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중산층화 개인주의 신앙 심화
소공동체사목, 고령화 등 문제 불구
점진적 발전…미래 사목 대안 확인
▨전교
천주교에서는 소극적 전교태도가 지배적인 가운데 가두선교와 같은 적극적 방식이 지난 2회 조사 이후 시도됐다.
1. 바람직한 전교 방법
가장 바람직한 전교방법으로는 행동과 표양을 통한 모범이 39.1%로 가장 높았고, 이어 봉사와 나눔의 실천, 가까운 이웃이나 친지에 대한 입교권유, 한국 교회 전체의 체계적 선교정책수립과 실행, 홍보매체나 출판물 이용, 기타, 호별방문 및 가두선교와 전문 선교단체 지원 각각 0.5% 순이었다(표 1 참조).
호별방문이나 가두선교와 같은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선교방식의 선호가 가장 적었던 반면, 간접적인 선교방법에 대한 선호는 매우 컸다. 추세조사결과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2. 전교경험
지난 1년간 이웃이나 비신자들에게 성당에 나올 것을 권유해본 경우를 물은 것인데 없는 편(별로 없는 편+전혀 없다)이 71.8%, 있는 편(대단이 많다+비교적 많은 편)이 28.1%로, 없는 경우가 있는 경우의 세 배에 가까웠다. 입교권유 경험의 추세는 지난 10년간 근소한 증가(1.8%)가 나타났는데, 지난 시기의 전교열과 교회의 노력에 비하면 매우 적은 성과이다(그림 1 참조).
전교는 여전히 천주교인들에게는 어렵고 낯선 과제인 것이 확인된다. 인식과 태도에서 거의 변화를 보이지 않은 까닭이다. 교구 시노드, 전문 선교단체의 등장, 교회언론의 적극적 관심, 대희년 등 전교에 긍정적인 계기들이 지난 시기에 적지 않았다.
▨사목과 신앙생활에 대한 만족도
이 부분의 조사는 이번 조사에서 처음 도입됐다.
1점에서 2.35점까지를 불만, 2.3501점에서 3.7점까지를 보통, 3.7점 이상 5점 이하를 만족이라고 평가하면, 모든 항목이 보통에 속한다. 대체로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하는 것이다(표 2 참조).
성직자, 수도자에 대한 평가가 보통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과거 교회 안에서 빈번하게 회자되어 왔고, 이 두 신원에 대한 위신이 높았던 경우와 비교할 때 상황이 나빠진 것이다.
전체적으로 응답자들이 교회의 사목, 신원 간 관계, 그리고 자신의 생활에 대하여 평가를 내리는 것은, 추세조사결과가 없어 추이를 분석할 수 없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이 결과가 과거에 비하여 어느 정도 좋아진 것인지 나빠진 것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해도, 사목현장의 분위기, 회자되던 평가 등을 종합하면 과거에 비하여 부정적인 평가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소공동체
소공동체는 지난 시기 가장 강력하게 추진해 온 대표적 사목 프로젝트이다. 소공동체를 교구의 공식 사목정책으로 추진해온 교구들이 여럿이고, 이 교구들의 협의조직 구성은 물론 아시아 지역 연대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활동양상이 2차 조사 이후의 시기에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사목 패러다임을 10년 내에 전환시키는 데에는 무리가 있고, 실제 과정에서 저항도 적지 않아 쉽지 않은 과제이다. 그럼에도 현재 한국 교회가 직면한 문제 상황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교회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소공동체만큼 유효적절한 방안이 없다. 안타깝게도 이 중장기 프로젝트는 단기간의 실험결과에 의존하여 지속적인 추진을 주저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면 지난 10년간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98년 조사에서는 소공동체 사목에 대한 인지도가 53.4%였고, 참여도는 37.9%였다. 본 조사에서는 참여빈도로 물었기에 동일 비교는 어렵지만 참여도는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1.소공동체 참여빈도
참여 빈도를 보면, 절반 가까이는 전혀 또는 거의 하지 않고, 그나마 적극성을 보이는 이들 가운데서 30% 정도만이 모임에 매주 참여하고 있다. 참여도 면에서는 98년의 37.9%에 비하여 20% 정도 증가한 것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성별, 연령별 결과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 젊은 층보다 고령자의 참여 빈도가 높다. 학력은 높을 수록 참여율이 낮다(그림 2 참조).
참가율은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지만 질적인 면에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중장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을 때 가족 전체의 동참이 가능한데 안타깝게도 현재의 모습은 연령이 편중되어 있어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2.소공동체 개념
개념에 대한 이해를 보면, 절반 가까이가 소공동체의 의미를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고 절반은 기존 교회 행정조치의 연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아직 소공동체의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표 3 참조).
긍정적인 결과라면 2차 조사 때의 단순 인지도가 보다 구체적인 이해로 진전된 점이다. 이러한 이해의 차이는 교구에서 소공동체 사목을 추진하는 정책의 강도, 교육의 빈도와 강도, 주임신부의 의지와 참여, 신자 개인의 적극적인 이해노력이 맞물릴 때 분명한 인식은 물론 운동의 심화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소공동체 사목은 다소 불충분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기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 소공동체 참여율의 증가와 소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보다 구체화된 것이다. 지난 시기 운동의 성과라 할 만하다. 이처럼 사목 패러다임의 변화는 완만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조급한 진단과 평가로 현재의 진전을 무화시키는 일이 없어야 하겠다. 안타까운 결과도 나타나는데 사회경제적인 변화로 말미암아 소공동체 참여자들의 연령이 높아지는 것이다. 맞벌이 증가와, 신앙이 개인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면서 중장년층의 참여가 낮아지는 것이다.
소공동체 사목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연령대를 이 연령대로 본다면 소공동체 사목의 진전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영역이다.
▨영성·신앙공동체 생활 종합
지금까지 내용을 종합하면, 천주교인의 영성생활과 신앙공동체 생활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즉 천주교 신자는 미사 참례만 열심히 하고, 신앙행위는 개인적으로 하며, 공동체에 대한 투신은 주저한다. 외화내빈의 전형적 증상이다. 그러면 이 결과가 현 단계 한국 교회에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먼저 추세 조사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교회에는 양적 성장의 그늘이 더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이러한 경향을 한국 종교일반에서 나타나는 탈제도적 종교성의 증가로 해석할 수 있는 점이다.
세 번째로, 본 조사결과는 교회의 중산층화가 고착 심화되면서 신앙의 개인화 경향이 촉진되는 현상을 보여주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사회 변화와 맞물려 교회가 나름대로 적응을 시도하고 있지만, 부분적인 성공을 거둘 뿐 큰 흐름에서는 외부환경의 변화폭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희망적인 징표도 발견되었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신이 보장되는 사목정책은 완만하지만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소공동체 사목이 그것이다.
그러면 한국 교회는 이러한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먼저, 가능성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소공동체 사목은 교착상태에 있으나 유력한 사목 대안임이 확인되었다.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소공동체 사목이 문제점들을 해결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임을 감안하여 더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한다.
두 번째로, 소속감을 높이기 전에 본당생활과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조치들이 필요하다.
세 번째로, 현 단계는 한국 교회가 세계로 외연을 확장하면서도 한국 사회에 더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시기이다.
네 번째로, 한국 교회가 현재 이행하고 있는 단계에 대한 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현재 어느 단계를 지나고 있는지 통시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체계적인 사목대응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좀 더 현재의 상황에 대하여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현재의 양적인 성공이 외화내빈이라는 사실을 좀더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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