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맞으며 미사 드린다는데…”
“그저 당신이 주신 거 되돌려드리고 주님께로 돌아가고 싶은 것뿐인데….”
군종교구가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성당 건립에 써달라며 선뜻 1억원을 맡겨온 이승연(요안나.82.서울 오금동본당) 할머니는 너무 늦은 게 아니냐며 오히려 미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30대 우연한 기회에 좋으신 하느님을 알게 됐다는 이할머니의 삶은 이후 그 좋으신 분을 닮아가는 것이었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마다치 않고 달려가 9년 전 일흔이 넘은 나이에 봉사활동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할머니의 손길이 닿았던 곳은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전국 곳곳의 한센병마을을 비롯해 20년 가까이 봉사해온 무료급식소 ‘프란치스코의 집’과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등 할머니의 사랑 나눔은 시공을 초월해 이어져왔다. 일선에서 물러난 것도 당뇨병 등 서너 가지 지병이 겹친 때문이었다.
돕고 싶은 곳이 생기면 어떻게 해서든지 도와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할머니는 그 때마다 직접 나서 봉사를 하든지 적금을 모아서라도 후원을 해왔다. 자식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혼자 있을 때는 전등도 켜지 않는 등 알뜰살뜰 모아 마련해온 정성이어서 더욱 값지다. 지금도 매달 꼬박꼬박 후원금을 내는 데만도 사회복지 시설을 비롯해 수도회와 성지 등 마흔 곳이 넘을 정도로 할머니의 사랑은 식을 줄 모른다.
가까운 지인은 물론 가족들도 모르게 이어온 할머니의 선행은 이번에도 어김이 없었다. 연무대본당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으며 이미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할머니는 당장 도울 길을 찾아나섰다고.
“미래의 새싹들이 비 맞고 눈 맞으며 미사를 드린다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요? 미래를 위해 조금씩 모아온 돈을 마지막으로 쓸 데가 바로 여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심한 신앙을 물려주는 게 자손들에게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라고 밝히는 할머니는 나누는 기쁨마저 물려주길 바라는 듯했다. “교회의 미래가 드나들 성전 귀퉁이에 벽돌 몇 장 더할 수 있었으면 할 뿐입니다.”
※도움주실 분 02-749-1921 군종교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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