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지도자가 바로 서야 사회 안정 화합 이뤄
모두의 행복 위해서는 이해 관용 사랑 필요”
5월 24일은 부처님 오신 날. 다종교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타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또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종교간 불신의 업(業)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영성의 빈곤을 고민하는 이 사회에 가톨릭과 불교가 기여할 수 있는 바는 무엇일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길상사(吉祥寺, 서울 성북동) 주지 덕조(德祖) 스님을 만났다. 이해인 수녀 등 가톨릭 교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갖고 있는 덕조 스님은 매년 대림시기가 오면 성탄 축하 플래카드를 내걸고 인근 성당과 수도원에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 가톨릭과 ‘좋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 길상사에서
길상사는 참 편하다. 울창한 나무 그늘이 만들어내는 한적함이 그렇고, 청아한 풍경소리가 그렇다. 성모 마리아를 닮은 관세음보살상에선 편안함을 넘어선 친근감마저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길상사의 주지인 덕조 스님도 편하다.
스님이 ‘맑고 향기로운’ 차를 권한다. 오룡차의 독특한 차향이 일품이었다. 자연스레 길상사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버린 ‘맑고 향기롭게’ 슬로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해야 합니다. 나 혼자 행복해서는 안됩니다. 나와 이웃, 자연이 모두 행복해야 합니다.”
스님은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와 관용, 사랑이 필요하다”고 했다. “뒤로 물러서서 보면 전체가 보입니다. 너와 나를 분별함으로써 시비가 생기고, 다툼이 생깁니다.”
스님은 “타 종교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이 사회가 안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교 지도자들이 먼저 화합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정의 부모, 학교의 스승, 종교계의 지도자, 정치 지도자 등 각 분야의 지도자들이 바로 서고 화합할 때 이 사회가 화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더 나아가 “종교는 인간을 위한 종교”라고 말했다. 가정과 인간 관계를 파괴하는 신앙은 신앙이 아니라고 했다.
스님은 또 물질문명의 만연과 이로 인한 영성의 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요즘 사람들은 얼굴만 화장하지 마음은 화장하지 않습니다. 육안(肉眼)은 눈앞에 있는 것 밖에 볼 수 없지만 심안(心眼, 마음의 눈)은 세상을 봅니다. 눈을 감아 보십시오. 세상 어디라도, 과거 현재 미래까지도 단숨에 갈 수 있습니다. 내적으로 비어있으면 허영에 매달리게 됩니다.”
스님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나’에게서 찾자고 했다. “남을 가르치는 것 보다 내 자신이 몸소 실천하고 바로 서야 합니다. 똑바로 선 사람이 많아지면 그 사회로 바로 서지 않을까요? 종교 지도자들이 똑바로 서면 종교간 반목도 사라질 것입니다.”
덕조(德祖)라는 법명에서 넉넉한 편안함이 느껴진다고 하자, 스님이 “허허” 하고 웃는다. 그리고 화두(話頭) 하나를 던진다.
“사람은 화를 낼 때도 있고, 너그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화내는 마음과 너그러운 마음이 두 마음이 아니고 한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그 마음입니다. 한 마음이라면 항상 같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참 신비롭지 않습니까?”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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