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명예 한순간에 곤두박질
대마초 누명 휘말려
처녀가 아닌 아기엄마이면 노래할 수 없나. 결혼한 것을 감추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나는 노래를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하겠다며 다부지게 마음을 먹고 결단을 내렸었다.
그러나 난 이겼다. 그날 방송 이후 엄마가수 김수희의 인기는 더욱더 치솟았고 각 언론에서는 ‘김수희 인간 승리’라고 떠들썩했다. 무명가수 10년 세월의 한을 그렇게 풀었다.
나는 소위 ‘엄마 가수’의 선구자격으로 인식됐다. 사실 그때부터 기혼여성도 가수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정서가 적극 번져갔다.
하지만 내 삶에서 어려움은 쉽사리 떠나지 않았다. 난 노래를 하지 않으면 흔들릴 지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금 이르다 싶은 나이에 한 남자를 만났지만, 가정생활은 화목하지 못했고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 사람은 바람같은 남자였다. 1년에 한두번씩 집에 들어오는 정도였다. 남편의 좋지 않은 주변환경 때문에 나는 원치않는 구설수에도 자주 올려졌다. 그때 내게는 노래가 버팀목이었고, 남편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원천이었다.
무명가수 10년의 한을 풀자마자 그 해 대마초 운운에 휘말려 그토록 어렵게 얻은 내 인기와 위치가 하루가 다르게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나는 대마초를 피지 않았지만 그것을 변명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고 또 그럴 마음도 없었다. 남편 주변의 조직폭력배와 같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내 환경에서 나는 올바로 말을 할 수도 없었고 몇마디 변명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사람들도 내가 대마초를 피지 않았고 무혐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요즈음 인터넷 악성댓글이나 잘못된 내용들이 특정 개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심하면 죽음에까지 몰고가는 부작용을 만드는 경우가 심심찮게 알려져있다. 당시에도 그릇된 매스컴의 가십성 기사 등등이 한 사람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은 쉽게 일어나는 일 중 하나였다. 또 대중들은 사실과 관계없이 매스컴의 이야기에 쉽게 호도됐다. 그때 매스컴을 통해 상처받은 기억은 오랫동안 매스컴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
그래도 나는 “그래, 너무 쉽게 온 거다. 아직도 나는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라며 떨어지는 인기가 아니라 너무 정리없이 올라와 버린 내 자신을 질책했다. 그 사건은 인기곡 ‘멍에’를 통해 그해 골든디스크상 가수상을 기대하다 터져버린 스캔들이어서 너무나 큰 상처를 남겼다.
소용돌이가 휘몰고 간 자리에 군데군데 생채기가 많이 났었지만 오히려 편안해진 마음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하던 날,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 패하지도 않을 것이다라는 사무친 각오를 다시 세워야 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일들을, 분노와 화를 너무 안으로만 삭이고 절제하던 나는 큰 병을 얻고 말았다.
돈이나 명예, 지위가 죽음 앞에서는 백지 한 장의 값어치만도 못하다는 현실이 나를 허망하게 만들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를 자학의 길로 몰고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낯선 타국 필리핀을 내 병상 은신처로 삼았다. 어두워져가는 여윈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기 싫어서였다. 그런데 매스컴에서는 또 내가 유방암에 걸렸고, 어디서 치유를 받았고 하는 온갖 말들을 떠들어댔다. 유방암이 아니었지만 당시 몇몇 신문들은 판매를 위해 나를 두 번씩이나 지면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했다. 정말 나는 언론 기피증을 겪어야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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