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생활 통해 삶의 평화얻어
매일 하느님께 기도
말을 만들어내는 가십성 기사들로 인해 나는 거의 10년 이상 언론에 대한 노이로제를 겪어야 했다. 이후 모든 인터뷰를 사절한 것도 물론이다.
그래도 질곡의 시간은 흘러갔다. 이혼이라는 아픈 터널도 지나갔고,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일본에서 보낸 눈물의 시간들도 흘렀다.
몇 년만에 일본에서 돌아온 나는 피눈물나는 근검 절약으로 열심히 저축했고, 열심히 일했다. 90년에는 작은 영화사도 세우고 레코드사도 열었다.
93년, 이 해에 나는 평생 한번 받기도 힘들다는 골든컵을 안았다. 83년 ‘멍에’로 골든컵을 수상한 후 정확히 10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폭발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시기였다. 음악문화의 주도권은 완전히 신세대에게 빼앗겨버린 때였는데 ‘애모’는 기성 세대 뿐 아니라 신세대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으며 종횡무진 달려나갔다.
애모는 90년에 발표한 곡이었는데 사실 예상치못하게 전국을 들썩이는 인기를 누렸다. 이 곡으로 나는 KBS 가요대상을 비롯해 MBC 올해의 가수상, 서울가요 대상, 한국 노랫말 대상, 3대 일간스포츠지 올해의 가수상 등을 수상했다.
그리고 93년, 나는 수원교구 성라자로마을에서 세례를 받았다.
나는 30여 년 전부터 라자로마을의 자선공연을 다녔었다. 천주교와의 인연의 시간은 오래됐지만 세례는 다소 늦게 받게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늘 신앙을 갖고자 했었다.
그래도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어머니에게서 받았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불교 신자로 살아오셨다. 그런데 내가 이혼을 하고 일본에 있는 동안 외로움을 심하게 타신 어머니는 성당엘 다니기 시작했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서 입교한 것과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항상 나의 큰 의지처였고, 어머니를 믿었기에 그분이 선택한 종교에도 자연스레 더 큰 믿음이 갔다.
신앙은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가장 큰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내적 중심은 자기 자신이나 그 어떤 타인보다 신앙 안에서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고, 또 굳건히 세워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앙은 타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배려를 길러낸다.
나는 세례를 받은 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기도를 빼놓은 적이 없다.
내 기도는 간단하다.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게 해주세요”라는 단 한마디다. 지금까지 이 기도의 내용을 하루도 바꾼 적이 없다. 바치기가 쉽지 않은 기도 내용이었지만 나는 다른 내용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런저런 것을 해달라는 청원 기도도 드려본 적이 없다. 단지 내가 이 기도를 흐트러지지 않고 바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또다시 기도한 적은 많다.
내 안의 또다른 나, 나를 위해 기도할 때면 당연히 ‘… 주세요’ ‘… 해주세요’라는 청원이 줄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중심을 잡고 하느님께 달라고 조르는 기도를 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해왔다.
하느님은 내 인생의 가장 큰 가치 기준이 됐고 나는 그 안에서 평화로웠다. 이후 성가곡집도 발표했는데, 이 앨범에는 ‘애모’에 성가가사를 붙여 부른 노래도 있다. 우리집을 다녀간 이들은 ‘집이 꼭 성당 같다’는 말도 하곤 한다. 나는 집 입구에 성모상을 모셨는데, 꼭 성당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늘 내 맘 한켠을 아프게 하는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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