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전후 순교자 현양 막올라
대상자 36명 선정…시복시성 청원인 임명
평양·함흥교구장에 통합소송 동의 요청키로
순교사실 확인·성덕 입증할 증인 확보 시급
[전문]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이 2009년 한국진출 100주년을 앞두고 덕원 수도원 소속 사제 등 ‘20세기 순교자’ 36명의 시복시성 추진 교령을 5월 10일 반포했다.`6.25 전쟁 전후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이들을 본받고 현양하기 위해 시복시성을 추진키로 한 왜관수도원은 교령 반포 이후 청원인을 지정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특히 20세기 순교자들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은 한국교회 차원에서 처음 있는 일로, 전 교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왜관수도원을 시발점으로 전 교구 차원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복시성 추진의 의미가 크다. 본지는 왜관수도원의 시복시성 추진 현황과 계획에 대해 살펴본다.
경과
대희년 준비를 위해 교황청에서 조직한 2000년 대희년중앙위원회 새순교자위원회는 1996년 9월 18일 ‘순교자에 관한 성찰과 지침’을 마련해 “우리 시대의 최근년까지 신앙에 대한 배척 때문에 피를 흘린 모든 이를 미래에도 기억하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호소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세기 들어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숨져간 이들에 대한 조사 작업이 교파를 초월해 전세계적으로 추진됐다.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도 1997년 가을총회에서 20세기 순교자들의 ‘순교록’ 작성을 위한 조사작업을 본격 착수키로 결정했다. 1999년 `12월 10일 한국 주교회의는 215명의 새순교자 명단을 확정(나중에 8명 추가해 총 223명) 사도좌에 제출했다. 전세계에서 조사된 순교자들은 2000년 5월 7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20세기 신앙의 증인(총 1만2692명)으로 장엄하게 선포됐다. 당시 한국교회 20세기 순교록에 포함된 성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총 37명으로 덕원 수도원 소속 28명, 연길 수도원 소속 4명, 보이론 수도원 소속 1명, 원산 수녀원 소속 4명이다.
그러던 중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2007년 2월 개최된 성 오딜리아 연합회 평의회의 권고와 2007년 봄 총회 때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격려로 이 땅에서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사도로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거하고 선포하다 6.25 전쟁을 전후한 시기 곧 1949~1952년 순교했거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성베네딕도회 수도자들과 덕원 자치수도원구, 함흥교구 소속 사제들을 시복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형우 아빠스는 2007년 5월 10일 공동체 미사 중 성 오딜리아 연합회 총재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가 임석한 가운데 시복시성 추진 교령을 반포했다. 이 날 성 오틸리엔 수도원 소속으로 성 안셀모 대학 교수인 에두아르도 로페즈-텔로 가르시아 신부를 시성성과 교구청에 대한 청원인으로 임명했다.
대상자 선정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는 ‘한국교회 20세기 순교록’에 오른 성 베네딕도회 수도자들(37명)과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소속 사제들(4명), 연길교구 소속 사제(2명), 그밖의 희생자들(성베네딕도회 수도자 1명, 덕원 자치수도원구, 함흥교구 소속 사제 1명) 중에서 1949~1952년 그리스도교 신앙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을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할 수 있으며 덕행의 실천에 탁월했고, 이 두 사실에 대한 목격자 혹은 증거를 찾을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해 선정됐다. 선정 작업에는 이형우 아빠스와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아빠스를 비롯해 수도원 내 관계자들과 성 오딜리아 연합회 역사 고문인 요한네스 마르 박사가 함께 했다. 왜관 수도원이 추진할 대상자는 총 36명으로 덕원 수도원 소속 사제 및 수사 26명, 연길 수도원 소속 사제 1명, 보이론 수도원 소속 사제 1명, 원산 수녀원 수녀 및 헌신자 4명, 덕원 자치수도원구와 함흥교구 소속 사제 4명이다.
추진절차
왜관수도원은 2007년 5월 10일 반포된 교령으로 “신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을 위한 청구인이 됐다. 청원인은 성 오틸리엔 수도원 소속으로 로마 성 안셀모 대학 교회사 교수인 에두아르도 로페즈 텔로 그라시아 신부가 지명됐다. 에두아르도 신부는 교회사 전공자일뿐만 아니라 시성성에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을 맡아본 전문가로, 수도원측은 이번 시복시성 추진을 무리없이 끌고 나갈 적임자로 보고 있다. 청원인은 청구인을 대리해 모든 법적절차를 밟으며 시복시성 안건을 진행시킨다.
청원인인 에두아르도 신부는 두 명의 부청원인을 둘 예정인데 한 명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지역에서 자료 수집 및 조사를 진행하고, 한 명은 한국에서 같은 일들을 맡아 처리할 계획이다. 독일 측 부청원인은 오틸리엔 수도원 빈프리트 신부가 지명되고, 한국측 부청원인은 왜관수도원 이성근 신부가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속절차
우선 ‘주교들이 행할 예비심사에서 지킬 규칙’에 따라 청원인 선임을 관할 교구장(평양, 함흥교구)에게 승인을 받는다(규칙 제2조 가항).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들은 모두 덕원수도원을 매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원은 원활한 법률적 처리를 위해 단일소송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하고, 덕원 자치수도원구장인 이형우 아빠스가 다른 관할 주교들(평양, 함흥교구)의 동의를 얻을 계획이다. 하지만 덕원 자치수도원구는 교구청이 없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시복법정을 구성하고 예비심사를 진행할 수 없어 단일 소송 통합 승인 요청과 아울러 이 사안에 호의를 가진 다른 교구에서 예비심사가 진행되도록 시성성에 예비심사 관할 이전을 청한다. 현재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가 이 사안에 대한 예비심사를 광주대교구에서 담당하겠다고 구두로 동의한 상황이다.
이러한 법적조치가 이뤄지는 동안 청원인과 부청원인들은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들의 순교사실 확인 및 성덕을 입증해줄 수 있는 자료들을 수집하고 청원서 제출을 준비하게 된다. 왜관수도원은 시복시성을 추진하며 예상되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목격자 및 증거자료 수집을 꼽고 있다. 그 당시 상황을 목격했거나 증언을 청취했던 이들이 거의 선종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기록물에 대한 인증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수도원측은 전국적으로 이와 관련해 증언을 해줄 은인들의 도움을 절실히 요청하고 있다(054-970-2000 왜관수도원).
시성성에서 답서가 오고 청원인이 청원서를 제출하면 예비심사 권할권을 이전 받은 교구장이 안건을 공포하고 예비심사를 준비시킨다. 준비가 완결되면 착수 교령이 반포되고 예비심사를 처리하는 법정이 개정, 법률적 절차에 따라 예비심사가 진행된다.
◎시복시성 추진 교령 반포한 이형우 아빠스
“순교자 정신·삶 본받길”
“왜관수도원 한국 진출 100주년 전체 역사에서 시복시성 추진이야말로 가장 비중있는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도원장 이형우 아빠스는 시복시성 추진 의미에 대해 “신앙을 증거하며 장렬하게 순교한 이들의 삶을 본받아 우리도 그런 신앙을 증거하자는 각오를 다지는데 있다”면서 “우리가 현 시대에서 하느님을 증거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순교정신을 배워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아빠스는 시복시성까지의 시일에 대해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지만 대략 5~10년 정도를 내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아빠스는 현재 청원인으로 활동할 에두아르도 로페즈 텔로 가르시아 신부의 경우 이미 경험이 있고 시성성과 교류도 활발해 이 신부의 주도하에 제대로 자료준비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부터 시복시성을 위한 기도운동에 돌입할 계획입니다. 공식기도문을 만들어 하루빨리 그분들이 시복되도록 하느님께 도우심을 청할겁니다.
시복시성 청원 기도를 통해 그분들의 신앙과 열정을 본받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자체가 우리 모두의 영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아빠스는 수도원 한국진출 100주년 사업으로 영성, 전례, 역사, 건축 등 4가지 분야의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중이라며 “123년 역사를 가진 오딜리아 연합회로서도 시복시성 추진은 처음 있는 일이고 대단히 중요하고 뜻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목숨바쳐 신앙을 증거한 선배 수도자들의 삶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연합회 전체 큰 영광이고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복시성 추진 대상자 명단
(번호.성명/소속/모원/신분/20세기 순교자/사망유형/사망일자/사망장소/묘지/관할교구)
1.신 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덕원수도원/오틸리엔/주교 아빠스/A/옥사/1950-02-07/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2.김 치호 베네딕도/덕원수도원/덕원/수도사제/A/피살/1950-10-05/평양/인민교화소/평양/평양
3.민 종덕 고델리부스/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2-04-06/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4.나 국재 까누토/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옥사/1950-11-06/자강도(평안북도) 만포 인민교화소/좌동/평양
5.장 악네따/원산수녀원/원산/헌신자/A/피살/1950-10-14/함경남도 함흥 인민 교화소 /함흥 본당 뒷산 공동묘지/함흥
6.최 병권 마티아/덕원·함흥교구/*/교구사제/추가/피살추정/1949-05-11/평양 인민교화소 (덕원수도원에서 체포)/*/평양
7.엄 광호 다고베르트/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피살/1950-10-03/ 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8.파스칼 팡가우어/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0-04-16/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9.배 루도비꼬/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피살/1950-10-11/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10.부 일데폰스/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2-03-20/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11.베드로 게른네르트/덕원수도원/뮌스터슈바르작/수사/A/옥사/1949-07-03/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12.마리아 프룩트오사 게르스트마이어/ 원산수녀원/투찡/수녀/A/옥사/1952-09-16/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13.기 그레고리오/덕원수도원/뮌스터슈바르작/수사/A/피살/1950-10-04/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14.함 요섭 요셉/덕원수도원/오틸리엔/ 수사/A/피살/1950-10-04/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15.하 연근 바실리오/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0-02-14/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16.솔라누스 헤르만/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0-12-12/자강도(평안북도) 만포 근처 관문리 수용소 (만포 수용소)/좌동/평양
17.허 희락 힐라리오/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0-12-12/자강도(평안북도) 만포 근처 관문리 수용소 (만포 수용소)/좌동/평양
18.김 종수 베르나르도/덕원수도원/덕원/수도사제/A/피살/1950-10-05/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19.김 동철 마르코/ 덕원·함흥교구/*/교구사제/*/행방불명/1950-06-27/ 평안북도 비현에서 체포/*/평양
20.김 이식 마르띠노/덕원수도원/덕원/수도사제/A/피살/1950-10-05/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21.김 봉식 마오로/ 연길수도원/연길/수도사제/A/피살/1950-10-08/강원도(함경남도) 원산/원산 본당 뒷산 묘지/덕원
22.길 세동 루페르트/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옥사/1950-04-06/ 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23.구 대준 가브리엘/덕원·함흥교구/*/교구사제/추가/피살 추정/1949-05-14/평양 인민교화소 (*함경남도 함흥에서 체포)/*/평양
24.이 재철 베드로/덕원·함흥교구/*/교구사제/추가/피살추정/1950-10- 초순/함경북도 청진/*/함흥
25.이 춘근 라우렌시오/덕원수도원/덕원/수도사제/A/피살추정/1950-10-05/평안남도 순안 정치보위부 지하실/*/평양
26.노 안락 에우세비오/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51-09-01/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27.정 양리 마르코/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49-08-03/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28.오 이근 에우제니오/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사/A/옥사/1949-09-14/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29.오 구니벨트/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옥사/1952-06-14/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30.박 빈숙 루시아/ 원산수녀원/원산/수녀/A/피살추정/1950-10-11/평안남도 순안/*/평양
31.노 병조 안셀모/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옥사/1951-11-09/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32.홍 태화 루치오/ 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피살/1950-10-03/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33.안 세명 아르눌프/덕원수도원/오틸리엔/수도사제/A/옥사/1952-06-28/ 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34.에와 슈츠/원산수녀원/투찡/수녀/A/옥사/1950-08-10/자강도(평안북도) 전천군 별하면 쌍방리 (옥사독 수용소)/좌동/평양
35.김 그레고리오/보이론수도원/보이론/수도사제/A/옥사/1950-11-15/자강도(평안북도) 만포 근처 관문리 수용소 (만포 수용소)/좌동/평양
36.전 오범 그레고리오/덕원수도원/슈바이클베르크/수도사제/A/피살/1950-10-03/평양 인민교화소/평양/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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