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닮은 겸손한 마음 청합니다”
베테랑이지만 안전점검에 늘 최선
“힘 다하는 그날까지 하늘 오를터”
하늘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우~웅” 숨을 천천히 고른다. 그러기를 1~2분여. 호흡을 한꺼번에 모은다. 그리고는 크게 숨 한번 토해낸다. “위~~잉” 드디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땅을 밀어낸다. 솟구쳐 오른다. 하늘이다. 세상을 쓸어갈 듯 한 큰 바람이 인다.
500MD 헬기는 그렇게 ‘엘리야가 회오리 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가듯’(2열왕 2, 11 참조) 하늘로 올랐다. 땅이 멀어지고, 잠시 후 세상은 가마득하게 보인다.
조종사 박형철(대건 안드레아.49.36사단 항공대) 준위는 ‘하늘’과 함께 살아왔다. 1987년에 임관, 지금까지 20년간 코브라 헬기(AH-1S) 등 각종 헬기를 총 4700여시간 조종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1군 야전사령부에서는 가장 오래된 경력. 그만큼 하늘을 ‘누리는’ 실력도 최고다.
하늘은 겸손한 이를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헬기 조종사는 경력과 능력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뉜다. 부조종사(CP), 정조종사(PIC), 정조정사 양성교관(IP), 정조정사 양성교관을 양성하는 표준교관 조종사(SIP) 등급 중 박준위는 최고 등급인 SIP 교관이다. 그래서 부대에서 정비가 끝난 헬기는 항상 박준위가 먼저 시험 비행을 한 뒤, 다른 조종사에게 조종간을 넘긴다.
누가 뭐래도 최고의 실력. 그런데 박준위는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늘 조심해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거든요”라고 말한다.
3차원에서 운용되는 헬기는 그만큼 위험이 크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비상(飛上). 그래서 실력을 과신해서는 안된다. 늘 조심하고 조심한다. 투시경을 보며 비행해야하는 야간 비행은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겸손한 삶이 하늘의 안전을 보장합니다.”
박준위가 한번 헬기에 오르기 위해 점검하는 사항은 15가지에 이른다.
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고, 예비비행계획서를 작성하고, 기상을 점검하고, 안전점검을 두 세 번 넘게 거친 후에야 ‘하늘’을 꿈꿀 수 있다.
심지어는 스트레스까지 관리해야 한다. 조깅 등 꾸준한 운동을 통해 최상의 몸과 정신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헬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늘 부단히 연구해야 합니다. 헬기는 조종사 경력이 오래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봐주지 않습니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매사에 열심히 임해야 합니다. 이처럼 늘 검토하고 준비하는 습관 때문에 가족 여행을 떠날 때도 일일이 목록을 작성해 사전 점검을 할 정도입니다.”
박준위는 “늘 후배 조종사들에게 ‘오래 사는 조종사가 훌륭한 조종사’라는 말을 하곤 한다”며 “신앙인으로서 늘 자만하지 않고 겸손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위가 조종사 안전수칙 다섯가지를 말했다.
첫째, 미리 계획하고 준비할 것.
둘째,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숙지할 것.
셋째, 제반 규정을 준수할 것.
넷째, 항상 조심할 것.
다섯째, 거듭 확인하고 점검할 것.
박준위의 부대는 2006년도 항공안전 최우수상을 받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하늘에 올랐다고 해서 안심하거나 방심하면 안된다. 항공기 위치 보고를 하고, 공중 경계를 하고, 연료 등 항공기 안전 점검을 해야 한다. 또 지원가능 기지를 선정하고, 갑자기 나타나는 산과 송전탑 등도 주의해야 한다.
박준위의 조종 실력에 만족해서일까. 잠시 후, 기동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500MD 헬기가 솜씨를 부리기 시작한다. 일반 순항속도가 시속 200㎞. 최고속도는 시속 300㎞에 육박한다. 코브라 헬기(AH-1S)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경량 헬기에 속하지만, 저공 침투 비행이 가능해 로켓포와 인마 살상용 발칸포는 적 탱크와 보병부대에 위협을 주기에 충분하다. 수색, 정찰, 지휘 통제 등에서도 큰 기능을 발휘한다.
박준위는 헬기 자체가 지니고 있는 장점도 하나 둘이 아니라고 말한다.
밭 등 작은 평지 공간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이륙과 착륙이 가능하고, 산불진화와 인명 구조에 있어서도 큰 역할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박준위는 “아무리 좋은 기계라도, 기계는 사람이 조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에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올바르지 않으면, 기계는 그 성능과 관련 없이 무용지물이 된다. 사람이 바로서야 기계도 세상도 바로 선다. 바로 선다는 것은 남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박준위는 그래서‘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다. 실제로 박준위는 늘 노력하고 스스로 찾아서 성취하는 형이다. 이 같은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과 노력은 코브라 헬기 부대 근무당시 사격대회에서 1등을 차지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어려운 난관을 뚫고 조종사로 발탁된 것도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앙도 마찬가지다. 누가 권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신자가 되기 위해 성당을 찾아 교리를 받고 1985년 세례를 받았다. 고(故) 박도식 신부의 천주교 안내 책자가 마음을 ‘동’(動)하게 한 유일한 원인이다.
“비상 훈련과 야간비행 등 바쁜 나날을 보내다 보니 열심한 신앙생활을 못합니다. 하지만 인근 군부대 성당에서 다른 군인 교우들과 함께 ‘조촐한’ 신앙을 나름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늘은 오래 머물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제 땅으로 돌아가야 한다. 하늘은 열심히 땅에서 더 살다가, 다시 하늘을 찾으라고 한다. 박준위는 그런 하늘에 순응했다.
바람이 다시 크게 인다. 엄청난 굉음과 회오리 바람 속에 헬기가 서서히 땅에 내려앉았다. 바람이 차차 잦아든다. 헬기가 천천히 숨을 고르더니 이내 조용해 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바람이 없어졌다. 세상이 다시 평온해졌다. 그 평온 속에서 박준위가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꿈? 갑작스런 질문에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굳이 말하라면 힘이 다하는 그 날까지 ‘하늘’에 오르는 것이다.
사진설명
▶조종사 박형철 준위는 최고의 실력에도 “신앙인으로서 늘 자만하지 않고 겸손된 마음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륙직전 박준위가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마음을 다잡는다.
▶박준위가 탄 500MD헬기가 날아오르고 있다.
▶동료조종사들과 함께. 늘 후배들에게 안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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