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결심하는 것”
29일까지 대학로 스타시티 극장서 공연
젊은이에 ‘돌아갈 삶’에 대한 화두 던져
“그런데 참 묘합디다. 날강도가 칼을 들고 있는데 무섭기는 커녕 반가운 생각이 들더란 말이요. 늘 혼자서 적적하던 참에 강도라도 만나니 말벗이 생겨 사는 것 같더란 말이요.”(연극 ‘귀향’ 대사 중)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복지책을 조금씩 늘여가고 있다. 그러나 노인들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외로움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
극작가 오재호(빈첸시오)씨는 연극 귀향을 통해 고독에 찌들어 몸부림치는 독거노인의 삶과 사회의 무관심을 전면에 끌어내 놓았다. 그리고 오씨는 ‘가족관계’와 ‘가족사랑’에 대해 환기한다.
무대에는 74세의 한 독거노인이 있다. 부인과 사별하고 작은딸은 죽고, 큰딸은 미국으로 떠나 17년째 돌아오지 않아 외로움에 빠진 노인이다. 그러던 어느날 큰딸의 전화가 걸려온다.
딸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집을 정리하고, 딸을 위해 된장국을 끓이는 아버지.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 딸이 실망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현대의 수많은 노인들이 고독하게 죽어간다. 대화가 없어서가 아니라 대화를 거부당했기 때문이다. 자녀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온 생애를 바쳤지만, 이제 자식들은 뿔뿔히 흩어져 제 갈길로 떠나버렸다.
노인들은 죽지 않겠다고 발버둥치지 않는다. 돈을 달라고 일거리가 없다고 불평하지 않는다. 다만 오며 가며 한번씩이라도 눈길을 맞춰주길 바라고 있다. 쓰리고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특히 오씨는 이 연극에서 “사랑은 결심하는 것”이라고 외친다. “느낌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은 결심해야 하는 것이야. 바로 이게 결혼생활의 바탕이야. 바탕!”
상업성에 물든 연극계에 신선한 자극제로 시도되는 이 작품은 부부와 노인들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돌아갈 삶’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매너로 인정받고 있는 한국배우협회 이사 조명남 선생의 연기로 더욱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실제 된장국 냄새가 구수하게 퍼지는 무대장치도 실감난다.
4월 10~29일 서울 대학로 스타시티 극장에서 평일 오후 7시30분, 토 4시30분 7시30분, 주일(공휴일) 오후3시 6시에 각각 공연된다. ME 부부는 50% 할인.
※문의 02-743-6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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