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적 나눔으로 쿠바교회에 빛을”
“많은 것이 변했지만 한국 교회는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힘을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한국명 윤고명. 지난 1965년부터 85년까지 한국에서 사목하다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쿠바지부장으로 20여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은 오거스틴 루나(Agustin Luna.71) 신부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쿠바 교회의 현실이 40여 년 전 한국에 겹쳐 떠올랐다. 1964년 멕시코에서 사제품을 받고 이듬해 9월 첫발을 디뎠던 한국의 피폐한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40년 세월을 뛰어넘은 쿠바의 상황은 과거의 한국보다 열악하기만 하다.
“국민 대부분이 가톨릭신자였지만 사회주의혁명 후 지금은 1100만 인구 가운데 1%만이 성당을 다니고 있습니다. 신자라고 밝히면 취직도 힘든 현실입니다.”
혁명 당시 800명이 넘던 사제는 현재 전체 11개 교구를 다 합쳐도 외국인 선교사 220명을 포함해 350명밖에 되지 않고, 신학생도 교구마다 한두 명에 지나지 않아 보통 신부 1명이 서너 개 본당을 맡는 게 예사다. 그나마 지난 1998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쿠바를 방문한 이후 선교사가 입국할 수 있어 나아진 편이다.
“외부에서는 쿠바가 괜찮은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어려움이 여전합니다.”
한 본당의 주일 봉헌금을 모두 모아봤자 미화 3달러도 되지 않는 게 보통이다. 이러다 보니 성당 지붕이 무너져도 손쓸 여력이 없어 흉물스런 모습으로 수십년 동안 방치되기 일쑤다.
한국에서 한끼 식사비 정도인 10달러면 스무 가정 노인들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있다는 게 루나 신부의 전언이다.
루나 신부에겐 한국 교회가 부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쿠바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교리실과 교육관 같은 공간을 볼 때마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성령께서 끊임없이 역사하고 계심을 순간순간 깨달을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한국 교회 신자들을 통해 쿠바 교회가 새로운 빛을 얻을 수 있길 바랍니다.”
※도움주실 분 02-334-2980 과달루페 외방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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