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이주민에 ‘맞춤 사목’ 전개
찾아가는 서비스로 실생활 어려움 지원
결혼이민자 2세 사회, 문화적 적응 과제
대전 궁동본당 후원회 조직해 돕기 나서
4월 29일은 이민의 날이다. 급격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도 다민족 다문화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나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민의 날을 맞아 국내 이주민 현황을 짚어보고, 이에 걸 맞는 이주민사목의 방향을 모색해 본다.
국내 이주민 현황
1990년 5만 명이었던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2000년 50만 명으로 급증했고 작년엔 82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6~1.7%에 해당한다. 2010년에는 외국인 수가 1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이주성향도 다양해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이주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결혼이민자가 늘고 있다. 2006년에는 신혼부부 8쌍 중 1쌍이 국제결혼이었다. 만 여 명에 가까운 결혼이민자 2세의 사회?문화적 적응도 사회가 안고 있는 과제다.
이주민사목 - 교회 공동체 전체에 맡겨진 사목
1990년대 교회의 이주사목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무게를 두고 전개돼 왔다. 대부분의 교회 이주사목 단체의 활동은 노동자 인권개선을 위한 정책 개진, 상담, 무료진료 등 일시적이고 제한적인 사목에 치우쳐왔다.
하지만 이주민들의 성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특수사목으로만 여겨지던 이주사목은 이제 교회 공동체 전체가 짊어져야 할 사목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국제결혼가정의 증가는 교회가 맞닥뜨린 새로운 도전이다.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평생 살아가는 이민여성들은 이주사목이 아닌 가정사목의 대상이다.
국제결혼여성의 다수가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출신이고 신자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최근들어 인신매매 식 국제결혼의 폐해와 문화 부적응으로 고통을 받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가정사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결혼이민자 2세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현재 8000여 명에 달하는 결혼이민자 2세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회와 교회의 미래로 자라나게 될 이들을 위한 청소년사목 분야의 관심도 요구된다.
이주민을 찾아가는 사목
교회 전체에 맡겨진 이주민사목은 ‘찾아가는 사목’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교회는 본당과 교구라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사회복지 활동에 있어 누구보다도 오랜 경험을 쌓고 있어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얻는다.
대전 궁동본당 ‘이주사목후원회’ 활동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달 사회복지분과 내에 후원회를 설립한 본당은 외국어에 능통한 신자를 중심으로 봉사자를 꾸려 관할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돕는 데 나서고 있다.
본당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을 비롯해 국제결혼여성, 이주노동자 등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조사하고, 신자를 파견해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후원회 조직을 만들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과 노동자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도 시작했다.
서울 노동사목위원회와 대전 이주노동자사목부, 인천 기쁨의 집 등 교회 이주사목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결혼이민자가족지원연대’(공동대표 강승수 신부)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말 그대로 국제결혼가정을 찾아가 다방면에 걸쳐 지원하는 활동이다.
연대는 결혼가정을 직접 방문해 한글과 문화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출산 전후에는 도우미를 파견하는 등 문화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국제결혼가정을 돕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이 전국 곳곳에 결혼이민자들을 위한 지원시설을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와 문화적 차이, 고부간 갈등 등으로 국제결혼 여성이 가정을 벗어나 교육 받기 어려운 것을 감안하면 가정을 직접 찾아가 산후조리까지 돕는 ‘찾아가는 서비스’는 뜻 깊다.
아울러 공동체 전체가 나서 관할 지역 외국인들의 고충을 해결하고자 나서는 궁동본당의 사례는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 시대를 준비하는 교회가 전개해 나가야 할 맞춤사목으로 눈길을 끈다.
“이주민들에 먼저 다가가려는 노력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연대’ 공동대표 강승수 신부
“다가가야 합니다. 그들을 기다려서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결혼이민자가족지원연대 공동대표 강승수 신부(대전 이주사목부 전담)는 이주민들을 찾아가는 사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부는 “대다수의 이주여성들이 겉으로 드러나기를 꺼려하고 숨죽이며 사회 주변부를 맴돌고 있다”며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이방인이자 언어가 통하지 않는 장애인일 수밖에 없는 이들을 직접 찾아 손을 내미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강신부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결혼이민자지원연대는 지난 해 연대에 속한 전국 여섯 개 지역 단체, 기관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여성을 위한 ‘찾아가는 서비스’를 펼친바 있다.
이 결과 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대전교구 이주사목부 ‘모이세’는 지난 한 해 동안 대전, 충남지역 34개 국제결혼가정에 361회 방문해 한글교육과 상담활동을 가졌다. 또 일곱 가정에 산 전, 후 도우미를 파견(145회)해 출산을 돕기도 했다.
강신부는 더불어 국제결혼에 대한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결혼 이민자 실태 파악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고 돌아온 강신부는 “현지의 상황을 보고 국제결혼은 인신매매와 다름없음을 절실히 깨달았다”며 “국제결혼여성을 비롯한 이주민들을 대하는 우리의 근본적인 태도와 인식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부는 “보편교회 내에 축적된 이주사목의 노하우를 한국적 상황에 맞도록 흡수해 사목에 반영하고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잘 정비된 교회 조직과 인력을 활용해 이주민사목을 특수사목이 아닌 교회 전체의 사목으로 확산시켜 나가 이주민이 우리와 함께 사는 한 형제임을 드러내는 교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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