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익숙함이 ‘폭력성’ 키운다
【로마 외신종합】“오락을 위하여 폭력을 미화하고 반사회적 행동이나 인간의 성을 하찮게 묘사하는 영화와 비디오 게임과 같은 프로그램과 제품을 만드는 경향이 만연해 있고, 이러한 프로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할 때 그 파장은 엄청납니다. 실제로 폭력과 착취와 학대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순진한 어린이들에게 이 ‘오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미디어 산업의 책임자들에게 호소합니다. 제작자들이 공동선과 진리를 수호하고 개인의 인간 존엄을 보호하며 가정의 요구를 존중하도록 그들을 교육하고 격려해 주기를 바랍니다.”(교황 베네딕토 16세, 제41차 홍보주일 담화 3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최근 제41차 홍보주일을 맞아 발표한 담화 ‘교육의 과제인 어린이와 미디어’는 오늘날 미디어 산업이 극도의 상업주의적 동기를 바탕으로 폭력성과 선정성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자세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행된 몇 가지 새로운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폭력적 미디어의 사용이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과학적으로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ion)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폭력적 오락물 마케팅’이라는 제목의 최신 보고서는 성인용 음악, 영화, 비디오 게임 등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노출 현황과 그 영향을 조사하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폭력성과 선정성이 강해 17세 이상의 성인들에게만 허용되는 M(mature) 등급의 게임들이 어린이들에게 너무 쉽게 노출되고 있다.
2005년 조사에 의하면 4학년에서 12학년까지의 어린이 70%가 M등급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행본으로 발간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 대한 폭력적 비디오 게임의 영향’(미국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은 3명의 저명한 심리학자의 공동 조사 결과를 담고 있다. 이 책은 비디오 게임의 이용과 폭력적 행동의 상관 관계에 대한 과학적 규명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세 가지 정밀한 임상 조사를 통해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들은 우선 오늘날 사회에서 비디오 게임의 이용 시간은 더욱 늘어가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부모 등 보호자들의 관리 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9살에서 12살까지의 어린이 161명과 대학생 354명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조사에서 저자들은 먼저 이들을 둘로 나눠 폭력적 게임과 비폭력적 게임을 하도록 한 뒤, 다른 게임에서 어떤 벌칙을 주는지 파악했다.
결과적으로 폭력적 게임을 한 대상자는 비폭력적 게임을 한 사람보다 벌칙의 강도가 훨씬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었다. 특히 더욱 놀라운 것은 이처럼 폭력적 게임이 공격성을 더 높이는 효과가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서도 똑같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곧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폭력적 영화나 게임의 영향을 더 민감하게 받는다는 인식과는 달리 폭력물의 영향은 어른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연구는 고등학생 1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폭력적 비디오 게임을 많이 경험한 학생들은 더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성격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 마지막 조사는 4~6학년 학생 430명을 대상으로 5개월의 간격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사로서 대상자의 친구들과 교사들까지 폭넓은 자료를 조사했다. 결론적으로 학기초에 폭력적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한 학생들은 5개월이 지난 두 번째 조사에서 성품의 변화가 나타났는데, 공격성이 높아지고, 사회성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기에는 남녀의 차이도 없었으며, 결국 누구도 폭력적 미디어의 악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이 조사의 결론으로 나타났다.
한편 조사자들은 폭력적 미디어의 악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부모의 적절한 감독을 꼽았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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