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체험 이후 성안 십자가 그려”
이춘복(마리아)씨가 투병으로 붓을 놓은 지 4여 년 만에 ‘십자가’ 작품으로 대중에게 돌아왔다.
이씨는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중고교 미술교사를 거쳐 20년 이상 성화 화가로서 활발한 창작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2004년 지병이 심해져 붓을 들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그 안에서 얻은 모티브를 캔버스에 옮긴 것이 이번 전시작들이다.
특히 이번 전시작 중 한 번에 시선을 끄는 작품이 있다. ‘성안(聖顔) 십자가’가 바로 그것. 성안 십자가는 글자 그대로 십자가 안에 예수의 얼굴을 그려넣은 작품이다.
전시회 대표작으로 내세운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도 모르게 얻어졌다.
첫 성안 십자가를 시도했던 이씨는 도중에 잘못 그려졌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한지가 아까워 재활용할 요량으로 흰색 한국화 물감을 덧칠해 뒀다. 그런데 다음날 한지 위로 그가 그렸던 스케치가 거짓말처럼 다시 비쳐올라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예수의 표정으로 재탄생했다.
“성령이 함께 계시다는 것을 절감했지요. 이때부터 성안 십자가를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성화는 바로 기도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전시회를 앞둔 이씨의 짧은 소회다.
이번 개인전에서 이씨는 성안 십자가 22점을 출품했다. 각 작품들은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살아움직이는 듯 관람객과 눈길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출품작은 50여 점. 수난십자가, 부활십자가 등 모두 ‘십자가’를 주제로 했다. 4~20호 크기의 소규모 작품이다.
군더더기없이 단순하게 생략해 주제를 드러내는 창의력은 여전하다. 거칠다고 느낄만큼 힘 있는 붓터치와 강렬한 색감에는 유연함이 더해졌다. 또 색한지를 배접해 한국화 물감으로 덧칠하는 이씨만의 한지 채색기법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회는 5월 2~8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열린다.
※문의 02-727-2336
문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