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감도는 불교-개신교-유교 순
‘타종교 신자와 결혼’ 부정 〉긍정
‘영세 후 한번 이상 토정비결’ 41%
7. 토착문화에 대한 의식과 태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 후 교회는 배타적인 입장에서 이웃종교의 존재와 가치를 수용하고 공존과 협력을 추구하는 ‘보편주의적’인 것으로 변화했다.
이런 변화는 토착화(土着化, enculturation)를 주요한 관심사로 대두시켜 토착화와 관련된 논의와 시도들이 활성화되기도 하였다. 이번 조사를 통해 현재 우리 교회 신자들의 ‘토착문화와 이웃종교’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구도가 드러난다.
▨제사 실시 여부와 방식
54.7%는 전통적인 유교 제사를 지내고 있고, 교회의 상제례 지침 ‘시안’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비율이 24%에 달했다. 또 기일이나 명절에 위령미사를 봉헌하여 조상 공경의 의례를 지낸다는 비율이 13.8%로 나타났다. 대다수가 어떤 방식으로든 조상에 대한 추모 의례를 지낸다(그림 1 참조).
지난 조사와 비교하면, 유교식 제사를 지내는 비율은 87년 69.4%, 98년 56.3%, 이번 조사에서는 54.7%로 감소했다. 이는 교회 의례 안에 조상 제사 전통이 흡수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것은 ‘가톨릭 상제례 예식 시안’의 확산과 위령미사의 증가로 나타난다.
▨민간 신앙 접촉 경험
1. 영세 후 토정비결을 본 경험
11%가 “여러 번 있었다”, 30.1%는 “한두 번 있었다”고 응답하였다.
즉 전체 신자 중 41.1%가 영세 후 한 번 이상 토정비결을 보았다는 것이다. “전혀 없었다”는 응답은 58.9%였다.
2. 영세 후 점, 택일, 작명, 궁합을 본 경험
경험이 한 번 이상인 비율은 25.5%에 달했다. 토정비결의 경험 비율 41.1%에 비해서는 적은 수준이지만, 이 역시 신자 4명 중 1명에 달하는 무시 못할 비율이라 할 수 있다.
3. 영세 후 단전호흡, 기공, 명상, 참선에 대한 경험
영세 후 단전호흡이나 기공, 명상, 참선과 같은 동양 종교에서 유래한 수련을 해 본 경험 여부도 지난 조사에 비해 미미하지만 증가 추세를 보인다. 한두 번 이상 동양 종교의 수련을 해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18.7%에 달했다(표 1 참조).
4. 영세 후 부적을 쓰거나 굿을 한 경험
“여러 번 있었다”고 응답한 신자는 0.7%, “한두 번 있었다”는 신자의 비율은 4.3%로 나타났다. 영세 후 한 번이라도 굿을 해 본 적이 있는 신자가 전체의 5%에 이른다. 한 번이라도 굿을 해본 경험이 1987년 2.5%, 1998년 2.4%로 근소하게 감소 내지 정체돼 있었던 반면, 이번 조사에서는 부적을 추가한 결과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웃 종교 호의도와 포용도
1.개신교에 대한 호의도
개신교의 활동·역할에 대한 평가에서 부정적인 견해가 26.2%, 긍정적인 평가가 30.5%, 중립적 평가가 35.1%이다. ‘형제’로서의 친근감 내지 호감을 느끼면서도 배타적이거나 경쟁적인 입장에 서 있는 ‘갈라진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함께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2.불교에 대한 호의도
호의적이고 긍정적 평가가 50.3%, 배타적 혹은 부정적 평가 5.5%, 중립적 평가가 36%로 조사되었다. 즉 개신교에 비해서는 호감의 정도가 압도적으로 많고 부정적 평가는 훨씬 미약하다. 특히 지난 번 조사와 비교해보면, 불교에 대한 호감 내지 긍정적 평가는 한층 더 강화되었다.
3.유교에 대한 호의도
긍정적·호의적 평가는 23.6%, 부정적·배타적 평가는 13%이며 중립적 평가는 43.3%, 유보적 평가는 20.1%이다. 개신교와 불교에 비해 중립적 평가와 유보적 평가가 상당히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유교의 종교성이 우리 사회 안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4. 이슬람교에 대한 호의도
이슬람교의 활동·역할에 대한 가톨릭 신자의 호의도 평가는 “모르겠다”는 유보적 견해를 표명한 비율이 38.4%로 가장 높았고 “그저 그렇다”는 중립적 평가도 30.8%로, 전체의 약 70% 가량이 평가는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5. 통일교에 대한 호의도
통일교의 활동·역할에 관한 호의도는 부정적·배타적 응답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51.7%) 긍정적·호의적 응답은 2.5%에 불과하여 대순진리회, 일본 종교에 이어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였다.
6. 천도교에 대한 호의도
부정적·배타적 평가는 34.2%, 긍정적·호의적 평가는 5.4%, 중립적 평가는 32.6%, 유보적 평가는 34.5%로 나타났다.
7. 원불교에 대한 호의도
“전혀 좋지 않게 생각한다”,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는 평가를 합쳐 22.8%, “그저 그렇다”는 중립적 평가가 33.4%, “어느 정도 좋게 생각한다”, “대단히 좋게 생각한다”는 긍정적·호의적 평가는 11%였다. “모르겠다”는 유보적 평가는 32.7%였다.
8. 대순진리회에 대한 호의도
“어느 정도 좋게 생각한다”, “대단히 좋게 생각한다”는 호의적 평가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 즉 조사 대상인 아홉 개 이웃종교 가운데 가장 낮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52.1%로 가장 높았다.
9. 일본 종교(일련정종, 천리교 등)에 대한 호의도
지난 조사들에서는 일본 종교에 대한 문항이 없었다. 부정적 평가는 과반을 넘어 54.3%인 반면, 긍정적 평가는 1.9%에 불과하였다. “모르겠다”는 응답, 즉 구체적인 정보가 없거나 접촉한 바가 없다는 비율이 32%였다.
▨이웃 종교와 더불어 살아가기
1.‘이웃종교 신자와 이웃해 사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불편해하고 어려움을 느끼는 부정적인 태도는 미미한 반면, 극히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중립적인 응답을 합한다면 이 수치는 98%에 육박한다.
2.‘이웃종교 신자와 한 직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한 직장에 다른 신앙인들과 같이 근무하는 것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여기는 비율이 45%, “매우 긍정적”으로 여기는 비율이 11%이다. 부정적 견해는 2.3%로 나타났다.
3.‘이웃종교 신자를 친구로 두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62.2%가 이웃종교 신자들이 친구라고 해도 이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4.‘가톨릭 신자들이 이웃종교 신자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부정적인 의견이 38.7%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 비율 27.5%를 상회했고 중립적인 의견이 33.8%였다. 즉 결혼 문제에는 동일한 신앙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다(그림 2 참조).
5.‘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이웃종교를 믿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매우 부정적”인 의견이 27.6%, “비교적 부정적”인 응답이 32.9%인 반면, 긍정적이라는 의견은 14.8%였다. 결혼 문제에서보다도 더욱 완고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6.‘내가 이웃종교 신자들의 종교 집회(예배, 법회 등)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대다수가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고 긍정적 견해는 11.9%에 지나지 않았다.
7.‘천주교회에서 이웃종교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에 대한 천주교 신자들의 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46%에 이르며 부정적인 평가는 19.7%였다. 다섯 명 중 한 명 이하만이 이웃종교의 기념일을 축하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을 뿐, 대다수는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그림 3 참조).
전체적으로 이번 조사 대상인 아홉 개 이웃종교들에 대해 우리 교회 신자들은 우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웃종교 일반에 대한 이런 포용적 태도들이 자기 자신과 결부되는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면 배타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가정과 혼인에서는 종교적 일치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앙의 ‘대물림 현상’은 지속화될 전망이다. 나 홀로 신앙의 어려움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신자들로서는 가능하면 가정 내에서는 단일한 종교를 신앙하는 방향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토착문화와 이웃종교에 대해 우리 교회 신자들이 가지는 태도는 종교간의 대화와 토착화라는 주제에 좋은 본보기가 된다. 이번 조사에서 천주교 신자들은 이웃종교에 대해 비교적 포용적이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자들의 일상 안에서 다양한 민간 신앙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웃종교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영향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영위한다. 이런 영향은 신자들로 하여금 혼재된 종교성, 즉 ‘습합적 신앙’ 생활을 하는 부정적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또한 가톨릭 신앙을 세상 안에서 증거하는 계기로 드러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신자들이 민간 신앙을 접할 기회가 있을 때 이를 복음적 빛으로 판단하고 구분하며, 자신의 신앙적 정체성을 명료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할 과제가 주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특성상 하나의 종교가 다른 종교에 대해 절대적인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지 않으며 비교적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천주교 신자들이 토착문화에 대해 유연하면서도 분명한 신앙 노선을 가지도록 양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자기 정체성과 존중감을 높이면서도 동시에 이웃종교를 ‘더불어 사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배려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다종교적 포용성은 여전히 교회 안에 하나의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기복성·주술성, 운명주의·혼합주의적 태도의 확산은 교회의 근본 사명을 위배할 뿐 아니라 종교 간의 대화가 아니라 종교 간의 무분별함으로 귀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웃종교와 공생하고 협력하면서도 우리의 토착 문화, 민간 신앙과 이웃종교 안에 가톨릭 신앙과 양립할 수 없는 부분들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파악하는 신앙인을 키워나가야 한다. 조화로우면서도 복음적인 신앙인, 이런 이들로 이루어진 교회야말로 본질적으로 ‘선교하는 교회’이면서 ‘평화를 증거하는 교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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