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 겸손 소탈… 맡은 업무는 강하게 추진
드러내지 않고 소외된 이웃에 사랑 실천
교구 시노드 실무 맡아 교구발전에 초석
일간지 경영…매스컴 통한 복음화 노력
외유내강(外柔內剛). 조환길 신임 주교와 오랫동안 더불어 살아온 선후배 동료 사제단과 지인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평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존경과 신망을 받아온 조주교는 자신에게, 그리고 업무 추진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모든 것을 내어 줄 만큼 겸손하고 소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신학교 입학동기인 교구 사무처장 이용호 신부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고 동료들을 배려할줄 아는 온순한 성격이지만 한번 마음먹고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낼만큼 책임감이 강했다”고 회고했다.
조주교가 이처럼 참 목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유산’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조주교의 집안은 3대째 신앙을 이어온 구교우 가정이다.
당시 경북 달성군 화원본당 관할 강림공소에서 40년 넘게 공소회장으로 봉직해온 부친 조순조(레이문도.2000년 작고) 옹의 삶과 신앙이 오늘의 조주교를 있게 했고, 사제의 길을 가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조주교의 가족들은 아무리 농사일이 바쁘고 힘들어도 매일 빠짐없이 1시간 넘게 저녁만과(저녁기도)를 함께 모여 바쳤다. 또한 5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조주교는 어릴적부터 농사일을 하던 부친을 성실하게 잘 도왔으며, 부모로부터 꾸지람 한번 듣지 않을 만큼 성품이 착했다.
현재 어머니 나일남(임파.90) 여사와 함께 살고 있는 큰 형 조영길(안드레아.66)씨는 “하느님께서 동생 신부에게 이처럼 큰 축복을 주신 것은 돌아가신 부친의 열심한 신앙덕분인 것 같다”며 “주님의 뜻대로 모든 교구 신자들을 위해 열심히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형곡·덕수본당 주임 등 일선 본당과 교구 사목국장 사무처장, 매일신문사 사장 등 본당과 특수 사목직을 두루 경험한 조주교는 대구대교구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된 1차 시노드 당시 사목국장과 사무처장을 겸임하며 교구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조주교는 또 관덕정순교기념관장직도 겸임하며 대구대교구 순교자 시복시성 추진위원장으로서 순교자 현양과 시복시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특히 조주교는 평소 탁월한 경영적 마인드와 능력을 인정받아 역대 사장 신부들 연배에 비해 비교적 젊은 나이인 51세에 매일신문사 책임자로 임명돼 매스컴을 통한 국민 계도와 복음화에 일익을 담당하며 지금까지 활동해오고 있다.
조주교는 매일신문사 사장으로 재임하며 직원들에게 현대사회에서 언론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덕목이 바로 사랑과 화해임을 강조,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언론사 책임자로서 각종 회의를 주재하고 모임에 참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지만 이런 일상 속에서도 매일신문을 꼼꼼이 정독하고 일일이 메모하는 등 보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 기울였다.
매일신문사 전 논설실장 이태수씨는 “조주교님께서는 신문사 책임자였지만 사제로서 늘 따스하고 부드럽게 직원들을 감싸안으려고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어떤 일을 밀고 나가야 할 때는 신중하면서도 세밀하고 확고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전신마비장애인 이상열(바오로)씨와의 인연으로 비영리 장애인 복지시설인 ‘베들레헴 공동체’를 설립, 소외된 이웃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나누는데도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성적으로 착한 목자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해온 조주교가 자신의 사제 모토 ‘너희는 맛보고 눈여겨 보아라,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시편 34, 9)처럼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교구 사제단 화합과 일치에 앞장서고 교구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진 목자로 살아가길 기대해본다.
조주교의 임명소식을 듣고 한 신자가 말했다. “그분은 언제나 인자하시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요즘 제 주위를 보변 너무 끼리끼리 어울려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새 주교님께서 신자들 간 친교를 위해 더욱 신경써 주시는 사목활동을 펼쳐주시길 바랍니다.”
사진설명
▶1971년 10월 17일, 고등학교 3학년때 견진성사를 받았다(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독서직 받을 때의 조주교(맨 오른쪽). 바로 옆이 부산교구 황철수 주교.
▶1981년 3월 19일 사제수품 후 가족들과 기념촬영. 조주교 옆이 사제의 길을 걷기까지 큰 역할을 한 아버지 고(故) 조순조옹.
▶조주교가 사제품을 받고 가족들에게 첫강복을 주고 있다.
▶3군단 군종사제 재임 당시(앞줄 왼쪽).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했다.
▶조주교는 교구 사목국장, 사무처장으로 교구전반의 실무를 맡았다. 사진은 교구 초등학생 대회에서 이문희 대주교, 최영수 대주교와 함께.
▶비영리 장애인복지시설인 포항 ‘베들레헴 공동체’ 가족들. 공동체 지도를 맡고 있는 조주교는 매달 방문해 장애인가족들과 사랑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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