자극되어 타종교와의 대화를 위하여, 사회의 복음화를 위하여 나름대로 길을 터보려고, 먼저 가톨릭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부터 들어보려는 뜻에서 과감하게 타종교의 저명한 분들에게 글을 청하고, 그들의 비판적인 글을 그대로 신문에 실음으로써 그분들 자신부터 놀랄 만큼 열린 마음의 자세를 가졌지만 사실 드러나는 성과는 아주 미미했습니다.
한 예를 들면 요즘은 때때로 일간지에서 가톨릭신문 혹은 평화방송·신문의 글을 인용하거나 옮겨 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신문사에 있던 때에, 앞서 말한 타종교의 저명 인사들이 가톨릭교회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한 글을 그대로 가톨릭시보에 실은 것은 분명히 ‘뉴스’감이었을 텐데도 어떤 매체에서도 그 소식을 인용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당시는 그만큼 가톨릭시보 내지 가톨릭교회의 사회적 영향력이 미약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것을 돌이켜보면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소리, 교황님이나 지역 교회 인사들의 동정, 발언 등을 일반 사회의 홍보매체에서도 가톨릭매체 못지 않게 크게 보도하는 것은 아주 놀라운 변화입니다.
아시아에 형제적 사랑 전해야
-이신부 : 아시아 복음화에 대한 추기경님의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FABC(아시아주교회의연합)가 설립될 때도 큰 기여를 하신 것으로 압니다.
교황권고 ‘아시아교회’ 제48항에서는 “복음의 힘이 모든 신자들과 국민들에게 이르고 하느님 나라의 가치가 아시아 문화 속에 깃들이게 될 것입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신문에서도 아시아 복음화의 교량 역할을 하기 위해 ‘아시아교회가 간다’ 등의 기획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창간 8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아시아 복음화를 주제로 하는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아시아 7개 국가 가톨릭계 신문 대표자들을 초청해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아시아 복음화에 큰 관심을 보여온 추기경님께서도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갖춰야할 의식과 자세와 과제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김추기경 : 근본적으로 아시아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갖춰야할 의식과 자세는 아시아의 모든 나라를 향해, 모든 인간을 위해 자신의 마음 문을 여는 것입니다. 공의회 사목헌장 시작에서 말하듯이 모든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고통받는 이들의 그것은” 한국교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가 될 만큼 마음을 열 줄 알아야 합니다.
가톨릭신문이 기획 진행 중인 복음화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와 아시아지역 가톨릭계 신문들의 연대는 매우 긍정적인 활동입니다. 그분들의 의견, 그분들의 문제를 들을 줄 알고 그분들이 직면한 문제와 고통에까지 동참할 줄 안다면 아시아의 복음화는 이미 큰 발걸음을 내딛은 것입니다. 그분들 안에 함께 하시는 하느님, 그분들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에게 마더 데레사와 같이 형제적 사랑의 손을 펼 줄 안다면 그것이 아시아 복음화의 시작이 됩니다. 또한 그것이 바로 아시아 복음화의 목적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사제와 수도자 성소도 많고 평신도선교사까지 있는 우리 한국교회의 봉사 모습을 아시아 어디에서나,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또 고통받는 이들 가운데서 만나게 된다면, 이것이 아시아 복음화의 지름길일 것입니다.
“한국교회는 이만큼 그 가슴을 열고 있는가?”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가?” “한국교회가 보는 아시아 복음화의 방안은 무엇인가?” 등 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의 위치가 어딘지를 자문자답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결국 핵심은 그리스도와의 관계입니다. 우리 안에,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신 그리스도, 모든 이를 구원하기 위해 당신 자신을 비울대로 비우신 그리스도, 우리와 같이 비천한 인간이 되시기까지 하신 그리스도, 모든 이의 죄를 대신 지시고, 속죄의 제물이 되시어 십자가에 죽기까지 하신 그리스도가 우리 안에, 나 자신 안에 계시는지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렇게 당신을 비우시고 낮추신 그리스도와 함께 있지 않으면 우리는 아시아의 가난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 굶주리고 목마른 이들 안에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의 전달자가 될 수 없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말씀하셨듯이 제3천년기는 아시아 복음화의 세기이며, 아시아 복음화는 한국교회 뿐 아니라 세계교회의 목표와도 같습니다. 특히 한국교회는 아시아 복음화에 기여할 때 동시에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복음화는 한국교회 존립과 직결하는 과제입니다.
그리스도의 삶 깊이 묵상
-이신부 : 앞서 경험담에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추기경님께서는 재임 당시 ‘가톨릭교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되길 바라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타종교 인사들의 의견을 신문에 게재한 바 있으셨지요.
당시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그 어떤 반론도 제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싣기 위해 상당한 결단이 필요했으리라 짐작합니다. 당시 추기경님께서는 문제는 “우리 교회 안에 있다”는 말씀을 주셨는데요, 현재와 또 앞으로 저희 신문이 한국 사회와 교회의 어떠한 부분에 더욱 관심을 갖고 또 신문에 게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추기경 : 그리스도의 강생과 수난과 죽음에 이르신 그 삶을 우리가 깊이깊이 묵상하고 이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것이 바로 문제를 핵심에서부터 보는 척도가 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강생, 말씀의 육화가 우리 안에 시작되어야 합니다.
가톨릭신문이 우리 안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 십자가를 지신 그리스도의 모습, 당신의 모든 것을 우리를 위해 내맡기신 하느님의 모습이 직간접으로 한국교회 안에서 어떻게 생활화되어가고 있는 지 소식을 적극 전해주길 바랍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 가톨릭신문이 실제 생활을 소식으로 알려주고, 독자들이 감동을 전해 본받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신부 :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즈음, 추기경님께서 당시 한 줄 한 줄 밤새워가며 번역하고 기사화를 위해 애쓰신 것으로 전해들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내용과 소식보도를 가장 빨리 한국교회에 알린 주인공이신데요.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는 여전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올바로 인식하지도 또 살아내지도 못한다는 따가운 지적이 많습니다.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이 지금의 한국교회와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지며, 또 한국교회는 공의회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지적해 주시길 바랍니다.
▲김추기경 : 교회는 하느님과의 일치와 모든 사람들의 일치의 성사입니다. 그러니 언제나 교회는 세상 속에서 모든 사람의 화목과 일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교회는 자신을 위한 ‘종교 집단’이 아니고 그리스도와 같이 남을 위하고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내주고 바치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봉사하기보다 봉사하러 오신 그리스도의 연장입니다. 따라서 교회의 길은 그리스도께서 가신 수난의 길입니다.
“그리스도는 반드시 고난을 겪어야 하지 않느냐?”며 부활하신 후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 예수님의 수난을 알아듣지 못한 제자들에게 성경말씀을 인용해 누누이 타이르시듯 가르치신 것을 우리가 오늘 깊이 가슴에 새기며 살아야겠습니다.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고통을 피해가시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셨습니다. 예언자 이사야가 예언하셨듯이 온갖 모욕과 멸시, 고통과 병고들, 빰을 때리고 침을 뱉는 모욕까지 묵묵히 받아들인 분이 우리 하느님이십니다.
우주만물을 지으신 분이 이렇게 힘없고 버림받은 존재가 되셨습니다. 이런 무력한 하느님 모습을 교회는 특히 우리 성직자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듯 보아야하겠습니다. 이런 하느님과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묻히신 예수님과 함께 살다보면 바로 공의회 정신을 사는 교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씀의 삶 살아야
-이신부 : 올해는 저희 신문 뿐 아니라 평양교구 또한 설정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입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여전히 가난과 인권침해의 핍박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우리 민족이 크고 작은 고통을 당할 때마다 위로와 함께 기도를 해주심으로써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셨습니다.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 신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김추기경 : 신자나 신부나 우리 다같이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기입니다. 한 대학생이 나환자촌을 방문해 한 환자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환자는 나병으로 이목구비가 다 상하고 눈도 잃고 손도 몽당손이었답니다. 그는 몸뚱이만 남은 중환자였지만, 그럼에도 그 환자의 얼굴은 말할 수 없이 깊은 평화와 빛으로 빛났답니다.
대학생은 그 비결이 무엇일까하고 찾아보았더니 그것은 그의 머리맡에 있는 점자성경이었답니다. 그 나환자는 혓바닥으로 점자성경을 읽으며 하느님 말씀을 참으로 먹고 산 것이지요.
“하느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생명의 빛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성경말씀을 먹다시피 가까이하고 산다면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고, 민족의 복음화도 힘차게 진전될 것입니다.
-이신부 : 현재 한국사회는 대통령선거라는 굵직한 국가적 대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의 리더로서 활동할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새로운 세기에 이뤄야할 과제와 삶의 태도에 대해 조언해주신다면.
▲김추기경 : 저는 정치인이든 일반 국민이든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직’과 ‘성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사람은 정직하고 성실하다, 한국 사람은 믿을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이 우리 이웃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에게 인식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한류’도 없고 자산도 없습니다.
그와 반대로 우리가 아무리 경제적으로 선진국에 들어간다 해도 한국인은 믿을 수 없다,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않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이것은 참으로 결정적인 손해가 됩니다. 정치, 경제, 교육 모든 것이 헛것이 되고 나라가 거짓 위에 세워진 꼴이 됩니다.
정치인들부터 참으로 필요한 덕목은 정직과 성실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는 매일같이 너무나 많은 사기, 속임수 등의 불미한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확신에 찬 믿음으로 봉사하길
-이신부 : 추기경님의 고견에 매우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맞아 축하의 말씀과 함께 가톨릭신문사 직원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김추기경 : 홍보매체는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보는 눈도 글쓰는 마음 자세도 다르고 또한 보도되는 내용도 다릅니다.
가톨릭 매체를 위해서는 종사하는 분들이 가톨릭정신과 사상, 하느님께 대한 믿음, 그리스도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에 대한 확신에 차 있고 그런 마음으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늘 하느님과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열심한 신자일 것이라 믿습니다. 이창영 신부님과 같은 믿음과 사랑과 봉사에 열정이 있기를 빕니다.
12대 사장 김수환 추기경 특별대담
발행일2007-04-01 [제2543호]
▲ 김추기경은 가톨릭신문과의 대담에서 특히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하느님 생명과 사랑을 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