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 가정 청소년 재활 교육
마닐라교구 대표적 청소년 복지시설
무료 직업학교 진학시켜 학비 전액 지원
현대식 최신 시설서 인성·전문교육 실시
최근 필리핀은 ‘타 종교’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등지에서 엄청난 수의 개신교 목사와 선교사들이 밀려들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규모 선교 자금을 투입, 복지 및 의료 활동을 전개하며 서민층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기숙학교 설립 등 청소년 복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 마닐라대교구 파빌로 주교는 “한국에서 많은 개신교 선교사들이 들어와 헌신적으로 가난한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모습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며 “한국교회 개신교의 이같은 열심한 선교 활동은 필리핀 교회에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리핀 교회도 앞으로 더 많은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좋은 예가 ‘알라방 뚤로이’(Alabang Tuloy)다.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생활하던 아이들도 상류사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한다.’
마닐라대교구에 속한 대표적 청소년 복지시설인 알라방 뚤로이의 ‘지향’은 한갓 헛된 ‘이상’(理想)으로만 들린다. 하지만 알라방 뚤로이를 방문한 사람들은 이상이 때로는 현실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결손가정 청소년 및 고아 600여명을 돌보는 알라방 뚤로이는 ‘환영의 집’이라는 의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 모두에게 열려있는 집이다. 하지만 단순히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그런 곳이 아니다.
길거리 청소년들은 우선 쉼터 형식의 작은 공동체에 머물며 ‘검토 기간’을 거친다. 쉼터에선 일단 건강을 회복시키고, 교육받을 수준을 점검하고, 적성을 검토한다. 그리고 이들 중 ‘재기 의욕’이 강한 청소년을 엄선, 무료 직업 훈련 학교로 진학시킨다. 교회가 기숙사 이용료, 생활비 등 의식주를 비롯해 학비까지 전액 지원한다.
알라방 뚤로이가 가진 원칙은‘최고로 도와주자’. 고통 받는 이들에게는 흉내내기 혹은 어설픈 도움이 아닌 전적인 도움, 최고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길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정상적 성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음식도 최고의 식단이 제공된다. 학교 및 숙소가 현대식 최신 시설을 갖춘 것은 물론이다.
교육 방식도 눈여겨 볼만 하다. 알라방 뚤로이에서 중요한 것은 ‘재활’이다. 정확히 표현하면 ‘상류사회로의 진입’이다. 이를 위한 교육의 첫 원칙은 ▲하느님을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 살아가는 기준과 목적이 물질이나 향락이 아닌 ‘하느님’이 되도록 한다. 두 번째는 ▲마음을 울리는 교육, 가슴을 움직이는 교육이다. 일방 통행식 지식전달이 아니라, 인성 교육을 통해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을 만들고 있다. 세 번째는 ▲실질적 도움을 주는 교육이다. 상류사회로 진입 할 수 있도록 최고의 교육 수준을 제공한다. 또 책임감 있는 행동, 근면함, 남을 배려하는 행동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을 양성한다. 이같은 교육의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희망 없이 길거리에서 살았던 청소년들이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아버지 어머니, 동생과 함께 길거리에서 생활했던 제롬(Jerome.15).
“인생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라방 뚤로이에서 알 수 있었어요. 이제는 울지 않을래요. 하느님만 따르며 열심히 살래요. 그것이 하느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혜에 감사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이제 알아요.”
제롬은 “교회의 도움으로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된 만큼 반드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중산층 셀소 홀가도씨 가정의 신앙생활
“돈·명예보다 기도가 더 소중”
‘가장 필리핀적인, 그러면서도 가장 가톨릭적인.’
시(市) 공무원으로 일하는 셀소 홀가도(Celso Holgado.50)씨는 필리핀의 전형적인 중산층이다. 회사원으로 일하는 아내 로사릴리아 홀가도(Rosalilia Holgado.49)씨와 1982년 결혼, 지금까지 25년을 살아왔다. 맏딸 치엘로 그레이스(Cielo Grace. 23)는 유치원 교사로, 둘째 딸 세실 안(Cecile Ann.22)은 은행원으로 일하고 있고, 셋째 딸 셀린 안젤라(Celine Angela.13)는 학생이다. 딸들 이름 앞에 아버지 이름 첫 알파벳에서 따온‘c’를 넣은 것은 아버지를 존경하고 따르겠다는 의미다.
이들은 주말이면 함께 쇼핑을 하고, 공원으로 나들이를 간다. 다른 평범한 필리핀 가정과 마찬가지로 개인 생활보다는 가족 생활을 더 중시한다.
이처럼 가장 필리핀적이라는 것은 가장 가톨릭적이라는 말과 통한다.
맏딸 이름을 ‘은총’(그레이스, Grace)이라고 지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홀가도씨 가정은 본당에서도 소문난 성가정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주일 미사를 한 번도 거른 일이 없습니다. 막내딸이 5살이 되던 해 이후부터는 매일 가족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아내는 “돈이나 명예를 위해 악착같이 산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족이 모여 기도할 시간 조차 없다면 돈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것이다.
홀가도씨 부부는 본당 ME 대표로, 아내는 성모회와 성령 세미나 모임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맏딸과 둘째 딸도 본당에서 교리교사와 율동찬양 음악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맏딸은 “어릴 때부터 가족이 함께 기도하다보니 저절로 행복한 가정이 됐다”며 “이제는 주일에 가족과 함께 보내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홀가도씨 가정에는 두 가지 ‘가훈’(家訓)이 있다. 하나는 ‘하느님을 사랑할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이웃을 존경할 것’이다. 막내에게 가족 기도를 할 때 어떤 소망을 청원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역시‘가훈’이었다.
“죽을 때 까지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또 나만 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웃을 존경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해요.”
◎“사랑받는 것 느낄 때 변화”
자랑스러운 필리핀인 선정 록키 신부
지난해 말 필리핀 정부는 ‘자랑스러운 필리핀인 4인’을 선정, 발표했다. 그 중 한 명이 록키(Rocky G Evangelista) 신부다. 마닐라의 어려운 청소년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고 있는 록키 신부는 필리핀에서 ‘청소년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평범한 본당 사제였던 록키 신부가 ‘남다른’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
“이틀에 한 번씩 마닐라 도심을 밤 새워 돌며 길거리 아이들을 돌보았습니다. 마약과 매춘, 강간, 강도…. 마닐라의 밤은 지옥이었습니다. 아이들을 그곳에 둘 수 없었습니다.”록키 신부는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평생동안 고통속에 살 아이들을 하나 둘 집으로 데리고 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13년이 지나, 이제 그 결실이 대규모 청소년 복지시설 ‘알라방 뚤로이’(환영이 집)로 이어졌다.
“청소년 복지 종사자의 핵심은 ‘인내’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하는 방식의 교육은 길거리 아이들에게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하듯이 끊임없이 기다리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낄 때 변화됩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발전된 청소년 복지 프로그램도 배우고 싶다는 록키 신부는 “물질과 향락을 중시하는 사회가 이 땅의 후손들의 영혼까지 망치고 있다”며 “헝클어진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고 함께하는데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사진설명
▶알라방 뚤로이는 길거리에서 생활하는 결손가정 청소년 등 600여명을 보살피며 이들의 재활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필리핀 중산층 셀소 홀가도씨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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