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희망 있어 지난 겨울은 따뜻했습니다”
지난 겨울은 따뜻했다.
지난해 말, 가톨릭신문이 창간 80돌을 앞두고 (주)엠에이디 종합건설(대표이사 이종익)과 함께 닻을 올린‘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루카 10, 5)-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은 교회내외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교황대사 에밀 폴 체릭 대주교는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 가톨릭 신문사 주관으로 한국교회 안에서 일어난 것은 진정으로 반가운 일”이라며 “이번 나눔 운동이 가톨릭신문사 차원의 사업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 사업으로 확산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의정부교구장 이한택 주교도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은 가톨릭신문을 통해 한국 땅에서 하나의 작은 사랑의 씨앗이 뿌려지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교회가 늘 이 세상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증거하는 좋은 사례로 정착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또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는 “어려운 이웃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 따뜻한 마음을 치하한다”며 “사랑을 나누는 집 고쳐주기 사업이 전국 차원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희망의 망치소리는 이제 전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집 수리 사업이 의정부와 인천, 경기도 하남을 거쳐 이제는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지난 4개월의 노력과 결실을 정리한다.
▨ 사업개요
가톨릭신문이 창간 80주년을 맞아 기획한 이번 사랑의 집 고쳐주기 1차년도 사업은 가톨릭신문이 기획과 홍보, 대상 가구 선정 등을 맡고, (주)엠에이디 종합건설이 공사 실무와 공사비용 전액을 부담해 2007년 연말까지 진행된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안타까운 독자들의 사연을 접수받아 대상자를 선정, 매월 한 채씩 무상으로 수리하는 이번 사업은 ▲주거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80주년 가톨릭신문의 존재이유와 정체성을 재고하는 한편 ▲나눔 정신을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대상자가 선정되면 기자와 종합건설 관계자가 직접 방문, 그동안 살아온 내용을 청취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사항을 확인한다. 기자는 이 시점부터 취재를 시작, 기사화한다. 종합건설은 싱크대, 보일러 설치, 비가 새는 지붕수리, 도배 등 대상자 집 보수와 수리에 필요한 목록을 작성하고 공사 내용에 따라 봉사 인력을 조정, 조달한다.
▨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들
몸 하나 제대로 뉠 수 없는 좁은 공간, 옷을 두 겹씩 껴 입고서도 파고드는 칼바람으로 몸을 떨어야 하는 집. 비위생적인 재래식 화장실, 배수설비가 노후돼 늘 악취 풍기는 부엌, 손 대면 무너질 것 같은 허술한 벽, 비만 오면 물이 줄줄 새는 지붕….
사랑의 집 고쳐주기 사업이 진행된 지난 4개월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이 사회에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평생을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안락한 휴식처를 가져보지 못한 할머니, 비위생적 환경에서 자라나는 소년소녀 가장, 부모를 잃고 어렵게 생활하는 유치원생 등 전국에서 수 많은 사연들이 답지했다. 이러한 사연들 중에 집 수리 대상 가구를 선정해 내는 것 자체가 힘든 작업이었다.
2006년 12월에 시행된 1호 사업은 의정부에서 시작됐다.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 304 박옥희(레오니아.76) 할머니 집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첫 번째 선정 가구를 방문한 체릭 대주교가 “선진국 한국에 아직도 이런 비참한 주거 환경에서 거주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쪽 귀퉁이가 무너진 부엌은 자칫 방치할 경우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당장 생명의 안전에 관련된 문제여서 개선이 시급했다. 그래서 부엌을 헐고 새로 지었다. 건장한 남성이 힘껏 밀면 바로 무너질 듯 위태해 보이던 벽도 새로 시공했다. 30년 넘은 바닥 장판도 새로 깔았고, 비만 오면 줄줄 새던 지붕도 들어내고, 새 지붕을 올렸다. 가스 누출 사고 우려가 있었던 보일러도 교체했다. 거동 이 불편한 할머니가 이동하기 쉽도록 이동로를 만들고, 계단도 설치했다. 제대로 배수가 안되는 낡은 하수도도 파내 교체했다.
2007년 1월 집수리 2호 사업의 주인공은 지용분(마리아.67.의정부교구 호원동본당)씨 가정. 낡은 대문과 현관문을 새로 달고, 지붕을 새로 올렸다. 전기 설비도 전면 교체했다. 시어머니 김경술(안나.97) 할머니, 장애인 아들 구자만(마태오.32)씨는 달라진 집을 보고는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지씨는 새 집 앞에 서자 마자 눈물부터 쏟았다.
지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일이 없었다. 앞으로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하루 동안 바뀐 집에서 생활했는데, 벌써 피부가 좋아진 느낌”이라며 “집안이 항상 눅눅하고 습기가 차 있었는데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2월에 시행된 사랑의 집 고쳐주기 3호 사업은 경기도 김포에서 진행됐다.
대상자로 선정된 윤병수(카타리나.81) 할머니는 “이제 옷을 세 겹이나 껴 입은 채로 겨울 밤 추위를 이겨내지 않아도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수인이도 이제는 따뜻한 방에서 공부할 수 있다. 방이 넓어져 책상도 놓을 수 있다. 윤할머니 가정을 추천한 대곶본당 오병수 주임신부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 집이 이제는 본당 사제관 보다 더 낫다”며 환하게 웃었다.
3월에 진행된 사업은 오갈 곳 없는 할머니 5명이 함께 생활하게 될 복지시설(경기도 하남시)로 선정됐으며, 이미 공사는 마친 상태. 가까운 시일 내에 축복식이 끝나는 대로 기사화할 예정이다.
4월 사업 대상 가구는 아직 선정하지 못했다. 가톨릭신문과 엠에이디 종합건설은 그동안 접수된 사연과 사목자들의 추천을 검토해 빠른 시일내에 선정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엠에이디 종합건설 이종익 대표이사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당초 정해진 예산 안에서 부분적으로 공사를 할 것인가, 아니면 상황에 따라 전면 개보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생긴다”며 “하느님께서 사랑을 실천하라고 주신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집 수리 사업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 사랑의 집 고쳐주기 신청 및 문의
가톨릭 신문사 02-778-7671~3
(133-030)서울 성동구 홍익동 398-2
사진설명
①②공사 전 폐가와도 같았던 박옥희 할머니 집과 말끔하게 단장된 새 집.
③교황대사 체릭 대주교와 이한택 주교 등이 공사 전 지용분씨 집 부엌을 둘러보고 있다.
④새 집 현관에서 지씨의 시어머니 김경술 할머니가 감격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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