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정신 ‘문학’으로 전파한다
창간 70주년 맞아 제정…14개 작품 수상
우리은행 기금 출연…종교 주제 제한 없어
한국가톨릭문학상(운영위원장 이창영 가톨릭신문 사장신부)은 특히 인간다운 삶과 진리를 문학작품에 녹여낸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널리 알리고 격려하는 매개로 호평받는다.
현대에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문학상’들이 제정됐다. ‘문학’이 인간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안에서 수여되는 문학상만 해도 200여종을 훌쩍 넘어선다. 그러나 가톨릭교회 안에서 일부 지역 작가들이 아닌 전체 한국작가들을 대상으로 제정된 상은 가톨릭문학상이 유일하다.
우수한 문학작품들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를 더욱 널리 전파하는데에 놀랍고도 지속적인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실제 한국가톨릭교회의 보편적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가톨릭 문인들은 치열한 고민과 지적을 이어왔고, 이러한 노력은 가톨릭문학상 제정에 큰 배경이 됐다. 아울러 제정 배경에는 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과 사주(社主) 이문희 대주교 주교서품 25주년 기념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1998년 제정된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올해로 제10회 시상을 앞두고 있다. 선정 대상은 어떤 제한이나 전제를 두지 않고 개방돼 있다. ‘가톨릭 신앙인 작가’라는 조건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가톨릭교회 정신을 문학으로 승화해 보편적인 공동선을 구현하는 창조작업이면 족하다.
특히 공동선 구현 취지에 공감한 우리은행의 기금출연으로 해마다 수상자에게 상패와 함께 1천만원의 상금을 전한다.
가톨릭 문학의 역할
‘가톨릭 문학’은 한국 현대문학사에서 올바른 사상을 끌어내고 보편화하는데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다. 가톨릭문학상 또한 그러한 가톨릭 문학 역사 안에서 더욱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초기 교회, 신앙전파의 한 도구였던 천주가사는 문학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특히 한국 현대문학이 본격적으로 출발한 1930년대 가톨릭 문인들의 역할은 한층 눈길을 끌었다. 정지용(프란치스코) 시인이 편집장으로 출판했던 월간 ‘가톨릭청년’의 경우 주지주의와 모더니즘 전파의 중심이 됐고, 청록파 시인 등 우수 작가들을 발굴하는데도 빼어난 역할을 했다.
해방 후에도 구상 시인과 한무숙 소설가를 비롯해 수많은 유명 가톨릭문인들의 작품세계를 통해 복음적 가치관이 확산되는 영향을 누려왔다. 그리고 현재도 다양한 문학 장르 안에서 수많은 가톨릭 문인들이 우수한 역량을 발휘하며 공동선을 실현하고 있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있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구상 시인의 ‘오늘’ 중에서.
역대 수상작
문학에도 다양한 그릇이 있다. 어떤 형태의 그릇에 담느냐보다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다양한 장르의 가톨릭문학상 수상작들은 그러한 면을 잘 드러낸다.
특히 상은 1~4회까지는 ‘가톨릭문학상’과 ‘가톨릭아동문학상’으로 나눠 작품을 선정했으나, 2002년부터는 통합해 가톨릭문학상 하나로 시상하고 있다.
제1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소설가 최인호(베드로)씨의 소설 ‘사랑과 기쁨’과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이 차지했다. 이 소설은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이라는 주제의식과 평화를 향한 정신작업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2회에는 신중신(다니엘) 시인의 신앙고백과 하느님에 대한 찬양을 담은 연작시집 ‘응답시편’이, 3회에는 당시 IMF 경제체제 아래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들이 찾아가는 절대자와 더욱 큰 섭리에 대한 신뢰 등을 표현한 이태수(아길로) 시인의 시집 ‘내 마음의 풍란’이 수상했다.
4회 수상작 이규정(스테파노)씨의 소설집 ‘퇴출시대’는 경제난과 대량실직 상황 등을 소재로 인간다운 삶에 대한 희망을 그렸다.
5회 수상작 조창환(토마스 아퀴나스) 시인의 시집 ‘피보다 붉은 오후’는 시의 본질적인 언어 미학과 아름다운 서정성에 자기구원의 신앙가치가 스며있다는 평을 받았다.
6회에는 가족관계 안에서 드러나는 진실한 사랑의 힘 등을 어린이의 눈을 통해 끌어낸 강숙인(데레사)씨의 단편동화모음집 ‘아주 특별한 선물’이, 7회에는 ‘인간다운 삶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구자명(임마쿨라타)씨의 소설집 ‘건달’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8회 상을 수상한 김형영(스테파노) 시인의 ‘낮은 수평선’은 ‘신을 찾아가는 순례의 시’라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9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은 정호승(프란치스코)씨의 ‘산소처럼 소중한 정호승 동화집’이 차지했다.‘사랑’은 매일 먹는 ‘밥’과 같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실어낸 성인을 위한 동화다.
“삶과 진리 향한 창조작업 펼쳐야”
◎문학평론가 구중서 교수
“가톨릭교회 정신을 담은 문학은 세상에 진리를 펼쳐나가는 큰 축입니다. 이러한 작품을 발굴, 격려하는 한국가톨릭문학상은 큰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도 복음적 가치관을 확산하는 소명을 더욱 건실하게 이어가야할 것입니다.”
문학평론가 구중서(베네딕토) 교수(수원대)는 특히 “‘가톨릭’ 문학은 일반 문단의 정서를 정화하고, 보다 큰 사명감을 제시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문학은 인간과 자연의 두 축을 근간으로 한다. 따라서 인간 본성과 정서, 보다 깊은 가치관의 세계를 드러내는 예술 장르로서 보다 지속적인 가치를 갖는다.
구교수는 “최근 인간성이 척박해진 사회분위기에 따라 문학이 위축된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인간성이 살아있는 한 문학은 위축되거나 소멸할 수 없다”며 “이러한 때일수록 가톨릭문학은 인간다운 삶과 진리를 향한 창조작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톨릭 문학은 인간본성과 자연법칙의 진리를 더욱 옹호하고 꾸준히 밝혀야 합니다. 가톨릭문학상도 이러한 가치의식을 올바로 밝힐 때 일반 사회 문단에서도 가치관의 모범으로서 또 방향타로서 더욱 가치를 발휘합니다.”
특히 구교수는 “현재 가톨릭 문학은 사회와의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있다”며 “가톨릭문학상이 교회의 보편적 가치와 문학이 서로를 풍요롭게 발전시키는 관계가 되는데 더욱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구교수는 “최근 수억원의 상금을 수여하는 문학상들에 비해 가톨릭문학상은 열악한 문화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지만 문인들에게 큰 격려가 되고 있다”며 “문인들 스스로도 꾸준히 노력해 보다 높은 예술적 가치를 드러내는 작품 창작에 매진해야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