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손맛 세계에 알려야죠”
아르바이트하며 요리 입문 미국 ‘젊은 요리사 톱10’에
사제와 요리사의 공통점은?
전혀 달라 보이는 둘 사이에도 공통점은 존재한다. 절제가 그것. 사제는 삶에 대한 ‘절제’를, 요리사는 맛에 대한 ‘절제’를 추구한다.
요리계에 입문한지 16년. 절제된 솜씨로 세계 요리계를 깜짝 놀라게 한 권영명(베드로.37)씨가 두바이 특급호텔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수석 주방장으로 뽑혔다.
수석 주방장 선발을 위한 요리시범에서 권씨는 전채요리 10여 가지, 프랑스 요리 18코스, 아시아 요리 등 50여 가지를 선보였다. 특히 프랑스식 퓨전 꼬리찜은 까다로운 평가단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성실과 노력 끝에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권씨는 ‘신부’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장손에 독자인 그의 꿈은 집안 반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권씨는 재수 끝에 1993년 강원도 강릉 영동대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했다. 2학년 때는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 취업했다. 더 넓은 세계로 나가기 위해 영어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의 성실함이 기회를 불렀다. 미국 샌프란치스코 리츠칼튼 호텔로 발령이 난 것.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은 많았다. 영어에 대한 벽도 높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는 재능있고 젊은 요리사들이 넘쳐났다.
“한국에선 제 나이에 비해 요리를 잘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만했던 거죠. 그런데 미국엔 저보다 어리고 더 잘하는 요리사들이 많아 충격을 받았어요.”
더 노력하는 길밖에 없었다. 하루에 16시간 일을 하며 미국요리학교(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도 수료했다. 쉬지 않고 일과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기회가 그를 찾아 왔다. 2003년 미국 요리협회가 주는 ‘젊은 요리사 톱10’에 뽑혔으며, 35세에는 두바이 ‘페어몬트 호텔’ 수석 주방장 자리에 올랐다.
마음의 보금자리 신앙
“성당은 저의 타지생활에 있어 보금자리 같은 곳이었습니다. 상처 입은 절 위로 해주는 장소였죠.”
9년 동안 외국 생활을 하며 언어장벽과 인종차별 등으로 운적도 많았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종교를 뒷전으로 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성당을 다시 찾았다.
“성당은 원래 제가 있어야 할 자리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언제나 성당을 찾아가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세계 최고 호텔 수석 주방장이라는 최고 자리에 올라갔지만 그의 목표는 끝이 없다. 그는 “앞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많은 이들에게 세계의 색다른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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