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속 변화의 물결 힘차
1998년 7월. 정진석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 착좌 후 가진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구 구성원 일치와 친교’, ‘통일’, ‘가정사목’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정진석 추기경의 추기경 서임 1주년이고 앞서서는 1998년 서울대교구장으로 착좌한 지 횟수로 10년째 되는 해이다. 한국교회 최대 교구로 교회 사목과 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의 지난 10년을 짚어본다.
‘시나브로’.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뜻처럼 서울대교구의 변화는 조용했다. 하지만 정중동(靜中動)이었다. 10년은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진 시간이었다.
정추기경이 교구장 착좌 후 인터뷰에서 밝힌 ‘교구 구성원 일치와 친교’, ‘통일’, ‘가정사목’ 세 가지 역점과제의 첫발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교구 시노드에서 시작됐다. 서울대교구 시노드는 2000년 주비단계를 시작으로 준비단계, 본회의 단계를 거쳐 2003년 9월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 ‘희망을 안고 하느님께’ 반포로 막을 내렸다.
서울대교구는 시노드의 성과를 교구 사목 전반에 적용하고자 교구 기획조정실과 통합사목연구소를 설립하며 시노드 과제 실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시노드 후속 교구장 교서를 토대로 교구의 내.외적 발전을 가속화하는 작업은 현재 교구 전반에 걸쳐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정추기경이 착좌 후 밝힌 역점과제인 ‘교구 구성원 일치와 친교’를 위한 잰 발걸음도 2000년 시작됐다. 서울대교구는 2000년 1월 지역교구장 대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서울대교구 사목체계 쇄신에 관한 교령’을 공포했다. 교구를 3개 지역으로 나눠 담당 교구장 대리가 운영하는 조직개편은 교구 내 사제들과 수도자, 평신도들이 좀 더 가깝게 다가서 친교를 나누고 일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2005년부터 중점적으로 추진돼 오고 있는 공동사목 역시 교구민 전체의 친교와 일치를 위한 노력 일환이다. 올해까지 2년간 시범운영을 통해 장단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해 온 교구는 올 4월 공동사목 설명회를 시작으로 공동사목 자원사제 선발, 공동사목 본당 추가 선정 등을 계획하고 있다. 공동사목을 통한 ‘작은 본당’ 구현은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화합하고 일치하는 가운데 성전건립과 내적 공동화(空洞化)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할 미래 교회 사목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통일’을 위한 민족화해의 여정은 ‘민족화해센터’ 착공으로 빛을 봤다. 2006년 착공해 현재 건립 중인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 내 민족화해센터는 앞으로 남북 종교와 문화, 예술, 청소년 교류는 물론 통일과 북방선교 교육의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정추기경은 최근 메리놀외방전교회 함제도 신부를 ‘평양교구장 서리 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북방선교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은 최근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땅의 복음화는 우리 한국교회의 지상과제라 할 수 있다”며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민족이 하나가 되기를 기도하는 것이 통일을 위한 가장 큰 노력이며 ‘민족화해센터’와 ‘속죄와 참회의 성당’을 짓는 것도 바로 그런 의미”라고 밝힌 바 있다.
정추기경이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가정사목’은 영역이 확대돼 교구 전체의 생명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특히 황우석 전 서울대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관련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더 나아가 교회의 생명운동을 한 단계 높이는 데까지 교회 전체가 나서는 데 있어 서울대교구의 역할은 지대했다.
서울대교구는 2005년 10월 생명위원회를 발족하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100억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생명존엄성 수호에 적극 나섰다. 또한 2005년 12월 봉헌된 서울대교구 생명미사에서는 전 세계 1000여 개 교구가 생명운동에 동참할 것을 선언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한국교회가 보편교회 생명운동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밖에도 서울대교구는 1963년 수원교구를 분가한 후 41년만인 2004년 의정부교를 분가시켰으며, 한국교회 1번지인 명동성당 일대를 제삼천년기 문화의 시대에 걸 맞는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자 2003년 명동개발특별위원회를 설립해 명동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특수사목으로 여겨지던 사회사목 분야가 보다 세분화·전문화된 것도 지난 10년간 변화된 서울대교구의 모습 중 하나다. 얼마 전에는 홍보국의 명칭을 문화홍보국으로 바꾸고 대사회 홍보활동 활성화와 함께 문화사목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사목 수혜자 아닌 주체로
◎노인사목 새 바람 일으키는 ‘서울 노인사목부’
‘한국교회 노인사목에 새 바람을’
서울대교구 사목국 노인사목부(전담 이성원 신부)의 활동이 주목받는다.
한국교회 최초의 노인사목 전담 부서로 탄생한 노인사목부는 출범 불과 1년 반 만에 한국교회 노인사목에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있다.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노인사목에 본격적으로 나선 서울대교구의 모습을 보고 사목에 적용하려는 각 교구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노인사목부의 현재가 궁금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05년 12월 설립된 노인사목부의 활동은 그간 교회에서 단발적으로 진행돼 온 노인복지 활동을 한 단계 뛰어 넘는다. 특히 노인이 교회 사목의 수혜자가 아니라 사목의 주체라는 인식에 바탕을 뒀다는 점이 가장 주목받는다.
노인사목부 산하 노인사목연구위원회는 노인관련 평신도 전문가 11명과 사제 1명으로 구성돼 현대 노인의 문제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노인사목 정책을 수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위원회는 교회 안 불모지였던 노인사목을 교회 실정에 맞도록 체계화시키는 두뇌로 활약하고 있다.
노인사목부는 아울러 교구 내 100개 본당에 들어선 노인사목관련분과와 107개 노인대학의 활동을 아우르는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한다. 노인대학연합회 또는 각 본당 노인대학·분과 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노인사목이 체계화 된 것도 노인사목부라는 매개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인대학연합회 봉사자 교육을 중·장기 계획으로 체계화시키고 교구 내 3개 지역 15개 지구의 연대와 정보교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최근 노인사목부 활동의 눈에 띄는 특징은 젊은 노인(Young-Old)층에 대한 사목 프로그램 마련이다. 올 5월 2일 ‘활기찬 노년을 그대에게’ 주제로 개강하는 ‘가톨릭 시니어 아카데미’는 기존 교회 노인복지의 주 대상이었던 70~80대 노인층에서 더 나아가 50~60대 젊은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직장 은퇴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젊은 노인의 수요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 이러한 사회변화를 인식하고 젊은 노인들을 위한 사목 일환으로 아카데미를 연 것은 노인사목부의 적절한 선택이자 과감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노인사목부 전담 이성원 신부는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인사목의 대상자가 신자 전체의 50% 이상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며 “많은 신자들이 노인으로 살아야 할 시간이 많아지는 변화에 발맞춰 교회도 노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노인들을 위해 어떻게 사목해야 할지를 연구하고 사목에 반영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경묵상+영어공부 직장인.학생에게 “굿”
◎서울 통합사목연구소 ‘말씀지기’
“성경을 읽고 묵상할 뿐 아니라 영어공부도 할 수 있는 ‘말씀지기’는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입니다.”
서울대교구 통합사목연구소가 발행하는 ‘말씀지기’를 접한 부산교구 최재선 주교의 평이다.
말씀지기는 교회 내에서 처음 발행되는 영한 대역 묵상집이다. 한 달에 한번 발행되는 책에는 한 달 미사 독서와 복음 뿐 아니라 이에 따른 묵상 글이 영어와 한글로 실려 있다. 매 주일 한 번씩 말씀과 묵상을 통해 느낀 점을 적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CD 크기로 휴대도 간편해 매일 미사를 봉헌할 수 없는 직장인이나 학생들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을 수 있다.
2005년 12월 창간된 말씀지기는 현재 14개 언어로 90개국에서 발행되는 ‘The Word Among Us’의 한국어판. 하지만 미국에서 발행되는 원판과 달리 묵상에 적절한 사진을 싣고 편집도 읽기 쉽도록 바꿔 한국 신자들의 입맛에 맞춰 편집, 발간되고 있다.
서울 대치2동본당은 말씀지기로 영어 및 성경공부 모임을 하고 있으며, 의정부교구의 사제들은 ‘말씀지기’ 공부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말씀지기는 통합사목연구소 홈페이지(www.ipmcatholic.or.kr)에서도 볼 수 있다. 4월 16일부터는 ‘라디오 말씀지기’(평화방송 라디오 105.3Mhz, 저녁 7시45분, 월~토)를 통해 내용을 청취할 수 있다. 정기구독 1년 3만원, 낱권 3000원.
※구독문의 02-727-2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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