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쉬는 신자
‘신앙에 회의’-‘고해성사 부담’순
냉담 시기는 10~20년 미만 최다
회두시 고해성사 부담 가장 많아
한국교회의 고도성장의 그늘에는 냉담자, 즉 쉬는 신자들이 존재한다. 전체적으로 신앙의 활력이 떨어지고 자칫 세속화로 치닫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현재 교회의 모습은 2005년 통계청 인구센서스에서 나타난 외형적인 화려함과는 대조적으로 매우 초라하다.
본 조사에 응답한 쉬는 신자수는 전체 조사응답자 1457명 가운에 19.1%인 278명이었다. 이 수치는 애초 표집비율 20.6%에 조금 못 미치는 것이다.
▨냉담 원인
냉담 원인에 대한 분석은 예방은 물론 회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필수적이다. 원인은 대체로 개인적 원인과 구조적 원인으로 나뉘는데, 한국 교회의 쉬는 신자들은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 원인을 찾는 것으로 나타난다.
냉담원인 1순위에는 생계나 학업이 4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앙에 대한 회의 12.1%, 기타 8.9%, 고해성사의 부담 7.4%, 가정 내 종교 갈등 5.8%,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과 취미생활이 각각 4.7%, 자녀양육 혹은 자녀문제 4.3%, 부부간 갈등과 본당 교우와의 갈등이 각각 3.5%, 경제적 부담 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순위로는 고해성사의 부담이 27.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앙에 대한 회의 15.3%, 취미생활 11.9%, 기타 9.8%, 생계나 학업과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이 각각 6.4%, 본당교우와의 갈등 5.5%, 경제적 부담·가정 내 종교 갈등과 자녀 양육 혹은 자녀문제 각각 5.1%, 부부간 갈등 1.7% 순으로 나타났다.
1순위와 2순위의 빈도를 합하여 다시 이를 백분률로 환산하였을 경우 냉담 이유로는 생계나 학업이 25.2%로 가장 많았다(표 1 참조).
냉담의 원인은 크게 개인적 원인과 구조적 원인(사회, 교회)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개인적 원인에는 생계나 학업, 가정 내 종교 갈등, 부부간 갈등, 신앙에 대한 회의, 취미생활 등이 포함된다. 구조적 원인 가운데 교회 구조의 문제로는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 본당교우와의 갈등, 고해성사의 부담(이것은 개인적 원인에도 포함될 수 있다) 등이, 사회 구조의 문제로는 생계나 학업(개인적 원인에도 포함됨), 경제적 부담이 포함된다.
기타의 원인도 이러한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사실상 사회구조의 문제는 개인적 차원과 대부분 중복되고, 교회 구조의 문제로 본 고해성사도 개인적 원인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본 조사의 응답자들은 대부분 냉담의 원인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찾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원인들이 교회의 구조적 여건과 무관하지 않으므로 지나치게 문제의 원인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개인적인 수준에 한정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다.
▨냉담 당시의 신앙 경력
냉담 발생 시기로 10년 이상 20년 미만이 21.5%로 가장 많았고, 이어 1년 이상 3년 미만 20.7%, 5년 이상 10년 미만 18.2%, 3년 이상 5년 미만 14.5%, 20년 이상 13.5%, 1년 미만 11.6%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다시 분류하면 46.8%가 5년 이만이었고, 5년 이상이 53.2%였다. 이를 다시 10년 단위로 나눠보면 10년 미만이 65.0%, 10년 이상 35.0%였다(그림 1 참조).
냉담의 발생이 전 신앙 경력대에 걸쳐 고르게 나타난다는 것으로, 그동안 냉담이 초기 5년 내에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해온 결과와 상치되는 것이다.
냉담이 전 시기에 걸쳐 일어난다는 것은 신앙의 깊이와 신앙 경력간의 상관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영세자의 신앙생활초기 사목 대응의 미비라고 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왔던 냉담자 사목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냉담시 신앙적 후견인 존재 여부
냉담 당시 신앙적 후견인의 존재 여부에 대하여는 26.2%가 있었던 것으로, 73.8%는 없었던 것으로 답하였다. 후견인의 존재는 냉담률을 낮출 수 있는 중요 조건이 된다(그림 2 참조).
냉담 당시 본당이나 교회활동 여부에 대하여는 ‘보통이다’를 기준으로 25.1%가 비교적 적극적이거나 열심히 참여한 경우였고, 44.3%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거나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후견인 존재여부와 단체 활동 참가 여부가 신앙 투신도에 영향을 미치는 한국 교회의 특성이 다시 확인되는 셈이다.
▨신앙생활 재개의사
‘모든 종교를 포기할 것이다’와 ‘개종할 것이다’를 합한 6.3%는 가톨릭 신앙을 포기할 의사를 확고하게 밝힌 것이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와 ‘혼자서 신앙생활 하겠다’를 합한 60.9%는 유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조사결과와 다양한 기존의 설문조사들을 비교 분석해보면, 전체 쉬는 신자 가운데 여섯 명 중 두 명 정도는 상황에 따라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젠가 신앙생활을 재개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들을 이미 개종과 종교포기를 단행한 적극적인 쉬는 신자들과 구별하는 의미에서 소극적인 쉬는 신자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쉬는 신자 사목의 일차적 대상인 셈이다.
교회로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 도움에는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경감이 33.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타 20.3%, 면담이나 상담 기회 제공 18.8%, 신앙교육 기회의 제공 13.5%, 후견인 연결 5.2%, 교무금 탕감 4.7%, 가정방문 2.6%, 경제적 지원 1.0% 순으로 나타났다.
이 응답에서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 교무금 탕감을 합할 때 38.6%가 교회생활에서 일상적으로 부과하고 있는 의무와 권장사항이 부담이라고 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쉬는 신자 사목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 교회가 아닌 곳에서 만나 면담하거나 신자들이 방문하는 방식이 사목적으로 유용함을 알 수 있었다.
▨결론 및 제안
응답자들은 냉담의 원인을 대체로 개인적인 원인에서 찾았다. 냉담은 이전의 조사결과들과 다르게 신앙생활 전시기에 걸쳐 일어나고 있었다. 냉담시의 신앙적 후견인 존재 여부에 대하여는 전체의 사분의 삼 정도가 후견인이 없었다. 냉담할 당시의 본당이나 교회활동에 대하여도 소극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조사 대상이었던 쉬는 신자들 가운데 네 명 중 세 명은 신앙을 재개할 의사가 있고, 열 명 중의 한 명은 천주교를 떠날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앙을 재개할 의사가 있는 이들 가운데 열 명 중 네 명은 고해성사, 교무금과 같은 부담을 경감 혹은 탕감시켜 주기를 바랐다.
이 결과를 통해 냉담 예방을 위한 후견인의 역할과 단체나 교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쉬는 신자 회두를 위해서 교회가 먼저 포용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원인에 나름의 처방이 담겨 있는 셈이다.
냉담의 발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한국 교회와 같이 높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확률이기는 하지만 이미 쉬는 신자의 60% 정도가 회두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다. 이미 냉담이 발생한 상태에서는 회두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쉬는 신자 회두 못지않게 냉담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회두를 돕는 방법에 대하여는 본조사의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우선 쉬는 신자들이 회두할 때 부담을 갖는 문제들을 교회가 먼저 나서 포용하는 것이다. 쉬는 신자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신자재교육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교회 내에서 냉담의 원인이자 해결방안으로 제시되었다. 일상적인 미사 강론을 강화하고, 사이버 교육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새 영세자들의 교회 및 신앙생활 적응을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형식적인 대부모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 가능하면 신자들이 어느 단체든 가입하여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천주교의 장점인 영성수련방식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쉬는 신자 사목을 위하여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쉬는 신자 실태, 발생 원인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이에 바탕을 둔 사목방안을 수립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적인 사목을 더 잘하는 것이다.
이미 신자의 36%가 냉담하는 현실에서는 냉담회두를 위한 사목방안과 예방을 위한 사목방안이 동시에 필요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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