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함께 하는 독일교회 본받자
독일, 진폐환우 위해 정부·병원·교회 협력
신뢰 바탕, 인간을 우선하는 정책 결과 확인
한국 진폐환자 3만여 명. 하지만 진폐합병증으로 요양승인이 난 진폐환우들은 3600여 명뿐.
이러한 한국의 현실 앞에서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허윤진 신부) 산재사목 수도자, 연수자들은 독일의 진폐 요양, 보상체제를 알아보기 위해 해외연수를 추진했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한국 진폐환우들의 고통을 함께 느끼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떠난 독일에서의 여정을 여기에 옮겨본다.
4월 29일 인천공항을 출발, 12시간 비행 끝에 도착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2시간 거리인 쉬말렌베르크를 향해 또다시 출발했다.
밤 11시30분이 돼서야 우리는 쉬말렌베르크의 그라크샤프트 병원과 성 보로메오수녀원에 도착해 여정을 풀 수 있었다.
이곳은 11세기에 지어진 수도원이지만 수도원 몰락 후 교구에서 병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양로원과 진폐환우 전문요양병원 등으로 쓰이고 있다.
우선 수녀원 내에 있는 병원을 방문해 폐기능 검사실과 엑스레이시설 등을 돌아보았다. 이곳 요양원은 70명의 탄광부진폐증환우들과 20명의 환자가족이 묵고 있었는데 마사지실, 중풍예방시설, 물리치료실, 사우나, 수영장 등 다양한 재활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이곳은 1년에 한번 4주간 입원을 해 진단, 요양을 하고 재활치료가 끝나면 가정으로 돌아가 그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한번 요양 승인이 나면 죽을 때까지 병원에 있어 재활치료도 받지 못하고, 그나마 노동부에서 인정한 합병증이 아니면 치료와 보상도 받을 수 없는 한국과는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5월 1일 노동절. 우리는 도르트문트에 있는 성요셉성당에 도착했다. 이곳은 1500년 동안 이어진 광산공업으로 유명한 곳인데 1987년 폐광됐다.
독일은 현재 3만6000명의 광부가 있고 10개 광업소가 가행되고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 폐광돼가는 추세다. 이유는 근로자 보호비용과 인건비의 지원부담이 큰데다 인도네시아 등 외국에서 수입하는 연탄이 질도 좋고 비용도 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곳 성요셉성당에서 요아크 주임신부와 다니엘 신부를 만났다. 다니엘 신부는 광부로 16년간 굴진부에서 착암기 작업을 했다. 그는 “많은 독일인들이 광부들을 잊어가고 있다”며 “나는 그들과 생활을 직접 나누기 위해 광산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힘없는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사목하는 진정한 사제요, 노동자였다.
5월 2일, 보쿰병원을 방문해 독일 광산의 산재보험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독일의 진폐환우는 1만7000명이지만 새로 진폐로 이완되는 이는 거의 없다. 광산에서 채굴시 석탄이나 돌에서 먼지가 나지 않도록 물을 뿌리고, 진폐증을 조기발견해 일을 금지시키기 때문이다. 진폐증이 발견되면 정부로부터 연금을 받는다. 특히 지하막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연금은 다른 직업에 비해 2배 더 많다.
독일은 정부와 병원, 의사, 교회 등 모든 이들이 함께 진폐증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서로가 신뢰 속에서 일을 하니 인간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을 펼 수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은 우리보다 산업혁명이 빨리 시작됐다. 그러므로 우리보다 몇 배나 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아래 오늘날 제도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공생할 수 있는 체제가 만들어지기까지 교회가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작은이들과 함께 끊임없는 목소리를 내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본다.
임경명 신부 (서울 노동사목위 산재사목 담당)
카리타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