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과 합심해 교구 새 도약 앞장설 것”
"중증 장애우들과 도움 주고 받으며 영성에 활력 얻어”
교구설정 100주년(2011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대구대교구에 다시 한번 경사가 났다. 지난해 2월 최영수 보좌주교의 부교구장 대주교 임명 이후 1년여 만에 맞는 ‘기쁜 일’이다. 더구나 조환길 신부의 주교 임명은 부활을 앞두고 대구대교구민들과 한국교회에 기쁜 선물이 됐다.
보좌주교 임명 다음날인 3월 24일 오전 조환길 주교를 만나기 위해 대구대교구청을 찾았다.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무게감 때문일까. 조주교는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큰 소명이 저에게 주어져 두렵고 떨린다”며 “앞으로 교구장님을 잘 보필해 한국교회와 교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주교와의 일문일답.
-먼저 주교 임명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저한테 이런 큰 직분이 주어져 두렵고 떨립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하느님과 교회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순명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앞으로 교구장님 뜻을 잘 받들어 교구와 한국교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떤 계기로 사제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7년전 86세로 선종하신 아버님이 생각납니다. 아버님께서는 시골 공소 회장님으로 40년 넘게 활동하셨습니다.
태중교우로 어릴적부터 보아 온 아버님의 이러한 신앙적 모범과 삶이 제가 사제의 길을 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아버님이야말로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해준 참 신앙인이셨습니다.
그리고 1969년 당시 마산교구 이태식 부제님이 지은 꽁트집 ‘태식이가’란 책을 읽었습니다. 거기에 나온 신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하며 신앙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사제생활 모토는 무엇이고 평소 어떤 사목적 소신으로 사제생활을 하셨는지.
▲사제 생활 모토는 “너희는 맛보고 눈여겨 보아라, 주님께서 얼마나 좋으신지!”(시편 34, 9)입니다. 신앙인으로서 주님 안에 사는 자유와 평화를 누리란 뜻에서 결정한 것입니다. 그동안 사목자로서 하느님 안에 살아
가는 기쁨과 자유를 많은 이들과 나누려고 노력해왔습니다.
-26년 사제 생활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나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덕수·형곡본당 주임을 거쳐 교포사목을 1년간 그리고 교구청에서 9년 활동했습니다. 또 군종 사제로 사목활동을 할 때도 추억이 많았습니다. 신자들과 하나된 생활을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일이 생각납니다.
특히 포항 송라에 위치한 비영리 장애인복지시설인 ‘베들레헴 공동체’를 만들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도 한 달에 두 번 정도 가서 그들과 만나고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저의 사제영성에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또 그들로부터 영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사제로서 회사경영을 한다는 것이 흔치 않은 경험인데 매일신문사 책임자로 일하며 세상을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좋은 체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대구대교구는 교구 100주년을 위한 쇄신과 발전에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주교님이 되신 만큼 그 역할과 소명이 막중하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교구 사제단과의 친교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시다면.
▲우리 교구는 현재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교구설정 100주년이 4년정도 남았는데 앞으로 제2차 교구 시노드도 개최해야 하고 100년사도 정리해야 하는 등 중요한 사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에전에 비해 사제단의 수도 많아졌고 그만큼 계층간, 세대간의 차이도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제단과의 친교를 위해 그들 곁에 다가서겠습니다.
회의 등 공식적인 모임이든 취미생활 등의 개인적인 모임이든 항상 참석하며 가까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교구 사제단이 합심하고 교구장 주교님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약과 비전을 제시해나가도록 앞장서겠습니다.
-올해가 주교님께도 특별한 한 해이고 저희 신문사도 창간 80돌을 맞는 해입니다. 그동안 언론사 책임자로 몸담아 오셨던 주교님께서 가톨릭신문 창간을 맞아 축하의 말씀과 교회 언론에 대한 당부의 말씀을 해주신다면.
▲가톨릭신문 창간 8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80년 동안 가톨릭신문이 이룩한 업적과 공로는 높이 평가할만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신문사를 위해 헌신한 모든 임직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교회언론 종사자로서 언론정신, 기자정신도 필요하겠지만 특별히 교회정신 곧 복음정신에 입각해 신앙인으로서의 사명감에 보다 충실해주길 당부드립니다.
-끝으로 교구민들과 한국교회 신자들에게 당부의 한 말씀 해주십시오.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당황스럽습니다. 큰 일을 혼자 감당할 수 없지만 든든한 교구 신부님들과 함께 앞으로 제게 주어진 일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로서 격려해주시고 교구 100주년 행사에 모두 합심해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 대구대교구 조환길 보좌주교 약력
▲1954년 11월 7일 경북 달성 출생 ▲1972년 2월 대구고등학교 졸업 ▲1981년 3월 대건신학대학 대학원(현 광주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졸업 ▲1981년 3월 19일 사제 수품 ▲1981년 4월 대구 대덕본당 보좌 ▲1982년 1월 대구 복자본당 보좌 ▲1983년 1월 군종신부로 육군 복무 ▲1988년 9월 대구 덕수본당 주임 ▲1991년 9월~1994년 2월 안식년(미국 교포 사목) ▲1993년 10월~12월 예루살렘 Ecco Home 신약성서 코스 수료 ▲1994년 2월~1998년 9월 대구 형곡본당 주임 ▲1998년 12월~1999년 8월 대구대교구 사목국 사도직 담당 ▲1998년 12월~2002년 10월 대구대교구 사목국장 ▲1999년 3월~2004년 12월 대구대교구 사무처장 ▲2004년 9월~2004년 12월 관덕정순교기념관장 겸임 ▲2004년 12월~현재 매일신문사 대표이사 사장 ▲2007년 2월~현재 한국신문협회 부회장 ▲2007년 3월 23일 대구대교구 보좌주교 임명
◎대구대교구 보좌주교 탄생 약사
-이문희 대주교
대구대교구 첫 보좌주교 이문희 대주교(현 교구장)는 1972년 10월 7일 38세의 젊은 나이에 보좌 주교에 임명됐다.
이대주교는 당시 교구장 서정길 대주교를 보필해 1979년 12월 대구가톨릭병원 개원, 1982년 대구가톨릭대학교(당시 선목신학대학) 개교, 신나무골 성지, 한티 성지 개발 등을 성사시키며 교구 발전을 이끌었다.
1985년 1월 18일 교구장 승계권이 있는 보좌주교에 임명됐으며, 1986년 7월 5일 제8대 교구장으로 착좌했다.
-서정덕 주교
1994년 3월 4일자로 대구대교구 두 번째 보좌주교에 임명된 고 서정덕 주교는 1994년 4월 8일 주교품을 받았다.
육군 군종감을 지낸 서주교는 사제생활 대부분을 군 사목 개척을 위해 몸 바쳤으며, 보좌주교가 된 후에도 늘 인자한 성품으로 선후배 신부와 신자들을 대했다. 서주교는 2001년 2월 지병으로 주교직을 은퇴한 후, 그해 12월 22일 64세로 선종했다.
-최영수 대주교
최영수 대주교는 제 17대 가톨릭신문 사장을 거쳐 대구평화방송 초대 사장 신부로 재임하던 중 2001년 1월 10일 대구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됐다. 최 대주교는 보좌주교로서 5년 동안 교구장을 도와 교구 설정 100주년을 위한 각종 행사 준비, 대리구체제와 소공동체 활성화, 교구민 화합 등 교회 발전을 위해 힘썼다.
또 ‘생명’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진 최 대주교는 사형제 폐지, 모자보건법 폐지 운동 등에 앞장서 인간 생명과 존엄성에 대한 올바른 사회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최대주교는 2006년 2월 3일 교구장 승계권을 지닌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에 임명됐다.
-조환길 주교
이번에 주교에 임명된 조환길 주교는 네번째 보좌주교. 조주교는 교구 사목국장, 사무처장 등을 거쳐 2004년 12월부터 현재까지 매일신문사 사장으로 봉직해 오고 있다. (박기옥 기자 tina@catholictim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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