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버려지는 태반·탯줄에서 추출 가능
기증 활성화·공여제대혈 네트워크 구축 시급
출산 후 대부분 그냥 버려지는 탯줄과 태반. 잠깐 눈을 돌려 다시 한번 살펴보자. 그 안에는 조혈모세포가 다량 포함된 제대혈(탯줄혈액)이 들어있다.
최근 제대혈이 혈액암 치료는 물론 각종 난치병 치료를 위한 성체줄기세포 연구의 귀중한 자원으로 주목받으면서, 제대혈 공여의 중요성도 더욱 강조된다.
일반인들에게도 백혈병 등의 치료방법으로 골수이식은 잘 알려져 있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도 어려운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조혈모세포 이식만이 완치의 길이다. 골수이식은 정확히 말하면 골수에 포함된 ‘조혈모세포’ 이식. 조혈모세포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의 혈액을 만드는 어미세포를 말한다.
하지만 골수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데는 많은 비용과 전신마취 등이 동반되는 어려움도 있다. 반면 조혈모세포를 다량 포함하고 있는 제대혈은 여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대부분 버려지는 태반과 탯줄에서 얻어낼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제대혈 이식시술은 200여 건을 넘어섰으며 골수이식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일본의 경우는 골수와 제대혈의 이식이 반반의 비율을 차지한다.
특히 이식이 불가능한 제대혈은 성체줄기세포연구의 귀중한 자원이 된다.
성체줄기세포연구는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생명윤리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대표적인 장점을 갖는다. 이러한 이식과 연구는 공여제대혈일 때 보다 보편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공여제대혈은행 통해 이식
현재 우리나라에서 보관되고 있는 제대혈의 90% 이상이 가족제대혈이다.
이에 따라 기증 활성화와 전국적인 공여제대혈 네트워크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가족제대혈의 경우 보관에 100~150만원의 고비용이 드는 반면, 사용할 확율은 2000 내지 20만분의1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또 전문가들은 나중에 혈액질환에 걸렸을 때 이미 보관된 제대혈에 유전인자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교회 안에서는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1997년, 대구파티마병원이 2001년 공여제대혈은행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회 내 공여은행은 기증받은 제대혈을 보관했다가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2007년 4월까지 기증된 제대혈은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의 600여건, 파티마제대혈은행 1000건 등이다. 이 제대혈은 기본적으로 이식용으로 사용하고, 이식에 적합하지 않은 것은 성체줄기세포연구용으로 제공된다. 이식용과 연구용은 세포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된다.
-관심부족으로 활성화 어려움
우리와 의료환경이 비슷한 일본 공여제대혈 은행의 경우 현재 11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3월까지 약 2만건의 제대혈을 보유해 2300여 건의 이식을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제대혈 기증에 대한 관심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매년 신생아의 탯줄과 태반 80% 가량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정적으로도 정보통합검색과 관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관리 법령의 마련과 국가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큰 폭의 공여제대혈 관련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다.
-전화한통으로 기증
제대혈 채취 과정은 아기와 산모에게 아무런 위험성이 없으며, 출산과정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증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다. 먼저 기증 신청서를 작성한 후 해당 기관에 연락하면 제대혈 채취에 필요한 채혈도구를 보내준다. 이 채혈도구를 출산 시 주치의에게 전달하고 채혈을 요청하면 된다. 이어 출산 후 해당기관에 연락하면 각 기관에서 수거해 제대혈 보관프로그램에 따라 보관, 필요한 환자에게 제공한다. 이때 빠른 전화연락이 필요하다. 출산 후 24시간 이후에 수거된 것은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여자가 부담할 일체의 비용은 없으며, 공여제대혈에 대해서는 각종 전문검사를 실시하고 공여자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우 개인에게 통보해 치료를 위한 상담 등도 제공한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와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지난 4월부터 제대혈 기능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실시했으며, 생명의 날을 즈음해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 연락처 한마음한몸운동본부 02-3789-3488 www.obos.or.kr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02-590-1149 www.chscb.com
대구파티마병원 053-940-7685 www.cord.fatima.or.kr
■대구파티마병원 제대혈 보관 1000건
6년만에 전국 세번째 실적…산부인과와 협력·시민홍보 효과
대구파티마병원(병원장 유영희 수녀) 제대혈은행이 제대혈 보관 1000건을 기록했다.
“이게 무슨 큰 의미인가?” 의아해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포천 중문의대 부속 차병원과 서울 보라매병원에 이어 국내에서 세번 째로 많은 제대혈을 확보했다면 얘기는 다르다.
2001년 4월 가족은행으로 출범한 대구파티마병원은 2004년 6월 공여 제대혈은행, 2006년 연구용 제대혈은행을 설립하는 등 지속성장을 해왔다. 특히 올 4월 전남의대 소아과 백혈병 환아의 제대혈이식에 파티마 공여제대혈이 무상으로 공급되기도 했다.
조만간 대구시 지정 공여 제대혈은행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파티마병원이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제대혈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전국의 산부인과 병원들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갖춘데다 시민들과 신자들을 대상으로 제대혈 기증의 중요성을 적극 알려왔기 때문이다.
파티마제대혈은행은 정기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일주일에 두 번 모임을 가지며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제대혈 은행장(소아과 과장)을 비롯해 의료책임(소아과, 내과), 검사실책임(진단의학과), 채취책임(산부인과)이 위원들이다. 아울러 검사실 담당자, 코디네이터, 간사가 제대혈은행 실무책임을 맡고 있다.
이곳의 특성은 크게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조혈모세포이식센터와 제대혈은행을 자체운영하는 국가공인 이식지정병원. 둘째, 혈액종양내과를 비롯한 산부인과, 소아과 등 다양한 의료전문가들의 참여. 셋째, 제대혈과 산모를 위한 철저한 검사 시스템이다. 또 가족제대혈은행과 공여제대혈은행을 함께 운영한다는 점도 강점이다. 곧 가족은행을 통해 얻은 수익금 100%를 공여은행에 투자,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지킴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혈액종양내과 과장 이정림 수녀는 “앞으로 신자 산모들의 적극적인 교육을 통한 신자들의 기증 활성화로 전국에서 가장 큰 양질의 제대혈 보관 은행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0년안에 총 1만개 제대혈 확보와 국제적 인증제대혈은행 등록을 목표로 뛰고 있는 파티마제대혈은행은 대구시 교육청 난치병 어린이 돕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제대혈 이식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소외된 난치병환자들의 의료재활에 힘쓸 방침이다.
“제대혈 공여에 동참을”
■대구파티마병원장 유영희 수녀
“파티마병원은 제대혈 공여프로그램을 통한 생명의 나눔 실천에 앞장서겠습니다.”
대구파티마병원장 유영희 수녀는 “사실 제대혈 은행의 운영이 큰 수익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가톨릭 의료기관으로서 예수님 치료사도직에 동참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란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40여 년간 한센병 환우 치료에 많은 정성을 쏟았다고 설명한 유수녀는 “올해로 개원 51돌을 맞은 파티마병원이 다음 반세기를 준비하며 제대혈은행을 통해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이들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수녀는 현재 중국 길림성 애민병원에 의료선교를 실시하고 있어 아시아지역과의 연계도 용이하다며 “이처럼 아시아지역 의료선교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충실히 교회의 선교사명을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무료진료나 간병인 지원 등은 다른 병원에서도 실시하고 있다고 지적한 유수녀는 “파티마병원은 이러한 활동과 더불어 제대혈은행을 활성화해 가진자이든 못가진자이든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파티마병원제대혈은행이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교회가 질병으로 고통받는 하느님 백성들의 생명을 회복시키는데 일조할 것이라 희망합니다. 보다 많은 신자분들이 뜻깊은 제대혈공여에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시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설명
▶대구파티마병원 제대혈은행 코디네이터 김경희씨가 임신부에게 제대혈 공여에 관한 상담을 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제대혈은행 검사실 담당 이경은씨가 조혈모세포 냉동보관실에 보관돼 있는 조혈모세포 팩을 들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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