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담은 전파 쏩니다”
“CQ, CQ, CQ. This is HL2AWO calling and standing by.”
가톨릭아마추어무선사회(마르코니회) 김광석(안드레아 54 의정부교구 구리본당) 회장이 무전기 전원 스위치를 켜고 CQ(Come Quickly?‘듣고 계신 분 아무나 응답해 주세요’라는 의미) 호출을 하자 얼마 되지 않아 또렷한 음성이 잡힌다.
능숙하게 무전기를 다루고 하루에도 몇 차례나 해외 아마추어무선사(HAM)들과 스스럼없이 교신을 주고받는 김회장에게 시각장애는 약간의 불편함일 뿐인 듯하다.
김회장이 햄이 된 것은 지난 1983년. 연세대 상대를 졸업하고 유학 준비를 하던 중 갑작스레 닥친 급성 포도막염으로 시력을 잃고 끝 모를 좌절과 희망의 부침 가운데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시력을 완전히 잃기 전 우연한 기회에 책임을 맡게 된 가톨릭맹인선교회 부설 가톨릭녹음도서관에서 활동하던 한 봉사자가 그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 메신저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시각장애인이 햄 자격시험에 응시한 전례가 없던 터라 시험을 치는 일부터가 도전이었습니다.”
1984년 4월. 호출부호 HL2AWO로 개국하며 새로운 삶에 의욕을 되찾은 김회장은 시각장애인들의 햄 활동과 교육을 위해 1983년 10월 한국맹인아마추어무선사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을 맡았고, 1985년 7월 가톨릭아마추어무선사회를 창립했다.
마르코니회(www.qsl.net/hl0kms)로 햄들 사이에 더 많이 알려진 이들은 매주 수요일 밤 10시 무선을 통해 대화를 나누어 오다 지난 1990년 3월부터는 생명 가정 자연 환경 사회 신앙 문제 등 다양한 주제로 나눔을 이어와 올 5월이면 900회 돌파를 바라보게 되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쉬는 신자들을 회두시키는가 하면 비신자를 하느님 품으로 이끄는 등 신앙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 현재 회원만 2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지난 삶은 먼저 용기를 내 다가서기만 하면 내가 할 수 없는 부분을 메워줄 누군가가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시간이었습니다.”
조심스레 세상을 더듬으며 사람들에게 안테나를 맞춰가는 김회장. 사회 통합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전파를 쏘아 보내듯 기쁜 소식을 담은 희망을 쏘아 보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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